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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설날과 화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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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귀성행렬의 카운트다운이 임박했습니다. 매년 귀성행렬이 시작될 무렵에는 대표적인 귀성 테마송인 나훈아의 ‘고향역’이 라디오에서 줄기차게 울려퍼집니다. ‘고향역’의 가사에 ‘코스모스’가 언급되는 점을 보면 아마도 가을 추석을 맞아 귀성열차를 타고 귀향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
이쁜이 꽃뿐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
달려라 고향열차 설레는 가슴안고
눈 감아도 떠오르는 그리운 나의 고향역

https://www.youtube.com/watch?v=IcoRhvm1xbM

그런데 귀성을 하여 고향집에 도착해서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즐겼던 국민게임인 고스톱에 대한 노래는 전혀 없습니다. 화투 자체가 도박의 수단이라는 점 때문에 대중가요의 소재로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반영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화투가 명절휴가기간에 광범위하게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습니다. 과거에는 셋이 모이면 즐기는 것이 화투라는 우스갯소리가 통용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오죽하면 ‘고스톱공화국’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였습니다. 시대상을 반영하여 ‘전두환고스톱’, ‘장세동고스톱’ 등의 변형 고스톱이 유행을 타기까지 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막강했던 고스톱의 위용이 사라졌습니다. 일단 귀성행렬부터 1970 ~ 80년대와도 많이 달라졌을 정도로 귀성행렬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10% 남짓한 수도권에서 전 국민의 50%가 거주하는 현실은 귀성행렬의 양상을 변형시키는 필요충분조건입니다. 취업과 결혼이라는 대표적인 ‘명절 훈계’는 미취업자와 미혼자의 귀향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을 초래했습니다. 타인과 함께 하는 공간 자체가 불편한 신세대들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최근에는 급증하는 ‘1인 가구’라는 시대상의 변화는 고스톱을 휴대폰게임이나 컴퓨터게임으로 그 성격 자체를 변질시켰습니다. 대표적인 오프라인게임인 고스톱 자체가 기본적으로 온라인게임이 되었습니다. 

명절이 되어도 가족, 그리고 친척들이 모이지 않으니 고스톱의 시작부터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실은 평소에 왕래를 거의 하지 않던 친척들과 살갑게 고스톱을 치는 것도 뭔가 어색하기만 합니다. 그래서인지 주위에서 명절에 화투를 쳤다는 사람을 찾기가 마냥 쉽지만은 않습니다. 광풍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국을 강타했던 고스톱의 열기가 이렇게나 급격하게 식을 줄은 상상조차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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