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생활에서 'A 또는 B'라는 말을 할 때는 A와 B가 주사위의 각 숫자처럼 동등한 가치를 지닌 것을 전제로 합니다. 채권이나 채무도 마찬가지입니다. ‘갑 또는 을’이라는 채권 또는 채무를 법률용어로 선택채권 또는 선택채무라 하는데, 이 경우에는 갑과 을이 등가적(等價的)일 것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민법 제380조가 규정하는 ‘채권의 목적이 수개의 행위 중에서 선택에 좇아 확정될 경우’를 선택채권이라 하는데, 이 경우에 각 선택채권은 당연한 전제로 등가적인 것을 전제로 합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퇴직급여법)의 퇴직금과 퇴직연금은 전형적인 선택채권으로 채무자인 사용자의 시각에서는 등가적인 선택채무가 됩니다. 퇴직급여법 제4조 제2항의 ‘급여 및 부담금 산정방법의 적용 등에 관하여 차등을 두어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은 사용자의 부담금, 즉 퇴직금과 퇴직연금상의 퇴직적립금은 등가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DC형 퇴직연금은 각 근로자가 퇴직연금의 운용주체가 되는 것인데, 사용자는 퇴직금과 동일한 금액을 퇴직적립금으로 근로자의 계정에 연간 지급할 임금총액의 1/12를 납입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근로자와 사용자가 선지급 연차수당을 약정한 경우에 이것이 포함되는가 문의가 많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선지급 연차수당은 포함이 되지 아니합니다.
○본래 연차수당의 정확한 표현은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입니다. 말하자면, 연차휴가를 포기하고 근로한 대가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연차휴가는 1년 미만 근로자의 경우에는 매월, 1년 이상 근로자는 매년 발생합니다. 이 연차휴가를 1년간 사용할 수 있으나, 미사용을 한 경우에 비로소 연차수당이 발생합니다. 이처럼 연차수당은 사후적 개념인 것입니다.
○그런데 선지급 연차수당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연차수당을 선지급(대부분 매월 지급)하는 것입니다. 정확하게는 발생하지 않은 연차수당을 선지급하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처럼 선지급하는 연차수당이나 퇴직으로 인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연차수당은 퇴직금에서 제외한다고 판시를 하였습니다.
○대법원은 ‘퇴직하는 해의 전해에 개근하거나 9할 이상 출근함으로써 근로기준법 제48조에 의하여 연차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었는데도 이를 사용하지 아니하여 그 기간에 대한 연차휴가근로수당지급청구권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연차휴가근로수당은 퇴직하는 해의 전해 1년 간의 근로에 대한 대가이지 퇴직하는 그 해의 근로에 대한 대가가 아니므로, 연차휴가권의 기초가 된 개근 또는 9할 이상 근로한 1년 간의 일부가 퇴직한 날 이전 3개월 간 내에 포함되는 경우에 그 포함된 부분에 해당하는 연차휴가근로수당만이 평균임금산정의 기준이 되는 임금총액에 산입된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3다4649판결).’라고 판시를 하여 이를 명확히 했습니다. 퇴직 전전년도에 발생한 연차휴가를 퇴직 전년도에 미사용하여 발생한 연차휴가만이 퇴직금에 산입이 되는 것입니다.
○선지급 연차수당은 대부분 당해 연도에 발생한 연차휴가를 포기하는 대가로 선지급을 합니다. 정확히는 2년 후에 발생하거나 1년 후에 발생할(1년 미만자의 경우에 매월 발생하는 연차휴가를 말함)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연차휴가와 연차수당을 등가교환할 것을 사용자와 약속하는 것입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것은 무효입니다. 근로자의 연차휴가는 연차수당에 우선합니다. 따라서 근로자가 선지급 연차수당의 약정을 하더라도 연차휴가는 사용할 수 있으며, 연차수당은 반환하면 됩니다.
○DC형 퇴직연금상의 ‘임금총액의 1/12’라는 것은 퇴직금에 갈음한 사용자의 부담금, 즉 퇴직적립금을 말합니다. 퇴직금과 DC형 퇴직연금상의 사용자의 부담금 자체는 동액이라는 전제를 말하는 것입니다. 퇴직금의 산정에 있어서 선지급 연차수당은 대법원의 판결처럼 포함이 되지 않는데, DC형 퇴직연금에 포함이 될 수는 없습니다. 만약에 이를 포함한다면, 전경련 등 경영자단체에서 폭동수준의 항의가 생길 것입니다.
○퇴직금과 퇴직연금 자체는 동등한 금전적 가치를 전제로 하되, 사용자와 근로자 간에 자유롭고 평화로운 협상으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이해를 하면, 퇴직연금이라 하여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퇴직급여제도의 설정) ① 사용자는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하여 퇴직급여제도 중 하나 이상의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 다만,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에 따라 퇴직급여제도를 설정하는 경우에 하나의 사업에서 급여 및 부담금 산정방법의 적용 등에 관하여 차등을 두어서는 아니 된다.
중략 제20조(부담금의 부담수준 및 납입 등) ①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한 사용자는 가입자의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현금으로 가입자의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 계정에 납입하여야 한다. 후략
<민법> 제380조(선택채권) 채권의 목적이 수개의 행위 중에서 선택에 좇아 확정될 경우에 다른 법률의 규정이나 당사자의 약정이 없으면 선택권은 채무자에게 있다.
<근로기준법> 제60조(연차 유급휴가) ①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② 사용자는 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또는 1년간 80퍼센트 미만 출근한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③ 삭제 ④ 사용자는 3년 이상 계속하여 근로한 근로자에게는 제1항에 따른 휴가에 최초 1년을 초과하는 계속 근로 연수 매 2년에 대하여 1일을 가산한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이 경우 가산휴가를 포함한 총 휴가 일수는 25일을 한도로 한다. ⑤ 사용자는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하고, 그 기간에 대하여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후략 퇴직금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은 퇴직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퇴직한 날 이전 3개월 간에 그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제한 금액을 말하므로, 퇴직하는 해의 전해에 개근하거나 9할 이상 출근함으로써 근로기준법 제48조에 의하여 연차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었는데도 이를 사용하지 아니하여 그 기간에 대한 연차휴가근로수당지급청구권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연차휴가근로수당은 퇴직하는 해의 전해 1년 간의 근로에 대한 대가이지 퇴직하는 그 해의 근로에 대한 대가가 아니므로, 연차휴가권의 기초가 된 개근 또는 9할 이상 근로한 1년 간의 일부가 퇴직한 날 이전 3개월 간 내에 포함되는 경우에 그 포함된 부분에 해당하는 연차휴가근로수당만이 평균임금산정의 기준이 되는 임금총액에 산입된다. (대법원 1994. 5. 24. 선고 93다4649판결) |
'퇴직금과 퇴직연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시 4인 이하 사업장의 퇴직금 산정 방법 등 (0) | 2020.08.16 |
---|---|
<임대차3법과 퇴직금의 중간정산> (0) | 2020.08.05 |
재직 근로자가 퇴직금에 대해 최우선 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0) | 2020.07.16 |
퇴직금을 미리 지급받는 부제소합의 유효성 여부 (0) | 2020.07.16 |
퇴직금 사전포기각서의 효력 등 (0) | 2020.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