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하면 말도 자연스럽게 변합니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TV손자병법’에서는 업무를 게을리하고 업무실적이 없으면서도 꾸준히 월급을 받아가는 직원을 두고 ‘월급도둑놈’이라고 불렀습니다. 당시에도 ‘월급도둑놈’이 워낙 많이 쓰여서 배우들의 대사에서도 전형적인 비속어인 ‘놈’자가 섞여 있었어도 그냥 썼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월급루팡’이라는 신조어가 ‘월급도둑놈’의 의미를 대체했습니다. 같은 의미라도 ‘월급루팡’이 뭔가 산뜻(?)하기는 합니다.
○월급루팡이든 월급도둑놈이든 사용자의 시각에서 성과도 없으면서, 즉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근로자는 눈엣 가시입니다. 미국처럼 고용의 유연성이 확보되어서 저성과자는 해고가 자유롭다면 당연히 해고하면 그만이지만, 해고가 경직된 한국의 현실에서는 문제입니다. 저성과자의 해고라고도 불리는 실적부진자에 대한 해고는 비위사실을 이유로 한 해고는 아니기에 보통 ‘통상해고’의 영역으로 구분합니다. 대법원(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8다253680 판결)도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고할 수 있다고 정한 취업규칙 등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한 경우’를 통상해고의 영역으로 보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해고’를 징계해고나 통상해고로 구분하지 아니하고 ‘정당한 이유’가 존재하여야 해고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 ‘정당한 이유’에 대하여 일관되게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라는 기준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징계해고와 통상해고는 그 양상 자체를 달리합니다. 그리하여 속칭 월급루팡에 해당하는 근로자의 해고, 즉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의 구체적인 기준에 대하여 대법원은 ‘이때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업무의 내용, 그에 따라 요구되는 성과나 전문성의 정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부진한 정도와 기간, 사용자가 교육과 전환배치 등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를 부여하였는지 여부, 개선의 기회가 부여된 이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의 개선 여부, 근로자의 태도, 사업장의 여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위 대법원 판결).’라고 판시합니다.
○대법원의 현실적인 기준은 1). 저성과자라는 기준 자체를 명확하게 할 것, 2). 근무개선, 즉 패자부활전 등의 기회를 부여할 것으로 요약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또 다시 남습니다. 저성과자의 해고, 즉 통상해고는 대부분 취업규칙 등에 그 기준이 설정되기 마련인데, 저성과자는 달리 생각하면 징계해고의 사유에도 해당합니다. 왜냐하면 성실하게 근무를 하지 않고 나태했기에 저성과를 낳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이 사례(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1두33470 판결)에서 ‘징계해고사유가 통상해고사유에도 해당하여 통상해고의 방법을 취할 경우 징계해고에 따른 소정의 절차가 부가적으로 원칙적으로 요구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예외적인 상황에 대하여는 ‘근로자에게 변명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더라도 해고가 당연시될 정도라는 등의 특별한 사유’를 제시하였습니다.
○저성과자의 해고라는 화두는 박근혜 정부에서 정식으로 국정과제가 되었지만, 흐지부지 사라졌습니다. 근로자의 고용안정이라는 요구와 월급루팡으로 인한 사용자의 정규직 채용기피는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정리해고제도를 근로기준법에 도입했음에도 사실상 명예퇴직이라는 외통수로 전락한 문제도 동시에 검토할 사안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②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 또는 산전(産前)ㆍ산후(産後)의 여성이 이 법에 따라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 다만, 사용자가 제84조에 따라 일시보상을 하였을 경우 또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대법원 판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해고를 제한하고 있다.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해고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때에도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고할 수 있다고 정한 취업규칙 등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한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되는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어야 할 뿐 아니라,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다른 근로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 경우에 한하여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이때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업무의 내용, 그에 따라 요구되는 성과나 전문성의 정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부진한 정도와 기간, 사용자가 교육과 전환배치 등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를 부여하였는지 여부, 개선의 기회가 부여된 이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의 개선 여부, 근로자의 태도, 사업장의 여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1두33470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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