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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과 퇴직연금

<비 원리금보장 퇴직연금상품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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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나의 것 내 인생은 나의 것

나는 모든 것 책임질 수 있어요

 

대중가요임에도 전두환 정부 시절에 운동권 노래라 낙인이 찍혔지만, 꾸준히 인기를 누렸던 민해경의 내 인생은 나의 것에 실린 가사의 일부입니다. 사랑을 빙자한 부모의 간섭이 싫다는 가사가 당시 많은 젊은이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시절은 크면 독립하는 것이 기본이고, 지금보다 훨씬 못살았어도 당시 결혼률은 90% 내외를 넘나들었습니다. 미혼자는 어딘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낙인을 감내해야 하는 시절이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의대광풍으로 상징이 되는 입시경쟁은 변함이 없지만, 다 갖추지 못한 자와 결혼하느니 차라리 싱글을 선택하는 비혼의 물결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캥거루족의 유행은 선진국이나 개도국이나 대세가 되었습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노래를 실천했던 세대는 자식 캥거루를 돌보는 부모 캥거루 신세가 되었습니다. 세상은 아이러니가 넘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아니러니가 제도에는 예외가 존재할 리가 만무합니다. 퇴직금과 이를 보완하는 퇴직연금제도의 변천사에도 아이러니가 담겨 있습니다. 모든 금융상품에는 안정성과 수익성이라는 방향성이 있으며, 이 두 가지는 길항작용(拮抗作用)을 합니다. 퇴직연금제도는 근로자들의 노후 소득보장과 생활 안정을 위해 근로자 재직기간 중 사용자가 퇴직급여 지급 재원을 금융회사에 적립하고, 이 재원을 사용자(DB) 또는 근로자(DC형 또는 IRP)가 운용하는 제도입니다. 결국 당초 제도의 도입취지는 이직, 퇴직금중간정산의 확산과 기업의 도산 등으로 인한 퇴직금의 안정성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도입된 것입니다. 수익성보다 안정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된 것입니다. 물론 고용노동부가 퇴직연금제도 도입의 취지를 강조하는 자료에도 그렇게 설명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3층 노후소득보장 장치로 퇴직연금도입의 불가피성을 강조했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당초 안정성을 이유로 도입됐던 퇴직연금에 대하여 수익성의 측면에서 비판이 거셌습니다. 퇴직연금의 현실적인 운용도 안정성 위주였습니다. 그러나 저조한 수익률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마침내 수익성 제고를 위한 디폴트옵션이 정면으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 21조의2에 도입되었습니다. 디폴트옵션 자체가 수익성을 제고를 위한 장치입니다. 1항 제1호는 적립금의 원리금이 보장되는 운용유형’, 즉 안정성이 우선되는 유형을, 2호는 수익성이 우선되는 개개의 유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4항은 운용유형은 손실가능성과 예상수익이 중ㆍ장기적으로 합리적 균형을 이루고 수수료 등의 비용이 예상되는 수익에 비해 과다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여 수익성을 추구하는 경우라도 안정성의 보장을 규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수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퇴직연금 사업자가 운용할 것을 사실상 정부가 방향을 제시한 것은 물론입니다.

 

그동안 수익성이 그저그런 수준인 시절에는 퇴직연금 사업자의 광고도 그저그런 수준이었습니다. 안정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수익성이 저조하고 퇴직연금 사업자인 금융회사도 먹을 것이 없다는 의미이며, 광고의 필요성도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는 등 수익성이 강조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국내 퇴직연금의 간판타자 삼성생명은 연금력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면서 공격적인 광고를 시작했습니다. 이에 질세라 신한은행은 인기가수 윤종신의 대표곡 '고속도로 로맨스'를 신한은행 퇴직연금 광고에 삽입하면서 광고전선에 불을 댕겼습니다. 급기야 다음 <기사>에는 원리금이 보장되지 않는 퇴직연금 자산의 운용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가장 높은 금융회사는 은행이라는 사실을 전달합니다.

 

<기사>에서 주목되는 부분이 퇴직연금 운용자산 중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입니다. 퇴직연금은 생명보험상품 중 기본적으로 저축성보험상품으로 운용되며, 보험료는 사용자가 납부하는 퇴직금과 등가적 의미를 지닌 금전입니다. 원리금 비보장 상품이란 퇴직금을 날리는 위험이 있더라도 수익성을 추구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운용을 한다는 것은 퇴직금이 아니라 그냥 수익형펀드에 가깝습니다. 현실에서 근로자는 퇴직금을 받는다는 기대가 있으며, 사용자가 알아서 주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익률이 마이너스이면 사용자에게 거세게 항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수익성과 안정성이라는 금융상품의 구조적 문제를 퇴직근로자는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사>
원리금이 보장되지 않는 퇴직연금 자산의 운용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가장 높은 금융회사는 은행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위험자산은 은행보다 증권사를 통해 투자할 때 수익률이 높을 것이란 통념을 뒤엎은 결과다. 높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로 고객이 증권사로 이탈할 것을 우려하는 은행권은 전국에 깔린 영업망을 활용해 밀착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1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퇴직연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국 12개 은행의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운용자산 중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지난 9월 말 기준 평균 10.04%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공시된 은행별 원리금 비보장형 자산 수익률을 산술평균한 결과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059002?sid=101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21조의2(사전지정운용제도의 설정) 운용관리업무를 수행하는 퇴직연금사업자는 사전지정운용방법에 다음 각 호 중 하나 이상의 운용유형을 포함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1. 적립금의 원리금이 보장되는 운용유형
2.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29조에 따른 집합투자기구의 집합투자증권으로서 투자설명서상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운용내용이 운용계획에 명시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충족하는 운용유형
. 투자목표시점이 사전에 결정되고 운용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투자위험이 낮은 자산의 비중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자산배분을 변경하거나 위험수준을 조절하는 운용내용
. 투자위험이 상이한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고 금융시장 상황 및 각 집합투자재산의 가치변동 등을 고려하여 주기적으로 자산배분을 조정함으로써 집합투자재산의 위험을 관리하고 장기 가치 상승을 추구하는 운용내용
. 단기금융상품 등에 투자하여 집합투자재산의 손실가능성을 최소화하고 단기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운용내용
.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등 관련 법령에 따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공공투자계획, 관련 사업 및 정책에 따른 사회기반시설사업 등에 투자하는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충족하는 운용내용
.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운용내용
퇴직연금사업자가 제1항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고자 하는 경우 퇴직연금 관련 전문가로서 퇴직연금 및 자산운용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포함하는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따라 구성된 고용노동부장관 소속 심의위원회의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
운용관리업무를 수행하는 퇴직연금사업자는 사전지정운용방법을 사용자에게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제시하여야 한다.
1항제2호에 따른 운용유형은 손실가능성과 예상수익이 중ㆍ장기적으로 합리적 균형을 이루고 수수료 등의 비용이 예상되는 수익에 비해 과다하여서는 아니 된다.
3항에 따라 사전지정운용방법을 제시받은 사용자는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사전지정운용방법을 설정하여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받아 확정기여형퇴직연금규약에 반영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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