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퇴직금과 퇴직연금

<단체협약상의 사망퇴직금, 그리고 상속재산의 포함여부>

728x90
반응형

DC코믹스라는 만화사가 원작인 슈퍼맨이 영화화되어서 대박이 난 해는 1978년입니다. 올드팬들은 아직도 이 영화가 본격 슈퍼히어로의 대명사인 슈퍼맨의 본좌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무수히 많은 화제를 안고 있지만, 거의 주목을 받지 않은 대목이 있습니다. 그것은 슈퍼맨의 고향인 크립톤 행성에서도 상속제도가 존재했다는 점입니다. 슈퍼맨의 친부인 조엘은 아들 카엘’, 즉 슈퍼맨에게 자신이 보유한 모든 능력을 수정에 담아 상속합니다(물론 상속인지 증여인지는 다툼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구의 인간이 보유한 물욕의 연장인 상속이 크립톤 행성의 우주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발상이 흥미진진합니다.

 

헌법을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도 헌법에 재산권이 보장된 사실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실은 고려나 조선에서도 사유재산 자체는 보장되었고, 상속도 보장되었습니다. 노비제도를 전제로 노비도 사유재산과 마찬가지로 매매는 물론 상속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도 국사책을 끔찍이 싫어하는 사람도 아는 것도 재산권의 대중적 인지도와 유사할 것입니다. 인간의 본능이기도 한 물욕을 제도화한 것이 재산권과 상속제도이므로, 실은 이러한 의문 자체가 우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실정법에서 무슨 재산이 상속되는가 여부는 입법정책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어떤 재산이 상속의 대상이 되는가 여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강학상 상속법이라 불리는 민법 상속편 제1005조 본문은 상속인은 상속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문은 전술한 상속재산의 대상이란 피상속인의 재산, 그리고 포괄적 권리의무란 적극재산 외에 빛, 즉 채무도 상속의 대상이 된다고 천명합니다. 피상속인의 재산을 상속재산이라고 하며, 상속인이 본래적으로 지닌 재산을 고유재산이라 합니다. 언론에서 등장하는 유명 재벌이나 재력가의 사망과 상속을 둘러싼 분쟁의 대상이 된 재산도 이 조문을 틀 안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그런데 다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18283049)은 사망퇴직금이 상속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다투고 있습니다.

 

본래 퇴직금은 후불임금으로 당연히 퇴직근로자의 재산이며 동시에 상속재산이 됩니다. 그런데 위 판례에서 등장하는 사망퇴직금은 통상의 퇴직금과 달리 퇴직자의 사망으로 근로기준법이 정한 범위와 순위에 따라 유족에게 지급하도록 망인의 단체협약과 퇴직금 규정이 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에는 유족의 범위와 순위 자체가 없습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합니다. 해석상 민법이 정한 상속인과 그 상속분에 따른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실은 상속법은 강행규정이기에 개인이 임의로 순위와 범위를 변경할 수 없습니다. 물론 유언에 의한 증여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망인은 채무가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막상 망인이 다니던 회사가 사망퇴직금을 유족인 배우자에게 지급하려고 하자 다수의 채권자들이 반발하였습니다. 그래서 부득이 회사는 사망퇴직금 중 절반인 1/2을 공탁하였고, 망인의 채권자들(피고들)은 공탁된 사망퇴직금(사망퇴직금 중 절반)에 대해 집행절차에서 안분배당까지 받았습니다. 망인의 상속인들인 배우자를 포함한 원고들은 이 사건 사망퇴직금채권을 상속재산목록에 포함시켜 한정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원고들, 즉 상속인들 중에서 왜 회사가 절반만 주느냐? 망인의 채권자들이 배당받는 나머지, 1/2은 자신들의 재산, 즉 고유재산이다.’라고 주장하면서 배당받은 채권자들을 상대로 돈을 돌려달라, 즉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주요 쟁점은 당연히 사망퇴직의 상속재산성 여부입니다. 대법원은 사망보험금(대법원 2004. 7. 9. 선고 200329463 판결)의 법리를 그대로 수용하여 사망퇴직금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수령권자인 유족의 고유재산이라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를 하여 유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핵심 논거는 사망퇴직금은 사망한 근로자의 생전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 외에 근로자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던 유족의 생활보장과 복리향상 등을 위한 급여로서의 성격도 함께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단체협약에서 근로자의 재직 중 사망으로 말미암아 생활보장이 필요한 유족에게 사망퇴직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정하는 것은 사망퇴직금의 성격에도 부합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통상의 퇴직금은 일단생존 근로자에게 속하지만, 사망퇴직금은 사망과 동시에유족에게 속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법원의 결론은 수긍이 갑니다.

 

한편 대법원은, 사망퇴직금 청구권이 유족의 고유재산이더라도 퇴직급여법에 따른 퇴직금으로서의 성질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므로, 근로기준법과 같은 법 시행령이 정한 연 20%의 지연손해금 이율이 적용된다고 판단하되, ‘지급이 지연되고 있는 임금 및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존부를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존속하는 기간에 대하여 위와 같은 이율에 따른 지연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보아 가산지연이자에 대하여는 부정적으로 판단하였습니다.

<민법>
1005(상속과 포괄적 권리의무의 승계) 상속인은 상속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 그러나 피상속인의 일신에 전속한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1006(공동상속과 재산의 공유) 상속인이 수인인 때에는 상속재산은 그 공유로 한다.
1007(공동상속인의 권리의무승계) 공동상속인은 각자의 상속분에 응하여 피상속인의 권리의무를 승계한다.
1009(법정상속분) 동순위의 상속인이 수인인 때에는 그 상속분은 균분으로 한다.
피상속인의 배우자의 상속분은 직계비속과 공동으로 상속하는 때에는 직계비속의 상속분의 5할을 가산하고, 직계존속과 공동으로 상속하는 때에는 직계존속의 상속분의 5할을 가산한다.


<근로기준법>
37(미지급 임금에 대한 지연이자) 사용자는 제36조에 따라 지급하여야 하는 임금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2조제5호에 따른 급여(일시금만 해당된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 그 다음 날부터 지급하는 날까지의 지연 일수에 대하여 연 100분의 40 이내의 범위에서 은행법에 따른 은행이 적용하는 연체금리 등 경제 여건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에 따른 지연이자를 지급하여야 한다.
1항은 사용자가 천재ㆍ사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따라 임금 지급을 지연하는 경우 그 사유가 존속하는 기간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18(지연이자의 적용제외 사유) 법 제37조제2항에서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1. 임금채권보장법7조제1항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사유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2.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국가재정법, 지방자치법등 법령상의 제약에 따라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
3. 지급이 지연되고 있는 임금 및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존부(存否)를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4. 그 밖에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


<대법원 판례>
1. 단체협약에서 근로자의 사망으로 지급되는 퇴직금(이하 사망퇴직금이라 한다)을 근로기준법이 정한 유족보상의 범위와 순위에 따라 유족에게 지급하기로 정하였다면, 개별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이와 다른 내용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수령권자인 유족은 상속인으로서가 아니라 위 규정에 따라 직접 사망퇴직금을 취득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의 사망퇴직금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수령권자인 유족의 고유재산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이라 한다)은 사용자가 퇴직한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퇴직금의 액수, 지급 방법 등에 관하여 규정하였으나, 사망퇴직금의 수령권자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정하지는 아니하였다.
. 일반적으로 퇴직금은 후불적 임금으로서의 성격과 공로보상적 성격 외에도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격을 함께 가지므로(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3225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사망퇴직금은 사망한 근로자의 생전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 외에 근로자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던 유족의 생활보장과 복리향상 등을 위한 급여로서의 성격도 함께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단체협약에서 근로자의 재직 중 사망으로 말미암아 생활보장이 필요한 유족에게 사망퇴직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정하는 것은 사망퇴직금의 성격에도 부합한다.
. 단체협약은 헌법이 직접 보장하는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의 행사에 따른 것이자 헌법이 제도적으로 보장한 노사의 협약자치의 결과물이므로 법원의 후견적 개입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624899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단체협약으로 유족의 생활보장과 복리향상을 목적으로 하여 근로기준법이 정한 유족에게 사망퇴직금을 지급하도록 정하였다면, 이는 그 자체로 현저히 합리성을 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가급적 존중되어야 한다.
2.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 2, 같은 법 시행령 제17, 18조 제3호의 각 규정에 따르면, 사용자는 임금 및 퇴직급여법에 따른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 그 다음 날부터 지급하는 날까지의 지연일수에 대하여 연 100분의 20의 이율에 따른 지연이자를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지급이 지연되고 있는 임금 및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존부를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존속하는 기간에 대하여 위와 같은 이율에 따른 지연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대법원 2019. 10. 18. 선고 2018239110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18283049)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