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사노무관리/최저임금관리

<노동생산성과 빅맥지수, 그리고 최저임금>

728x90
반응형

오래전에 고교동문인 경제학과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경제학과가 있는 강의동을 찾은 적이 있었습니다. 시간을 착각하여 만나지 못했다가, 마침 친구가 거시경제학의 권위자인 정운찬 교수(서울대 총장 및 국무총리를 지낸 그분 맞습니다!)의 수업을 듣고 있기에, 얼떨결에 청강을 하게 되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분이었기에, 뭐라도 건질 것이 있는가 해서 청강을 했던 것입니다. 물론 건진 것이 있습니다! 아직도 강의 내용이 생생한데, 그 요지는, 경제학에서 각종 수식과 지표를 내세우는 것은, 말로 하면 정확성이 떨어지기에 과학성을 제고하려는 것이다, 라는 것입니다. 말로 하면 공허하니까 정밀성을 높이려는 수단으로써 수식과 숫자를 사용하는 것인데, 이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도 정운찬 교수는 부가하였습니다.

 

정운찬 교수의 강의를 듣다가 의문이 있는 경제지표가 있었습니다. 바로 노동생산성입니다. 경제학은 시간당 노동생산성의 수식을 시간당 노동생산성 = 1인당 GDP ÷ 총노동시간으로 정의합니다. 이것은 경제학 교과서는 물론 정부의 공식 지표에도 사용됩니다(https://www.index.go.kr/unify/idx-info.do?idxCd=4202 참조). 노동생산성의 수치를 따르자면, 부자 나라는 가난한 나라의 국민보다 노동생산성이 높다는 경제학적결론이 도출됩니다. 그런데 의문이 있습니다. 삼성 갤럭시폰을 베트남 공장과 한국 공장에서 만든 것이 차이가 있을까? 중국산 아이폰과 인도산 아이폰의 품질의 차이가 있을까? 중국에서 거의 완제품을 만들고 라벨만 프랑스 샤넬을 붙인 샤넬백과 프랑스 내에서 중국인을 저임금으로 고용하여 만든 샤넬백의 품질 차이가 있을까? 라는 일련의 물음이 그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품질 자체는 대동소이합니다.

 

여기에서 노동생산성에 대한 의문이 시작됩니다. 선진국의 노동생산성이 높다는 것은 실은 노동의 효율성이 높다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가격과 임금수준이 높다는 것을 확인하는 차원이 아닌가? 상품의 품질이 동등하다면, 선진국의 노동생산성이 높다는 것은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이 아닌가? 하는 일련의 의문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빅맥지수에 이르러서는 노동생산성의 효용에 대한 의문에 대못을 박습니다. 빅맥지수는 동등한 상품인 미국의 맥도날드 햄버거를 대표하는 빅맥이 전 세계에서 팔린다는 점을 주목하여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사가 개발한 환율 및 물가, 그리고 임금수준지표이기 때문입니다. 빅맥은 전 세계에서 동등한 품질로 팔립니다. 동등한 품질이라면 당연히 가격도 동일한 것이 원칙이라는 전제, '일물일가의 법칙'(Law of one price)을 전제로 합니다. 물론 일물일가를 위해서는 빅맥이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는 자유시장경제여야 합니다.

 

본래 빅맥지수란 환율을 결정하는 여러 초급 이론 중 구매력평가설(purchasing power parity)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동일한 빅맥이라는 상품이기에,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라면 자유로운 이동을 통하여 하나의 가격을 지니는 것이 당연하지만, 각국의 경제상황에 따라 현실적으로 다른 가격을 지닌 것은 각국의 환율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논거를 제시하면서, 환율의 적정수준을 설명하기 위한 구매력평가설에 기초한 것입니다. 가령, A국이 B국보다 빅맥이 비싸면 적정환율이 아니기에 가격차이가 발생한다는 이론입니다. 부자나라나 가난한 나라나 자국의 환율수준이 빅맥의 가격이 동일하도록 변해야 하는 방향성을 표시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환율은 현실적으로 구매력평가설이 설명하는 방향으로 이동하지는 않습니다. 환율이 각국의 경제사정에 따라 다른 것은 다양한 변수에 기인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빅맥지수는 본래적 의미보다는 각국의 경제사정에 따른 상대적 물가차이를 반영하는 지표로 사용됩니다. 한편, 빅맥지수는 시급으로 구매할 수 임금수준을 반영합니다. 대부분의 국가가 최저임금제를 채택하기에 최저임금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도 사용합니다. 다음 <기사>가 대표적입니다. <기사>호주가 3.95개로 가장 많았고 스위스(3.4영국(2.56미국(2.52)의 순이었다는 것이다. 프랑스·독일 등 유럽연합 주요 5국의 평균치는 2.5개였고 캐나다는 2.32개였다. 일본은 2.18개로 하위권이었고, 한국은 더 낮은 1.79개에 그쳤다.’라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급격한 최저임금인상이 사회적 충격을 줬다고 보수언론이 지적한 것과 달리 한국의 임금수준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빅맥을 구매할 수 있는 임금수준이 낮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빅맥지수가 의미가 있으려면, 고기와 채소 등 재료의 조달비가 각국마다 다르다는 현실을 상쇄할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빅맥지수의 대전제인 일물일가를 상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아이폰이나 갤럭시폰과 같이 각국에서 판매하는 생필품의 재료 및 성능이 원칙적으로 동일한 상품이 더 현실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빅맥지수가 각국의 경제학 교과서에서 사용될 정도로 대중적이기에 단시간에 대체는 어려울 듯합니다.

<기사>
맥도날드 대표 메뉴인 빅맥(Big Mac)’을 기준으로 세계 주요국의 물가를 월급 봉투 두께를 간접 비교한 지난 2일 일본 언론 보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주요 국가별로 근로자가 시급으로 구매할 수 있는 빅맥 개수를 조사해봤더니 호주가 3.95개로 가장 많았고 스위스(3.4영국(2.56미국(2.52)의 순이었다는 것이다. 프랑스·독일 등 유럽연합 주요 5국의 평균치는 2.5개였고 캐나다는 2.32개였다. 일본은 2.18개로 하위권이었고, 한국은 더 낮은 1.79개에 그쳤다. 국가별 시급은 맥도날드를 포함한 글로벌 외식기업 22곳의 점포 근로자가 받는 금액의 중앙치였고 국가별 빅맥 가격은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빅맥지수를 기준으로 활용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885718?sid=104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