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자수성가형 부자로는 최고로 꼽히는 록펠러는 검소하기로 유명했습니다. 마트에서 할인 양복을 즐겨 입었습니다. ‘자동차왕’으로 불렸던 헨리 포드도 ‘나는 언제나 헨리 포드다. 비싼 옷과 호텔은 의미가 없다.’는 취지의 어록을 남겼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갑부이기에, 그를 보여주기 위한 옷과 호텔은 의미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질세라 현대 그룹의 창업주 정주영은 ‘나는 그저 꽤 부유한 노동자일 뿐이며 노동으로 재화를 생산해 내는 사람일 뿐이다.’라는 어록을 남겼습니다. 근로기준법의 구분으로는 당연히 사용자로 분류되는 그였지만, 일을 한다는 면에서는 자신도 고액의 급여를 받는 노동자로 자평한 것입니다.
○누구나 유사한 경험을 갖고 있겠지만, 부자라고 하여 언제나 비싼 옷과 고급식당, 그리고 고가 와인을 즐기는 것은 아닙니다. 노인들이 주로 하는 공공근로 참가자 중에는 빌딩 소유주도 있습니다. 허름한 옷으로 폐지를 줍는 노인들 중에는 놀랍게도 막대한 현금 부자도 있습니다. 세상은 다양한 군상이 존재하는데, 겉모습이 전부는 아닙니다. 그런데 그 이전에 부자, 빈자 가릴 것 없이 최근의 근로경향은 노인들이라도 일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용돈벌이라도 해서 손주들에게 과자라도 사주려는 노인부터 생활고를 해결하려는 노인까지 다양한 이유로 노인들은 취업전선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주유소의 주유원이나 편의점의 판매원으로 근무하는 노인들은 이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일하는 노인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노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법원의 판례도 많아집니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는 아무런 송사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음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3. 11. 2. 선고 2023두41727 판결)는 정년퇴직 노인근로자의 재고용기대권에 대한 판례입니다. 과거 1970년대만 하더라도 환갑잔치를 동네가 떠들썩하게 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이제 아무도 환갑잔치를 하지 않습니다. 이제 60세는 대부분 한참 일할 나이로 봅니다. 그리고 더 일을 하겠다고 송사를 벌이는 세상입니다.
○본래 기대권이라는 권리는 독일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Anwartschaft Rechts라 불리는 기대권은 강학상에서만 존재하고 현실에서는 그리 존재감이 없었는데, 노동법상 기간제근로자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대법원이 도입된 이래 이제는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에게 권리확대를 위하여 재고용기대권이라는 이름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었습니다. 이 판례의 주인공은 1960년 7월생으로 586세대의 맞형입니다. 직접 관련이 없는 말이지만, 주로 2030세대가 날을 세우는 586세대는 대부분 60대 노인입니다. 이제 사회중추에서 물러난 처지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소송에서는 ‘보조참가인’)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이 사건 요양시설에서 기간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였습니다. 이 사회복지법인은 정년이 60세이며 정년이 되는 달이 근로관계 종료일입니다. 보조참가인은 2020. 7.에 정년이 돌아옵니다. 따라서 2020. 7. 31.까지만 근무할 수 있습니다.
○재고용기대권을 긍정한 원심의 판단과 달리 대법원은 원고의 취업규칙과 이 사건 요양시설 운영규정은 촉탁직 근로자 재고용 여부에 관하여 원고에게 재량을 부여하고 있으며 일정한 기준을 충족할 경우 재고용이 보장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참가인과 원고의 각 근로계약서도 원고에게 촉탁직 재고용 의무를 부여하는 취지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재고용기대권을 부정하고 원심판결을 파기 및 환송하였습니다. 이 판례는 정년제도의 본질을 음미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근로계약이라는 이름을 빌리지만 정년제도는 근로관계를 강제적으로 종료하는 당사자 간의 약속입니다. 이미 종료한 근로관계를 무시하고 촉탁직 재고용을 ‘의무적으로’ 실시한다는 기대를 형성하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이례적입니다. 그럴 바에야 아예 정년제도를 배제하고 일정 연령이 되면 취업규칙 등에 촉탁직으로 전직이 되는 규정을 두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정년제도를 두는 것이 조직의 신진대사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교정서가 강한 한국에서 촉탁직으로 근무를 계속하게 하는 것이 조직 내 질서유지에 당연히 도움이 된다고도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통상의 기대권과 정년재고용기대권은 그 요건을 달리 해석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대법원 판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한 근로계약,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이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한 그에 명시된 정년에 도달하여 당연퇴직하게 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정년을 연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계속 유지할 것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서, 해당 근로자에게 정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재고용을 실시하게 된 경위 및 그 실시기간, 해당 직종 또는 직무 분야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 중 재고용된 사람의 비율, 재고용이 거절된 근로자가 있는 경우 그 사유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사업장에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다고 인정되는 등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는 그에 따라 정년 후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18다275925 판결 참조). 이와 같이 정년퇴직하게 된 근로자에게 기간제 근로자로의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자로의 재고용을 합리적 이유 없이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에게 효력이 없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두62492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간제 근로자가 정년을 이유로 퇴직하게 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대법원 2023. 11. 2. 선고 2023두41727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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