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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그 많은 일제강점기 무기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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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각시탈’은 각시탈로 분한 주원의 열연으로 많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역사고증에 있어서 많은 비판을 받은 작품입니다. 그런데 그 시대의 묘사에서 틀리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헌병경찰통치’로 악명이 높은 일제강점기의 통치방식의 묘사입니다. 짜증나게 외울 것이 많아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어하는 국사 교과서에는 ‘일본의 현역 대장인 군인이 조선총독부의 총독으로 부임을 했다.’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헌병경찰통치시대를 상징하는 문장입니다. 삼천리 조선반도를 일제의 군국주의 방식으로 거대한 병영국가로 통치하는 것이 헌병경찰통치입니다. 당연히 조선백성을 억압하는 것이 필연적이며, 총과 칼에 의한 통치를 예고합니다.
 
헌병경찰통치는 조선 방방곡곡에 일제의 거대한 군사기지와 군사무기의 존재가 필연적입니다. 그런데 일제는 미국에 패전합니다. 그 엄청난 군사기지와 군사무기는 어떻게 됐을까요? 조선총독부는 조선정부가 아닌 미국이 접수합니다. 당연히 미국이 처리하게 됩니다. 미국의 집행기구는 미군 태평양사령부입니다. 당시 사령관 맥아더 미 육군원수의 명의로 포고령을 발령합니다. 그 포고령 제1호(Proclamation No. 1 by General of the Army Douglas MacArthur)는 미군이 조선총독부를 대체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군정은 미군 태평양사령부의 예하부대인 미군 제24군단이 집행하며, 그 책임자는 하지 중장입니다. 슬프게도 군국주의에 신음한 조선은 미군에 의하여 통치를 이어나가는 셈이었습니다.
 
미군정은 ‘점령 지령 제2호’를 발표합니다. 여기에 일제의 군사기지와 군사무기의 처리방향이 들어있습니다. 이것은 전투용 장비는 미군이 정보 분석 및 연구용으로 사용하거나 기념품, 전리품으로 쓸 것을 제외하고 ‘파괴’를 원칙으로 하고, 민간 소비재로 사용할 수 있는 보급품은 민간인에게 공급하도록 했습니다. 군사기지를 포함한 군사시설은 추후 지시가 있을 때까지 그대로 지키고 있어야 했습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대목은 ‘파괴가 원칙’이라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그 엄청난 양의 일제의 무기는 바다에 버려지거나 폭파되거나 파괴되었습니다. 그 파괴의 과정에서 많은 미군이 사상하기도 했습니다. 전사 아닌 전사인 셈이었습니다.
 
그러나 치안을 유지해야 했기에, 그리고 북한의 위협에 대처해야 했기에, 전부를 파괴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경찰서와 군부대에는 일제의 아리사카(有坂)소총과 그 개량형인 38식 소총과 99식 소총이 배치되었습니다. 이 소총들은 모두 미군의 주력소총인 M1개런드 소총이나 M1카빈에 비하면 열등했습니다. 그래서 6.25를 거치면서 미제 소총들로 국군이 무장을 했습니다. ‘각시탈’을 보면 일제의 아리사카소총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 ‘밀정’이나 ‘암살’을 보면, 독립군이 사용하는 무기로, 러시아의 전설적인 모신-나강소총, 독일의 발터ppk권총(제임스 본드 권총), 루거권총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고증이나 각종 기록을 보면, 일제의 아리사카소총을 노획해서 사용한 이력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리사카소총은 일제가 조선을 폭압적으로 통치하는 수단으로도, 그리고 독립을 쟁취하려는 독립군의 요긴한 무기로도, 그리고 인민군을 방어하는 무기로도 쓰였습니다.
 
6.25초창기에 국군이 바로 이 아리사카소총과 일제의 남부권총으로 싸웠다는 사실에서 역사의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조선백성을 탄압하던 무기가 한국을 지키는 무기로 둔갑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국군은 나중에 미군의 M1개런드소총, M1카빈소총, 그리고 톰슨 기관단총이나 M3그리스건을 사용했습니다. 고 나시찬이 열연한 ‘전우’를 보면, 나시찬이 M3그리스건을 들고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미군의 M1개런드소총에 비하면 아리사카소총은 열등합니다. 그러나 M1개런드소총은 아리사카소총보다 무겁습니다. 그래서 6.25의 와중에 아리사카소총을 고수한 국군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영화 ‘고지전’은 물론 나시찬의 ‘전우’, 강민호의 ‘전우’, 그리고 최수종의 ‘전우’ 그 어디에서도 아리사카소총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일제에 대한 증오심이 작용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잔존하는 것도 많지 않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과는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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