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효자!>

진정한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

 

○한국 프로야구의 홈런기록을 갖고 있는 이승엽이 모토로 삼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 자체는 일부만 맞는 말입니다. 예체능은 전형적으로 재능이 지배하는 영역입니다. 모차르트가 작곡한 어마어마한 곡들이 노력해서 얻어진 것이 아니며, 손흥민의 전매특허인 감아차기골은 연습 이전에 재능의 영역입니다. 이러한 영역들은 연습을 한다고 누구나 이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그러나 근로자가 되거나 사용자가 되어 납부한 국민연금 보험료는 거부가 아닌 이상 누구나 납부할 수 있습니다. 거부라면 몰라도 어느 정도 수입활동이 있다면 과거에는 주택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 서울에서의 아파트 구매는 월등한 수입활동이 전제되기는 하지만, 지방에서의 아파트 구매는 평범한 소시민도 가능한 영역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한 소시민은 늙어서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진정한 효자입니다. 공무원연금은 정년이 보장되고 보험료 납부액도 많고, 무엇보다도 국민연금에는 없는 지급률이라는 특혜가 있어서, 국민연금보다 월등하게 효성이 극진한(!) 효자가 됩니다. 더욱이 퇴직수당도 있고 명예퇴직수당도 법정되어 있어서, <기사2>에 등장하는 윤희숙 전 의원의 지적처럼 ‘신 귀족’과 같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고독사’라는 제목으로 각종 기사가 자주 언론에 등장합니다. 그런데 슬프게도 고독사로 죽는 사람들 상당수가 외형상으로는 고독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가족과의 왕래가 끊긴 상황이기에 고독하지만, 외형상으로는 ‘고독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친구는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입니다. 실은 공적연금은 효자이자 친구를 넘어 인생의 동반자이며, 인생의 든든한 지원군인 셈입니다. 가족은 배신을 하더라도 공적연금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서글픈 현실이기도 합니다, 근자에 유독 국민연금의 재테크에 대한 기사가 급증하는 것도 주목하여야 합니다.

 

○인터넷 댓글을 보면, 국민연금을 폐지하자는 무식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습니다. 국민연금을 폐지하려면 국민연금법을 폐지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국민연금법을 폐지하려면 헌법상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박탈금지라는 규정에 반하지 않아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기사1>에 등장하는 국민연금 수급자가 국민연금법으로 확정받은 수급자격을 소급하여 박탈하는 것은 헌법에 반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지금 납부하고 있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자격을 박탈하는 것도 위헌입니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폐지는 신규가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후에야 비로소 가능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후세대가 전세대를 부양하는 구조입니다.

<기사1> 국민연금 수급자가 제도 시행 34년 만에 600만명을 돌파했다. 국민의 약 11.6%가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23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받는 국민은 이달 600만명을 넘어섰다. 1988년 제도가 시행된 지 34년 만이다. 수급자가 500만명을 넘은 것은 지난 2020년 4월이었다. 500만명에서 600만명으로 늘어나는 데 2년 1개월이 걸린 것이다. 수급자 증가세는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300만명에서 400만명으로 늘어나는 데는 4년 8개월, 400만명에서 500만명으로 느는 데는 3년 6개월이 걸렸다. 100만명 증가에 걸린 시간을 계산해보면 400만명에서 500만명으로 느는 데는 직전보다 1년 2개월, 500만명에서 600만명으로 느는 데는 직전에 비해 1년 5개월이 각각 줄었다. 이에 대해 공단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등으로 수급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4967812?sid=102 <기사2> "공무원이 신귀족처럼 됐다. 옆집 공무원 부부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노후가 넉넉하다. 그 안에는 보험의 수리적 구조상 말도 안되게 (공무원들에게) 유리한 구조가 있어서 그런 것이다." 대권 도전에 나선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국민 대다수의 인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젊었을 때는 능력에 비해 박한 연봉을 받지만, 은퇴 이후에는 누구보다도 따뜻한 노후가 보장되는 직업으로 생각한다.공무원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공무원연금이 일반 직장인들이 받는 국민연금보다 금액이 큰 것은 그만큼 많이 내기 때문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1/08/787984/

이것을 ‘사회연대성의 원리’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후세대가 전세대의 국민연금을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국민연금의 신규가입자가 없다면 국민연금을 받던 수급자들은 졸지에 ‘개털’이 됩니다. 공무원연금과 달리 국가에게 세금으로 지급해 달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공무원연금의 지급보장!). 그런데 출산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면, 물리적으로 국민연금의 지급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유럽 각국이 지속적으로 이민정책을 편 것은 바로 이 연금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무척이나 어려운 함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