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세계적인 히트곡 ‘강남스타일’에는 ‘반전 있는 여자’가 남성의 매력을 끄는 여성으로 그려집니다. 그러나 ‘반전’은 이성의 매력이라는 영역보다는 인생살이라는 영역에서 더 자주, 그리고 절절하게 등장합니다. 도배학원 등 일용근로자의 교육을 위한 학원에 등록한 사람들의 전직을 보면 그야말로 ‘반전’의 행렬이 이어집니다. 전직 은행지점장, 전직 대기업 간부, 전직 공무원, 전직 대학교수, 전직 교장 등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 제법 있기 때문입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은 역설적으로 직업에 귀천이 있다는 말입니다. 귀천이 아예 없다면 이런 말 자체가 생길 이유가 없습니다. 누구나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 이런 식의 인생훈계를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백세시대가 오고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인생이모작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직업은 놀라운 ‘반전’이 꽤나 많이 등장합니다. 역설적으로 풍요가 일상이 된 현대사회에서 장수가 직업에 귀천을 엷게 하는 사회를 만든 것입니다. 일본의 한국계 피겨스타 아사다 마오가 고향에서 농사를 짓는 것도 꽤나 흥미로운, 그러나 슬픔이 담긴 ‘반전’입니다.
○이러한 인생살이의 변화는 손해배상법리에 있어서도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대법원은 인신사고에 있어서 ‘손해3분설’을 확립하여 적극손해, 소극손해, 위자료라는 각각의 항목으로 손해를 구성합니다. 적극손해란 치료비 등 글자 그대로 적극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것을 말하며, 소극손해는 향후 벌어들일 수입 등을 말하며 보통 일실손해라고도 합니다. 위자료는 인신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정신적 손해를 말합니다. 기대수명의 연장과 고령자의 근로현황, 즉 위에서 말한 전직들의 직업활동은 바로 이 소극손해와 직결되는 사안입니다.
○소극손해는 늙어죽을 때까지 돈벌이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정한 시점까지 직업활동을 한다는 전제에서 산정하는 것입니다. 그 직업활동의 종기를 가동연한이라 합니다. 그런데 전술한 전직들은 모두 월급쟁이들이었습니다. 즉 정년퇴직이나 사직과 같이 근로관계의 종료 이후에도 직업활동을 하는 사안입니다. 말하자면, 인신사고에 있어서 등장하는 가동연한이라는 개념은 정년 등과 같은 근로관계의 종료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개념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에서 바로 가동연한을 두고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9. 2. 21. 선고 2018다248909 전원합의체 판결)이 2019년에 선고되었습니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가동연한의 문제는 직접적으로는 손해배상채권의 범위 중 가동연한에 따른 일실소득의 문제였지만, 동시에 사회보험과도 관련이 깊은 문제입니다. 나아가 손해보험의 보험료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고용보험법 제10조 제2항은 65세 전부터 피보험 자격을 유지하던 사람이 65세 이후에 계속하여 고용된 경우가 아닌 한 65세 이후에 고용되는 근로자에게는 적용하지 않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역으로 보자면, 65세 이후에도 직업활동을 하는 사람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이렇게 고령자의 고용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었습니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과 마찬가지로 시대적 상황의 변화를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또한 위 전원합의체 판결 중의 이유에서 등장하는 ‘국민연금의 수급개시연령은 점차 연장되어 2013~2017년에는 61세, 2018~2022년에는 62세, 2023~2027년에는 63세, 2028~2032년에는 64세, 2033년 이후에는 65세이다(법률 제11143호로 개정되어 2012. 7. 1.부터 시행된 국민연금법 제62조 제1항 및 그 부칙 제6조). 공무원연금 및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의 수급개시연령도 점차 연장되어 2021년까지는 60세’라는 대목도 고령화에 따른 직업활동의 변화와 가동연한의 증가를 전제로 한 설명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물론 윤석열 정부에서도 고령자의 고용촉진을 위하여 정년의 연장 등을 입법적 과제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정년의 연장은 호봉제의 폐지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인 상황입니다. 청년실업도 고려하여야 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가동연한이라는 손해배상의 장치는 고령화와 직업활동의 변화라는 사회적 변화를 법률이론에 어떻게 담는가의 문제로 귀결이 됩니다. 동시에 사회보험법의 개정으로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담을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이 됩니다.
<고용보험법> 제10조(적용 제외)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에게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1. 삭제 <2019. 1. 15.> 2. 소정(所定)근로시간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간 미만인 사람 3.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별정직공무원, 「국가공무원법」 제26조의5 및 「지방공무원법」 제25조의5에 따른 임기제공무원의 경우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고용보험(제4장에 한정한다)에 가입할 수 있다. 4.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 5.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 ② 65세 이후에 고용(65세 전부터 피보험 자격을 유지하던 사람이 65세 이후에 계속하여 고용된 경우는 제외한다)되거나 자영업을 개시한 사람에게는 제4장 및 제5장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판례> 가. 대법원은 1989. 12. 26. 선고한 88다카16867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에서 일반육체노동을 하는 사람 또는 육체노동을 주로 생계활동으로 하는 사람(이하 ‘육체노동’이라 한다)의 가동연한을 경험칙상 만 55세라고 본 기존 견해를 폐기하였다. 그 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경험칙상 만 60세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를 유지하여 왔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하고 법제도가 정비·개선됨에 따라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위 경험칙의 기초가 되었던 제반 사정들이 아래와 같이 현저히 변하였기 때문에 위와 같은 견해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 (1) 국민의 평균여명(0세 기준)은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1989년) 남자 67.0세, 여자 75.3세이었는데, 2015년에는 남자 79.0세, 여자 85.2세로, 2017년에는 남자 79.7세, 여자 85.7세로 늘어났다. (2) 우리나라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1989년) 6,516달러이었는데, 2015년 27,000달러를 넘어 2018년에는 30,000달러에 이르렀다. (3)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기능직공무원 중 주로 육체적 업무를 내용으로 하는 철도원, 토목원, 건축원, 기계원 등의 정년이 법령상 만 58세이었는데, 2013년 이후 기능직공무원을 포함한 공무원 대부분의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되었다(법률 제9113호로 개정되어 2009. 1. 1.부터 시행된 국가공무원법 제74조 제1항 및 그 부칙 제1항, 제2항, 법률 제9301호로 개정되어 2009년 1. 1.부터 시행된 지방공무원법 제66조 제1항 및 그 부칙 제7조). 민간부문에서도 2017. 1. 1.부터 모든 근로자에 대하여 정년을 만 60세 이상으로 하도록 의무화되었다[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어 2016. 1. 1. 또는 2017. 1. 1.부터 시행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19조 및 그 부칙 제1호, 제2호]. 그리고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등에 따르면 실제로 2016년 현재 정년제를 운영 중인 사업장의 평균 정년이 60.4세이다. (4)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공식 은퇴연령보다 실질 은퇴연령이 높은데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실질적인 평균 은퇴연령은 남성 72.0세, 여성 72.2세로 OECD 평균 남성 65.1세, 여성 63.6세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연령별 경제활동인구조사(총괄)에 의하더라도,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가 점점 늘어나 60~64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52.0%이었는데, 2015. 8. 61.7%, 2017. 12. 61.5%로 각 상향되었다. (5) 고용보험법은 1993. 12. 27. 제정 당시에는 60세 미만으로서 새로이 고용된 자에 대해 적용하였으나(법률 제4644호로 제정되어 1995. 7. 1. 시행된 고용보험법 제8조 제1호), 2013. 6. 4. 개정 이후 65세 미만으로서 고용되거나 자영업을 개시한 자에 대하여도 적용하되 65세 이후에 새롭게 고용되거나 자영업을 개시한 자만을 제외하고 있다(법률 제11864호로 개정되어 2013. 6. 4. 시행된 고용보험법 제10조 제1호). (6) 국민연금의 수급개시연령은 점차 연장되어 2013~2017년에는 61세, 2018~2022년에는 62세, 2023~2027년에는 63세, 2028~2032년에는 64세, 2033년 이후에는 65세이다(법률 제11143호로 개정되어 2012. 7. 1.부터 시행된 국민연금법 제62조 제1항 및 그 부칙 제6조). 공무원연금 및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의 수급개시연령도 점차 연장되어 2021년까지는 60세이나, 2022년에는 61세, 2024년에는 62세, 2027년에는 63세, 2030년에는 64세, 2033년 이후에는 65세이다(법률 제13387호로 개정되어 2016. 1. 1.부터 시행된 공무원연금법 제46조 제1항 제1호 및 그 부칙 제7조, 법률 제13561호로 개정되어 2016. 1. 1.부터 시행된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제42조 및 그 부칙 제7조). (7) 각종 사회보장 법령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생계를 보장하여야 하는 고령자 내지 노인을 65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2014. 5. 20. 기초노령연금법이 폐지되고 제정된 기초연금법에서 기초연금 수급연령을 65세로 규정하고 있다(제3조 제1항). 또한 2007. 4. 27. 제정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장기요양급여를 제공받을 수 있는 노인 역시 65세 이상이다(제2조). (8) 저출산 및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2005. 5. 18.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되기까지 하였는데, 위 법은 ‘인구의 고령화’를 전체 인구에서 노인의 인구비율이 증가하는 현상이라 정의한다(제3조 제1호). 이와 관련하여 통계청은 고령자 인구분포를 노령화지수 및 노년부양비를 통해 파악하는데 이때 노령화지수는 0~14세 인구(유소년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로 산출하고, 노년부양비는 15~64세 인구(생산가능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로 산출한다. 그 밖에 고령자 관련 통계 역시 65세 이상 인구를 기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법원 2019. 2. 21. 선고 2018다248909 전원합의체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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