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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보험/고용 및 산재보험

<고령자와 실업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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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수가 실업급여를 시럽급여라고 거세게 비난하여 강한 후폭풍을 받은 이례적인 상황 외에 보수와 진보가 실업급여정책에 대한 뚜렷한 다툼은 없었습니다. 가령, 1993년 고용보험법의 최초 제정시에는 만 60세부터 고용보험 가입대상자를 제외하였으나, 보수와 진보는 거국적으로 합의하여 대상자의 연령을 인상하여 현행법의 만 65세로 개정하였습니다. 이것은 고령화시대, 그리고 고령자도 근로를 희망한다는 명백한 현실 앞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시각이 달라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음 <기사>에는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실업급여의 배제를 감성적인 시각에서 비판하고 있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올드보이들의 항변은 이제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고령화가 진전된다면 당연히 고령자의 취업활동이 증가하고, 취업활동과 긴밀한 상관관계에 있는 실업급여의 수급연령도 상향조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주장은 심각한 결함이 있습니다. 그것은 실업급여제도 자체가 다양한 사회보장제도의 하나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법률체계를 훼손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정규직 고용체계는 호봉제가 기본입니다. 그래서 호봉제는 생산성이 떨어지면서도 고액의 연봉을 받는 고령의 근로자들에게는 젖과 꿀이 될 수 있지만, 기업의 경영현실에서는 독이 됩니다. 고령자는 주로 관리직을 담당할 수밖에 없는데, 디지털시대에서 관리직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효율적인 기업경영에 장애가 되는 기업조직의 슬림화와 피라미드형 조직구조에 걸림돌이 됩니다. 실무자들에게는 관리직이라는 시어머니가 많아지면 당연히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정년제도가 필수적입니다. 현행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19조는 정년을 60세로 정하고 있습니다. 정년제도는 기업의 신진대사를 보장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정년이 없는 종신제라면 해당 기업의 운명은 암울합니다.

 

바로 여기에서부터 고령자의 실업급여제도와 긴장관계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공적연금관련법률은 물론 노인복지법과도 긴장관계가 발생합니다. 직장에서 이직을 하는 정년이라는 연령은 실은 기업이 채용을 기피한다는 숨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고령자를 적극적으로 채용한다면 고령자고용법이라는 법률 자체가 제정되지 아니합니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노인복지법이 제정되었는데 이것과도 균형이 맞지 않습니다. 헌법재판소 판결(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7헌마238 전원재판부 결정)에서도 바로 이것을 지적하였습니다. 장유유서의 유교적 생활방식이 익숙한 한국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해도 그렇습니다.

 

사회보장제도의 결정기준은 객관적이고 획일적이어야 제도의 운용에 효율적입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연령에 따라 획일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고령자에 대한 실업급여의 인정은 기초연금, 그리고 공적연금과의 연계라는 실무적인 문제 외에도 은퇴자임을 전제로 공적연금을 받으면서 동시에 현직 근로자로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성격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고령자는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일자리, 예를 들어 아파트경비원이나 주유소 주유원 등과 같은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당연히 고용보험료를 납부하여야 하는데, 상당수 노인들은 고용보험료라는 돈을 내기는 넉넉하지 않습니다. 고령자를 채용하는 것 자체가 사업주에게는 부담스러운데 고용보험료까지 부담하라면 사업주는 더욱 고령자의 고용을 회피하게 됩니다.

 

송강 정철의 시조 중에서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로 시작하는 훈민가가 있습니다. 경로를 담은 교훈가라고 보는 것이 보통이지만, 노인들도 좋든 싫든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조선시대 역시 마찬가지라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노인들에게는 실업급여의 확충보다는 고령자를 채용하는 경우에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고령자고용법의 취지가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고령화시대란 고령자의 고용확대가 필수인 사회를 의미합니다.

<기사>
아파트 청소를 하는 1954년생 여성은 음력설이 지나 만 70세가 됐습니다. 이 일을 시작한 건 재작년 겨울.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은행 거래를 하다가 우연히 구인 광고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그전까진 자식 여럿을 키우느라 돈벌이를 해본 적이 없어서 일자리를 어디서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막막했습니다. 잠시 공공근로도 해봤지만, 젊은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나이든 사람은 적게 일하고 적게 받는 자리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매일 점심시간을 포함해 하루 7시간 아파트 한 동을 혼자 청소합니다. 층마다 걸레질을 반복하다 보면 겨울에도 내복이 땀에 젖습니다. 140만 원 남짓한 월급을 받을 때면 너무 적다 싶으면서도, 언제까지 이 일을 시켜줄지 걱정입니다.


전에 본사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쓰라고 해서, 내가 우리 월급을 좀 올려달라고 그랬어요. 200만 원은 받았으면 싶어서. 그런데 그거는 내 생각이지 뭐. 이제 내가 만 70살이잖아요. 전에 70살 넘은 사람 확 다 잘랐다 그러더라고.”


당장 일이 없으면 매달 국가에서 받는 기초연금 33만 원으로 생계를 꾸려야 하는데, 월세를 내면 끝입니다. 국민연금은 한 달에 2만 원 남짓 내다가 진즉 중단하고 찾아 썼습니다. 먹고살기가 빠듯하니 최소가입기간(10)을 채우는 일은 사치였습니다. 이렇게 노후준비가 되지 않은 노인에게 일자리는 당장 생존의 문제입니다.
https://premium.sbs.co.kr/article/ZOHRP_7HWpC


<고용보험법>
10(적용 제외)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에게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중략
65세 이후에 고용(65세 전부터 피보험 자격을 유지하던 사람이 65세 이후에 계속하여 고용된 경우는 제외한다)되거나 자영업을 개시한 사람에게는 제4장 및 제5장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19(정년)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


<헌법재판소 판례>
실업급여제도는 고용기회의 상실이라는 사회적 위험이 발생한 경우 새로운 취업이 이루어지기까지 이러한 위험에 노출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마련된 사회보험제도로서, 일시적인 소득상실을 보전하고 재취업을 지원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근로의 의사와 능력이 없는 자에 대하여는 실업급여를 지급하더라도 이 제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므로, 실업급여는 근로의 의사와 능력이 있는 자를 대상으로 지급된다. 심판대상조항은 이러한 근로의 의사와 능력의 존부에 대한 판단을 개별적·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65세라는 연령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개별적·구체적으로 근로의 의사와 능력을 따져 실업급여의 수급 여부를 판단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실업급여를 포함한 고용보험제도는 개개인의 특수한 사정이나 선택에 의하여 보험관계가 설정되는 사보험이 아니라 보험의 내용이 모두 법률에 의하여 강제되거나 확정되는 공적보험이라는 점에서, 근로의 의사와 능력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일정한 연령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특별히 불합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한편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연령에 기초하여 사회보장급여체계를 형성하면서, 특히 65세 이상인 경우에는 보장 정도를 강화하고 있다. 우선 노인복지법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을 주된 보호대상으로 삼고 있고, 국민연금법령에서는 65세 이상이 되면 소득 있는 업무에 종사하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노령연금수급대상으로 하고 있으며(국민연금법 시행규칙 제26조 제1), 기초연금법에서는 기초연금 수급권자를 65세 이상인 사람 중 소득 하위 70%인 자로 정하고 있다(기초연금법 제3조 제1, 2). 이와 같이 우리의 사회보장체계는 65세 이후에는 소득상실이라는 사회적 위험이 보편적으로 발생한다고 보고, 고용에 대한 지원이나 보장보다 노령연금이나 기초연금과 같은 사회보장급여 체계를 통하여 노후생활이 안정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업급여 대상 여부를 65세라는 연령에 기초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이 지나치게 자의적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7헌마238 전원재판부 결정 [고용보험법 제10조 제1호 위헌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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