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과 지입차주>

 

○학창시절에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읽어보지 않은 분은 거의 없을 듯합니다. 일제시대 인력거꾼 김첨지 아내의 비극적인 죽음과 인력거꾼의 고단한 인생을 ‘운수 좋은 날’이라는 역설적인 단어로 형상화시킨 수작은 읽는 내내 무거운 마음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오늘은 주인공 김첨지의 직업을 노동법적으로 주목해 봅니다.

 

○인력거꾼은 지금으로 치면 일종의 개인택시에 해당합니다. 지금의 개인택시제도는 면허제도에 기반하기 때문에 면허를 사고파는 행위가 가능합니다만, 인력거는 면허제도가 아닙니다. 따라서 무분별한 증감이 발생할 수 있어 시장질서의 교란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력거는 엔진을 사용하지 않는 인력장치 운송수단이기에 규제 자체가 부적절한 측면이 있습니다.

 

○눈을 돌려 화물운송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화물의 운송은 국가의 산업육성과 방향을 결정짓는 상황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화물차의 차고, 물동량, 도로망 및 해운과의 연계성 등의 종합적인 요소가 고려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국가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화물자동차 운수사업허가’를 받은 자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운송사업자가 언제나 자신의 소유 화물차만 가지고 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입차주를 이용하는 것이 보편화되었습니다.

 

○실질은 개인화물차이면서 화물사업자의 명의로 등록된 차량이 지입차량인데, 일본어 모치코미(持(ち)込み)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지입차주 중에서 특정한 구간만 운행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어서 근로자로 인정한 하급심 판례가 있습니다만, 지입차주를 정면으로 근로자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습니다. 지입차주와 관련한 분쟁이 끊임이 없자 국회는 개인도 화물차주가 될 수 있도록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하여, 1인 화물차주를 제도적으로 인정하였습니다.

 

○회사에 소속된 지입차주는 근로자와 사업주 모두에게 적용여지가 있는 중간지대입니다. 사업주로 보더라도 영세자영업자입니다. 그래서 이들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특수형태 근로자’라 하여 산재보험의 임의가입대상으로 규정하였습니다. 화물운송회사에 사실상 종속되어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일련의 입법조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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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 첨지에게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었다. 근 열흘 동안 돈 구경을 못해본 끝에, 아침 댓바람부터 손님이 이어져 10전 짜리 백통화가 쌓이더니 무려 80십전을 번 탓이다. 이렇다면 모주 한 잔을 걸치고 병석의 아내에게 설렁탕 한 그릇을 사다 주기에 충분했다. 아내는 기침을 쿨럭대기가 달포를 넘었다. 끼니도 못 때우는 처지니 약 한 첩 써본 일이 없었다. 게다가 열흘 전에는 조밥을 먹고 체해 병이 더욱 위중해졌다. 중략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조(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의 허가 등) ①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을 경영하려는 자는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1. 일반화물자동차 운송사업: 20대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수 이상의 화물자동차를 사용하여 화물을 운송하는 사업 2. 개인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화물자동차 1대를 사용하여 화물을 운송하는 사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 ② 제29조제1항에 따라 화물자동차 운송가맹사업의 허가를 받은 자는 제1항에 따른 허가를 받지 아니한다. ③ 제1항에 따라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의 허가를 받은 자(이하 "운송사업자"라 한다)가 허가사항을 변경하려면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의 변경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려면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④ 국토교통부장관은 제3항 단서에 따른 변경신고를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신고수리 여부를 신고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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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현실을 반영합니다. 일제시대에 쓰여진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오늘의 현실과 비교해 보면, 운수업의 변천과정과 그 운수업 종사자의 근로자성 등 흥미진진한 쟁점을 평이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