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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

<스위스시계, 그리고 주52시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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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1980년대까지는 손목시계가 졸업 및 입학선물의 대명사였습니다. 부유층에서는 값비싼 스위스시계로 자녀들에게 사랑을 표시했습니다. 시계산업 자체가 사양산업이 된 현재에도 스위스시계는 명품의 대명사로 군림합니다. 그런데 요즘 보는 스위스시계는 과거 1970 ~ 80년대의 스위스시계와 많이 다릅니다. 부속품의 절대다수가 중국산이기 때문입니다. 90% 내외는 중국산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스위스에서도 스위스시계의 법률적 정의를 두고 멘붕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스위스시계의 부품을 만들던 가락(!)이 어디 가지 않습니다. 정품 롤렉스와 거의 차이가 없는 중국산 짝퉁 롤렉스는 이제 전문가도 구분이 어려울 지경입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반중정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중국산 하면 조잡하고 엉성한 제품을 연상합니다. 그러나 스위스인이나 중국인이나 모두 사람입니다. 중국인이 스위스 기계로 만든 스위스시계 부품과 스위스인이 스위스 기계로 만든 스위스시계 부품이 다를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위의 결과가 발생한 것입니다. 과거 개성공단에서 만든 로만손시계가 국내에서 제조된 그것과의 질적인 차이가 구분되지 않은 것과 동일한 이치입니다. 베트남산 갤럭시폰과 국산 갤럭시폰의 품질 차이는 없습니다. 현대 제조업은 절대다수가 전산화, 무인화가 급진전된 상태이기에 각국에서 생산된 공산품은 품질 차이는 미세한 정도에 불과합니다. 유럽산 명품의 절대다수가 중국산인 것은 이제 공지의 사실 수준입니다.

 

자동화, 전산화가 급진전된 공산품을 인건비가 저렴한 곳에서 생산한다면 당연히 제조업체는 돈을 많이 법니다. 여기에서 교역조건으로서의 근로조건이 주목을 받습니다. 동일한 제품을 더 저렴한 비용으로, 게다가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이 제조업체에게 유리하다면 인건비가 비싼 유럽 등에서는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니 그러한 우려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급기야 유럽의 제조업체가 대거 중국에 팔려나갔습니다. 정확히는 중국은 제조업체보다는 브랜드를 사들인 것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 때문에 각국은 교역조건에 근로조건을 삽입하려는 노력을 시도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한-EU FTA입니다. 2021. 1. 25. 한국과 EUFTA 분쟁에 따른 패널보고서는 보고서는 EU의 제소에 대하여 "·EU FTA'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의무'는 비준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의미"라며 "한국이 협약 비준을 위해 기울인 노력을 고려할 때 한국이 협정문을 위반한 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것은 FTA 협정문으로 ILO 협약 비준을 강제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이렇게만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선진국이 된 한국이 과거 개도국 시절의 근로조건을 계속 유지하지 말라는 EU의 강력한 요구이자 숨은 비관세장벽인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근로시간 및 임금 수준이 한국보다 상회하는 EU가 교역조건의 우위를 점하려는 일종의 전략으로 이해하여야 합니다.

 

이제 근로조건은 근로자의 생활조건에서 교역조건, 나아가 국가의 고용정책은 물론 통상전략으로 격상까지 되었습니다. 트럼프를 비난했던 바이든은 노골적으로 ‘Buy American, Hire American’이라는 트럼프의 구호를 따라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생산하는 전기차의 배터리보조금을 배제하는 WTO의 차별금지원칙을 아무 거리낌이 없이 훼손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다음 <기사>에서 ‘"52시간, 유럽처럼 유연하게"고용장관, CEO 간담회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길을 끕니다. 여기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의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초청 간담회에서 행한 발언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입법사항이긴 하지만, 야당이 마냥 반대만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에 주목이 됩니다.

 

그 핵심 내용이 현행 주 단위근로시간의 제한(근로기준법 제50조 제1)에서 단위기간을 월 단위로 개편하는 내용입니다. 과거 이러한 개정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노동계의 반대로 무산이 되곤 했습니다. 특히 이러한 단위기간의 조정은 ILO에서도 금지하고 있는 내용이 아님에도 여기에서는 이상하게 ILO를 찾지 않는 것이 의아합니다. 또한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기간단위도 변경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상공인들이 괜히 한국의 노동법에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의 노동법제의 향방에 따라 자신들의 제품경쟁력에 영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장황하다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이제 국내 노동법적 쟁점은 국내에서만의 문제가 아님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기사>
주한유럽상공회의소는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국이 실시하고 있는 근로시간 제도를 소개했다. 이들은 대체로 우리나라처럼 총량 단위로 근로시간을 규제하고 있으나, 우리와 같은 '주 단위' 규제 방식이 아닌 더 긴 기간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노사가 합의를 통해 유연하게 노동시간 제도를 활용했다.
52시간제로 대표되는 현행 근로시간은 법정근로시간 140시간에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이러한 근로시간 제도가 급변하는 노동시장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주52시간제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주 단위인 연장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1407883?sid=102


<근로기준법>
50(근로시간)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1항 및 제2항에 따라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경우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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