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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노동법자료실

<사용자 개념의 확대, 그리고 확정된 구제명령의 수범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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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대한 비난과 조롱으로 한평생을 살았던 진중권의 멘트 중에서 인상적인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실은 그런 멘트는 과거 1960년대부터 일상에서 자주 나오던 멘트입니다. 진중권의 연령대라면 흔히 들었던 멘트입니다. 물론 그 멘트의 원조가 중요한 것은 아니며, 내용이 중요합니다. 가오는 일본어 카오(, かお)에서 유래했으며, 얼굴이라는 뜻에서 체면의 의미로 전성되었습니다. ‘가오노가다처럼 한국어화한 일본어입니다.

 

유교보이유교걸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성리학의 나라 한국에서는 가오가 특히 중요합니다. 가오는 개인차원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지만, 국가,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차원에서도 중요합니다. 공권력을 발동하는 주체임에도 가오’, 즉 체면이 서지 않으면 국정이나 지방행정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각종 법령에는 국가 등의 가오를 살리는 법적 장치를 규정하였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행정처분의 공정력입니다. 또한 행정처분의 불이행 시 각종 과태료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구 노동조합법이나 구 근로기준법상의 행정기구인 노동위원회의 미확정 구제명령에 대하여 형벌까지 부과하는 규정에 대하여는 국가 등의 가오를 살리는 법적 장치가 지나치다, 즉 위헌시비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헌법재판소는 노동위원회의 미확정 구제명령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하는 구 노동조합법 제46조 부분에 대하여 위헌판결(헌법재판소 1995. 3. 23. 선고 92헌가14)을 내렸습니다. 그 이유는 사용자에 대하여만 의무를 부과하게 되어 있으므로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받게 되는 것은 사용자뿐인바, 이는 사용자와 근로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11조에 위반되며, 구제명령에 대하여 판결에 대한 가집행선고제도와 같이 법원을 통하여 강제할 수 있는 보다 완화된 강제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에 대하여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까지 하도록 한 이 사건 법률규정은 비례의 원칙 내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미확정 구제명령에 대한 형벌규정에 위헌판결은 사실상 근로기준법상의 부당해고등의 구제신청에도 영향을 미쳐서 현재는 확정된 구제명령의 불이행의 경우에만 적용이 됩니다. 다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4. 4. 25. 선고 20241309 판결)은 바로 노동위원회의 확정된 구제명령에 대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주목할 쟁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흔히 말하는 오너가 아닌 확장된 사용자 개념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는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하여 흔히 오너라 부르는 사람 외에 경영 담당자,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까지 사용자로 개념을 확장합니다. 사업주의 지시를 받아 사업주와 동일시할 수 있는 사람까지 확장하여 근로자의 보호를 꾀하려는 입법자의 의사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그런데 위 사안은 주식회사의 실질 사주로서 회사를 사실상 경영해온 피고인이 근로자가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하여 구제명령이 확정되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입니다. 상법 제401조의2는 업무집행지시자 등에게 상법상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하여 규정된 조문인데, 대법원은 이 조문의 취지와 일맥상통하는 실질적인 경영자를 사용자로 본 것입니다. 상법상 등기도 없으면서 과거에 회장이니 사장이니 하는 명칭으로 사업체의 경영을 쥐락펴락했던 분들에 대하여는 상법은 물론 근로기준법에서도 동일하게 법적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는 점이 위 대법원 판결의 의의입니다.

 

<근로기준법>
111(벌칙) 31조제3항에 따라 확정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확정된 구제명령 또는 구제명령을 내용으로 하는 재심판정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1(구제명령 등의 확정) ① 「노동위원회법에 따른 지방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이나 기각결정에 불복하는 사용자나 근로자는 구제명령서나 기각결정서를 통지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1항에 따른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에 대하여 사용자나 근로자는 재심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행정소송법의 규정에 따라 소()를 제기할 수 있다.
1항과 제2항에 따른 기간 이내에 재심을 신청하지 아니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하면 그 구제명령, 기각결정 또는 재심판정은 확정된다.
2(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2.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


<상법>
401조의2(업무집행지시자 등의 책임)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그 지시하거나 집행한 업무에 관하여 제399, 401, 403조 및 제406조의2를 적용하는 경우에는 그 자를 이사로 본다.
1. 회사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이사에게 업무집행을 지시한 자
2. 이사의 이름으로 직접 업무를 집행한 자
3. 이사가 아니면서 명예회장ㆍ회장ㆍ사장ㆍ부사장ㆍ전무ㆍ상무ㆍ이사 기타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하여 회사의 업무를 집행한 자
1항의 경우에 회사 또는 제3자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이사는 제1항에 규정된 자와 연대하여 그 책임을 진다.


<대법원 판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는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그 법의 준수의무자인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 경영 담당자 등으로 확대한 이유는 노동현장에서 근로기준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이다(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1199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이하 부당해고 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부당해고 등을 당한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고(28조 제1),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등이 성립한다고 판정하면 사용자에게 구제명령을 하여야 하며(30조 제1), 구제명령을 받은 사용자가 재심 신청으로 불복하지 아니하면 그 구제명령은 확정된다(31조 제3). 구제명령이 내려지면 사용자는 이를 이행하여야 할 공법상의 의무를 부담하는데(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146285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은 구제명령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이행강제금 제도와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 구제명령을 받은 후 이행기한까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용자에게는 3천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고(33조 제1), 확정된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111).
근로기준법 제111조는 확정된 구제명령 또는 구제명령을 내용으로 하는 재심판정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형식상으로는 대표이사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주로서 회사를 사실상 경영하여 온 자는 구제명령을 이행할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사람으로서 위 조항에서 말하는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13889 판결,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1283 판결 취지 참조).
(대법원 2024. 4. 25. 선고 2024130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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