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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임금관리

<매월의 월급이나 매일의 일당 속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받기로 하는 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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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인디아나 존스시리즈는 발표 때마다 히트하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진가를 발휘한 대작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그 시리즈 중에서 미궁의 사원(The Temple Of Doom)’은 인도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동양에 대한 비하가 담겨있다고 비판하는 이들이 있기는 했지만, 작품 속의 내용이 아예 허구는 아닌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아동노동에 대한 비판은 이상하게 크게 부각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동노동의 원조는 산업혁명의 나라인 영국입니다. 바로 이 아동노동의 금지부터 근대적인 노동법이 태동하였습니다. 노동력 착취는 동서를 막론할 사안이지만, 그 정도에 있어서 서양이 한술 더 뜨는 것이 사실입니다. 당장 영화 벤허속의 노 젓는 노예나, 검투사 노예를 봐도 그렇습니다.

 

각국의 노동법제는 이제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임신부나 아동노동의 금지는 이제 후진국이 아니면 상상조차 어려운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글로벌 스탠다드입니다. 본래 노동법제는 로마법 이래도 민사법의 영역에 국한된 것이었습니다. 민사법의 영역에 행정법상의 규제, 나아가 형사법적 규제가 가해지면서 노동법제의 근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노동법제가 민사법, 행정법, 그리고 형사법적 영역이 뒤섞이다 보니까 현실에서 규제가 뒤죽박죽이 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임금채권 및 퇴직금채권, 그리고 미지급 시의 형사법적 제재입니다.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이 된다는 것은 거의 국민상식입니다. 그런데 임금채권이나 퇴직금채권의 본질이 금전채권이라는 점, 그리고 금전채권으로서의 속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국민상식이 아니라는 비극이 있습니다. 금전채권은 민법상 무과실책임입니다(민법 제397조 제2). 고의 여부를 불문하고 돈을 줘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민사책임에 국한된 것이고, 형벌로는 고의범인 경우에 한하여 처벌이 됩니다. 형법 제13조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한 행위’, 즉 고의인 행위만 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제14조는 과실범의 경우에는 형법각칙과 각 단행법이 과실범이라는 제목으로 죄를 규정하여야 처벌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노동분야의 특별사법경찰관인 근로감독관들 중의 일부가 바로 이 대목, 즉 고의범인 경우에 한하여 처벌이 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과실로 인한 임금채무 및 퇴직금채무의 불이행 여부에 대한 수사활동이 미진한 실무경향이 있습니다. 임금체불 등이 있으면 당연히 고의범으로 몰아가는 것이 현재 고용노동청의 실무인 것입니다. 전후사정을 막론하고 막바로 고의범으로 몰아가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것은 물론 적법한 형벌권의 발동이라는 법질서에도 반하는 흠이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금품체불 = 근로기준법위반죄라는 도식이 고용노동청 실무에 널리 퍼졌다는 점입니다.

 

사용자의 금품체불은 현실에서 사회보험료의 체불로 이어지고 각종 관허사업의 제한, 실명공개 등 무수히 많은 불이익으로 이어집니다. 현실에서 행해지는 금품체불은 사용자의 파멸과 비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패자부활전도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합니다. 그러나 기업은 때로는 형편이 어려워서 사업이 기울다가 망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숙명임에도 사용자에게 너무나 가혹한 제재가 줄줄이 대기하는 것도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이 기업의 대표자에게 과도한 형벌이 행해진다는 말을 괜히 한 것이 아닙니다.

 

아무튼, 임금채권 및 퇴직금채권이 민법상 무과실책임을 지는 금전채권이기에, 사용자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금품체불의 사실이 있으면 형벌을 면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합니다. 다음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4171 판결)는 일시불인 퇴직금의 중압감 때문에 사용자가 월급에 퇴직금을 합하여(이른바 퇴직금을 녹여서’) 지급한 것에 대한 형사책임을 다룬 것입니다. 근로자는 기존에 받던 임금 외에 퇴직금조로 더 받으니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심정으로 꼬박꼬박 퇴직금이 녹은 임금을 받았으나, 나중에는 퇴직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고용노동청에 신고하였고, 결국 금품체불로 기소된 사용자가 대법원까지 다투는 사안입니다.

 

악덕 사용자가 임금의 일부를 퇴직금으로 줬다고 우기는현실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반대의 사안도 부지기수입니다. 특히 이런 일련의 사안은 대부분 퇴직금중간정산(월정산)이 행해진 경우입니다. 근로자는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고 우기면서도 퇴직금조로 월급 외에 받은 금전은 그냥 꿀꺽하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명백한 부당이득금임에도 사용자의 불법만을 지적하면서 자신이 꿀꺽한 돈은 언급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경우에 부당이득금은 상계의 대상이라고 판시(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90760 전원합의체 판결)를 하였습니다.

<형법>
13(고의)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다만,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14(과실) 정상적으로 기울여야 할 주의(注意)를 게을리하여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한다.


<민법>
397(금전채무불이행에 대한 특칙) 금전채무불이행의 손해배상액은 법정이율에 의한다. 그러나 법령의 제한에 위반하지 아니한 약정이율이 있으면 그 이율에 의한다.
전항의 손해배상에 관하여는 채권자는 손해의 증명을 요하지 아니하고 채무자는 과실없음을 항변하지 못한다.


<대법원 판례>
[1] 임금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근로기준법 제112, 36조 소정의 임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에 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2] 퇴직금지급청구권은 퇴직이라는 근로관계의 종료를 요건으로 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으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한 퇴직금지급의무는 발생할 여지가 없으므로 매월 지급받은 월급이나 매일 지급받는 일당 속에 퇴직금이란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지급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은 근로기준법 제34조에서 정하는 퇴직금의 지급으로서의 효력은 없을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이 매월의 월급이나 매일의 일당 속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받기로 하는 약정은 최종 퇴직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 제34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3] 사용자가 사법상의 효력이 없는 매월의 월급이나 매일의 일당 속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내세워 퇴직한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 이를 퇴직금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사용자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없고, 이러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112, 36조 소정의 임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에 관한 고의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417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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