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이 매의 눈을 지녔다는 것을 증명하는 판결이 있습니다. 다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0도15393 판결)이 바로 그것입니다. ‘역시 대법관!’이라는 찬사가 절로 나옵니다. 사안은 연장근로의 정의부터 출발합니다.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에 대하여 1일 8시간, 1주 40시간이라는 기준시간을 설정하며(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 및 제2항), 그 이상을 연장근로로 정의합니다(제53조 제1항). 축구에서 연장전과 같이 기준시간이 없다면 연장전이라는 것은 상정할 수 없습니다.
○연장근로시간은 1주에 12시간으로 한정하고(제53조 제1항), 그 연장근로를 초과하면 50% 이상의 할증임금을 지급하여야 하며(제56조 제1항), 그 연장근로시간을 초과하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됩니다(제110조 제1호). 그런데 ‘1일 8시간’이라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면 연장근로가산수당의 대상이 되는 것은 명백한데, 근로기준법상 형벌의 대상은 ‘1주 12시간’이라는 제53조 제1항입니다. 그렇다면,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시간이 주중에 존재하더라도 1주일을 통산하면 12시간에 미달하면 형벌의 대상이 되는가, 의문이 생깁니다. 위 대법원의 사례가 바로 그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돈은 더 줘야 하는 것이 맞는데, 형벌도 가능한가의 문제입니다.
○대법원은 별개의 문제로 보아 피고인에게 무죄판결을 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25조). 그 이유는 법문의 체계입니다. 대법원의 첫째 논거는 ‘구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이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제50조 제2항의 근로시간을 규율 대상에 포함한 것은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가 가능하다는 의미이지, 1일 연장근로의 한도까지 별도로 규제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를 연장근로로 정의하는 것을 형벌까지 부과한다고 새기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는 함의가 있습니다. 연장근로는 가산수당의 대상이기도 하기에 대법원의 해석이 자연스럽습니다.
○대법원의 둘째 논거는 조문의 부재입니다. 문리해석에 충실한 결과이며, 죄형법정주의의 초석이기도 합니다. 대법원은 ’구 근로기준법은 ‘1주간 12시간’을 1주간의 연장근로시간을 제한하는 기준으로 삼는 규정을 탄력적 근로시간제나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에서 두고 있으나(제53조 제2항, 제51조, 제52조),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시간의 1주간 합계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규정은 없다.’라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1주간’이라는 산정단위는 존재하나 1주간 동안 행해진 연장근로시간의 구체적 합산방법에 대하여는 실제로도 근로기준법이 규정하고 있지 아니합니다.
○대법원의 셋째 논거는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가산수당의 근거와 형사처벌의 근거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대법원은 ‘가산임금 지급 대상이 되는 연장근로와 (형벌의 대상이 되는) 1주간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의 판단 기준이 동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 ①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②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경우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 제53조(연장 근로의 제한) ①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②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1조 및 제51조의2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고, 제52조제1항제2호의 정산기간을 평균하여 1주 간에 12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제52조제1항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제56조(연장ㆍ야간 및 휴일 근로) ① 사용자는 연장근로(제53조ㆍ제59조 및 제69조 단서에 따라 연장된 시간의 근로를 말한다)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제110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10조, 제22조제1항, 제26조, 제50조, 제51조의2제2항, 제52조제2항제1호, 제53조제1항ㆍ제2항, 같은 조 제4항 본문ㆍ제7항, 제54조, 제55조, 제59조제2항, 제60조제1항ㆍ제2항ㆍ제4항 및 제5항, 제64조제1항, 제69조, 제70조제1항ㆍ제2항, 제71조, 제74조제1항부터 제5항까지, 제75조, 제78조부터 제80조까지, 제82조, 제83조 및 제104조제2항을 위반한 자 <대법원 판례> [1] 구 근로기준법(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0조는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제1항),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제2항)고 규정하고, 제53조 제1항은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은 연장근로시간의 한도를 1주간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을 뿐이고 1일을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아니하므로, 1주간의 연장근로가 12시간을 초과하였는지는 근로시간이 1일 8시간을 초과하였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1주간의 근로시간 중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구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은 1주 단위로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를 설정하고 있으므로, 여기서 말하는 연장근로란 같은 법 제50조 제1항의 ‘1주간’의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를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구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이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제50조 제2항의 근로시간을 규율 대상에 포함한 것은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가 가능하다는 의미이지, 1일 연장근로의 한도까지 별도로 규제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나) 구 근로기준법은 ‘1주간 12시간’을 1주간의 연장근로시간을 제한하는 기준으로 삼는 규정을 탄력적 근로시간제나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에서 두고 있으나(제53조 제2항, 제51조, 제52조),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시간의 1주간 합계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규정은 없다. (다) 1일 8시간을 초과하거나 1주간 40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는데(구 근로기준법 제56조), 연장근로에 대하여 가산임금을 지급하도록 한 규정은 사용자에게 금전적 부담을 가함으로써 연장근로를 억제하는 한편, 연장근로는 근로자에게 더 큰 피로와 긴장을 주고 근로자가 누릴 수 있는 생활상의 자유시간을 제한하므로 이에 상응하는 금전적 보상을 해 주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는 것으로서, 연장근로 그 자체를 금지하기 위한 목적의 규정은 아니다. 이와 달리 구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은 당사자가 합의하더라도 원칙적으로 1주간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를 하게 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한 자를 형사처벌(제110조 제1호)하는 등 1주간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 그 자체를 금지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가산임금 지급 대상이 되는 연장근로와 1주간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의 판단 기준이 동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2]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하는데[구 근로기준법(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4조 제1항], 연장근로에 대해서도 이와 동일한 휴게시간이 부여되어야 하므로 1일 8시간을 초과하여 4시간의 연장근로를 하게 할 때에는 연장근로시간 도중에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부여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0도15393 판결) |
’라는 논거를 제시하였습니다. 1일 8시간을 초과하면 돈으로 보상하면 족하고, 1주 1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형벌까지 부과한다고 새기는 입론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 부분을 지적한 것입니다. 추가적으로 형벌의 해석상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법문에 충실하여야 하는데, 대법원의 해석이 더욱 문리에 충실합니다. 대법원의 존재가치를 빛낸 명판결이 바로 위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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