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젠더갈등의 와중에 아예 사라진 속담입니다. 10번을 찍으면 요즘 같으면 당장 스토킹범죄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기도 하지만, 싫다는 사람에게 10번이나 굴욕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구애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이 속담은 과거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감정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사랑의 취지에도 반합니다. 그래서 요즘 거의 사어수준으로 사라진 것은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것이라 봅니다.
○동양사회는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서양사회에 비하여 집단적인 성격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자기의 기준을 남에게 맞추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인주의 성향이 뚜렷한 서양과 미약하나마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타인이 일정한 요청을 하면 완강하게 거절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거부의 의사가 자유롭고 거부에 대한 불이익도 없습니다. 한국에서도 서양의 권리의식이 강화되면서 시민들의 거부의사가 점차 명확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법률세계에서는 당연히 거부가 자유로운 것이 원칙입니다.
○법률이 복잡한 것은 예외라는 악마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의 요구는 시민사회에서 흔히 보는 일상적인 요청과 본질적으로는 같습니다. 뭘 해달라는 일종의 제안을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교섭요구는 법적으로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정당한 사유가 없이’ 노동조합의 교섭요구를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제81조 제3호)라는 위법행위가 되어서 민사적, 행정적, 그리고 경우에 따라 형사적 책임을 수반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만나고 말고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자유임에도 이렇게 법률이 강제를 하는 것은 노동조합에 대한 강력한 보호를 위함입니다.
○그런데 교섭거부가 부당노동행위가 되려면 1). 사용자에 대한 것이어야 하며, 2). 사용자의 교섭거부가 부당한 것이어야 합니다. 고전적인 노사관계, 즉 직접고용에 의한 관계에 있어서는 사용자에 대한 논쟁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광범위하게 통용되는 간접고용의 사회에서는 간접고용의 주체도 사용자로 보아야 하는 점이 뜨거운 논쟁의 한복판으로 등장했습니다. 다음 <기사>에 등장하는 CJ대한통운과 전국에 산재한 CJ대한통운의 대리점에 특수형태근로자로 속한 택배원들의 노동조합, 즉 택배노조기 교섭거부의 당사자, 즉 노사관계의 당사자로 인정할 수 있는가의 문데가 바로 그것입니다.
○택배노조가 년 3월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CJ대한통운이 이를 거부한 것에서부터 교섭거부라는 부당노동행위가 되는가에 대하여 노동위원회는 물론 법률가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을 낳았습니다. 결과적으로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 법원에서도 유지됐습니다. 법원의 판결은 결국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 개념에서 출발합니다. 노동조합법은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뭔가 부족합니다.
○이제 소박한 국민상식에서 음미해 봅니다. 노사관계는 본질적으로 갑을관계입니다.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감독합니다. 업무란 근로계약에서 정한 것을 말하며, 근로계약은 근로조건을 포함합니다. 결국 사용자는 업무는 물론 근로조건에 대하여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입니다. 법원이 밝힌 논거 역시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기본적인 노동 조건에 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해석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법원의 논거는 헌법재판소가 법치행정의 원리에 따라 민간 근로자에 비하여 단체교섭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공무원 노조의 교섭요구에 대하여 ‘법령 등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 권한으로 행하는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 임용권의 행사 등 그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이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려면 그 자체가 공무원이 공무를 제공하는 조건이 될 정도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헌법재판소 2013. 6. 27. 선고 2012헌바169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라는 판시한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간접고용이 확대되면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 개념도 수정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기사>
원청 기업도 하청 노동조합과 단체교섭할 의무가 있다는 법원의 1심 판결에 따라, 같은 취지가 담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2·3조 개정안) 입법운동도 힘을 받게 될 전망이다.1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는 씨제이(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하며 “노동조건 등에 관해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하청 노조와 단체교섭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노조법 개정안도 ‘사용자’ 정의를 “노동조건·수행업무, 노조 활동 등에 대해 사실상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자”로 수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623251?sid=102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ㆍ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2.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
중략
5. “노동쟁의”라 함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이하 “勞動關係 當事者”라 한다)간에 임금ㆍ근로시간ㆍ복지ㆍ해고 기타 대우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주장의 불일치라 함은 당사자간에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도 더이상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의 여지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6. “쟁의행위”라 함은 파업ㆍ태업ㆍ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제81조(부당노동행위) ①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이하 “不當勞動行爲”라 한다)를 할 수 없다.
3.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
제89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중략
2. 제85조제3항(제29조의4제4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에 따라 확정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확정된 구제명령에 위반한 자
<대법원 판례>
구 노동조합법(1996. 12. 31. 법률 제5244호 부칙 제3조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39조 제3호가 정하는 부당노동행위는, 사용자가 아무런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 또는 해태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거나 단체교섭에 성실히 응하였다고 믿었더라도 객관적으로 정당한 이유가 없고 불성실한 단체교섭으로 판정되는 경우에도 성립한다고 할 것이고, 한편 정당한 이유인지의 여부는 노동조합측의 교섭권자, 노동조합 측이 요구하는 교섭시간, 교섭장소, 교섭사항 및 그의 교섭태도 등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의무의 이행을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고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할 것이다.
(대법원 1998. 5. 22. 선고 97누8076 판결)
'노동조합과 단체협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근로시간 면제 대상으로 지정된 근로자에 대한 급여가 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위 근로자의 퇴직금을 산정하기 위하여 평균임금을 계산하는 방법 등 (0) | 2023.02.24 |
---|---|
노조전임제의 근거규정인 단체협약이 유효기간의 만료로 효력을 상실한 경우, 원직 복귀명령에 불응한 노조전임자를 해고한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0) | 2023.01.13 |
〈방송연기자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인정 여부가 문제된 사건〉 (0) | 2022.12.10 |
〈학습지교사들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문제된 사건〉 (0) | 2022.11.27 |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과 구제명령의 상대방인 ‘사용자’의 범위 등 (0) | 2022.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