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이정후가 미국프로야구(MLB) 명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거액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언론보도 중에는 이정후와 손흥민의 연봉비교를 하는 기사가 종종 있습니다. 또는 피겨스타 김연아와 수입비교를 하는 기사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비교는 호사가들의 눈요기거리는 될 수 있지만, 정확한 비교는 아닙니다. 이정후는 야구선수고 손흥민은 축구선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MLB와 손흥민이 뛰는 프리미어리그(PL)는 연봉수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선수로서의 가치 내지 업적은 일단 손흥민이 위라고 볼 수 있기에, 이정후가 연봉이 더 높다고 더 우수한 선수라는 단정도 어렵습니다.
○두 선수의 비교에서 리그가 다르다는 것은 비교의 전제가 되는 비교집단이 서로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이정후를 비교하려면 같은 야구선수인 박찬호나 류현진을 비교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본래 비교라는 것은 동일한 집단, 즉 동일한 비교집단(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다1051 판결 참조)이어야 합니다. 법률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A, B 두 사람이 차별적으로 취급되고 있다고 하려면 당연히 둘은 동일한 비교집단이어야 합니다. A는 의사, B는 간호조무사라면 비교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헌법상의 평등권이 노동법의 영역에 투영된 것이 노동평등권입니다. 근로기준법은 이 원리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대명사인 기간제근로자(계약직)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8조도 차별금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의 비교집단은 ‘기간제근로자’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정규직 근로자)’입니다. 두 근로자를 모두 포함한 비교집단을 설정한 경우에 전자를 후자보다 근로조건에서 열등한 지위에 두지 말라는 것이 기간제법 제8조가 규정한 차별금지의 취지입니다.
○이론상으로는 정규직 근로자에게도 차별취급을 할 수 있기에, 차별에 대한 시정신청권을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나, 기간제법 제9조는 비정규직, 즉 기간제근로자 또는 단시간근로자에게만 노동위원회에게 차별시정권을 부여했습니다. 그런데 비정규직은 근로기간이라는 명백한 기준이 있기에 논란이 없지만,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의 경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어떻게 구획을 설정할지는 해당 직종에 따라 천태만상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러한 문제 때문에 대법원까지 가는 송사(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19두53952판결)가 벌어졌습니다.
○사안의 비교집단은 해당 의료원의 중앙공급실 소속 일급제 계약직 보조원과 중앙공급실 소속 정규직 보조원 일반, 기능직 3등급 3호봉의 정규직 보조원, 김○○와 신○○ 등이었습니다. 원심은 비교대상 근로자를 잘못 선정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즉 비교집단의 구획설정이 위법하다고 판시하였지만, 대법원은, 중앙노동위원회가 직권으로 비교대상 근로자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 중앙공급실 소속 정규직 보조원의 업무 전반에 관한 조사, 심리를 거친 다음, 그중 ‘중앙공급실 소속 기능직 3등급 3호봉의 정규직 보조원’을 비교대상 근로자로 삼았던 점을 주목하여, 중앙노동위원회는 그 권한 범위 내에서 비교대상 근로자를 적법하게 선정한 것이라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손흥민과 이정후 두 사람을 통하여서도 비교집단의 설정은 차별의 존재를 판별하는 중요한 장치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는 아무런 구분이 없이 비교를 하지만, 법률차원에서의 차별은 반드시 비교집단의 설정이 존재하여야 합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차별적 처우의 금지) ①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사용자는 단시간근로자임을 이유로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9조(차별적 처우의 시정신청) ①기간제근로자 또는 단시간근로자는 차별적 처우를 받은 경우 「노동위원회법」 제1조의 규정에 따른 노동위원회(이하 “노동위원회”라 한다)에 그 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차별적 처우가 있은 날(계속되는 차별적 처우는 그 종료일)부터 6개월이 지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기간제근로자 또는 단시간근로자가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시정신청을 하는 때에는 차별적 처우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야 한다. ③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따른 시정신청의 절차ㆍ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노동위원회법」 제2조제1항의 규정에 따른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앙노동위원회”라 한다)가 따로 정한다. ④제8조 및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과 관련한 분쟁에서 입증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 <대법원 판례1>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차별적 처우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을 말하며, 본질적으로 같지 않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경우에는 차별 자체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전제로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그가 비교대상자로 지목하는 사람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 있어야 한다.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다1051 판결) <대법원 판례2>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의 규정 내용과 기간제근로자에 대해 실제로 존재하는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자 하는 기간제법의 취지 등을 고려하면, 기간제근로자에 대하여 차별적 처우가 있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비교대상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 중에서 선정하여야 하고, 이러한 근로자가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실제로 근무하고 있을 필요는 없으나 직제에 존재하지 않는 근로자를 비교대상 근로자로 삼을 수는 없다(대법원 2019. 9. 26. 선고 2016두47857 판결 참조). 한편 기간제법은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신속하게 시정하고자 노동위원회에 의한 차별시정제도를 마련하였다(기간제법 제8조, 제9조). 노동위원회는 조사관을 통한 사업장의 업무상황 조사, 관련자에 대한 진술이나 서류제출 요구 등과 같은 직권 조사권한이 있고, 심문기일에 직권으로 증인을 출석시켜 질문할 수도 있다(기간제법 제10조, 노동위원회법 제23조). 비교대상 근로자의 선정은 차별적 처우가 합리적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데, 이 단계를 실체적으로나 절차적으로나 지나치게 엄격하게 보면 차별 여부에 대한 실체 판단에 나아갈 수 없게 되어 차별시정제도를 통한 근로자 구제가 미흡하게 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노동위원회 차별시정제도의 취지와 직권주의적 특성, 비교대상성 판단의 성격 등을 고려하면, 노동위원회는 신청인이 주장한 비교대상 근로자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조사, 심리를 거쳐 적합한 근로자를 비교대상 근로자로 선정할 수 있다. (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19두53952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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