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청춘스타로 군림하다가 지금은 원로가수가 된 전영록의 부친은 황해라는 유명한 배우입니다. 지금은 기억하는 분들보다 모르는 분들이 더 많은 시기인데, 예전에는 길 가는 사람들에게 황해를 물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단한 배우였습니다. 그 황해가 주연한 1959년 개봉영화 ‘과거를 묻지 마세요’는 당대의 톱가수 나애심이 동명의 제목으로 주제가를 불렀습니다. 영화도 영화지만, 주제가는 엄청난 대박이었습니다. 그래서 1970년대까지 그 당시 아재들이 대포집에서 한잔 술이 들어가면 젓가락을 두들기면서 부르곤 했습니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는 요즘에는 노래로 불리기보다는 과거의 행적이나 언동 등을 묻지말고 대화합을 하자는 취지에서, 그리고 과거지사는 ‘퉁치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차원에서 이 노래의 제목을 차용하곤 합니다. 그러나 법률의 세계에서는 과거는 칼같이 묻습니다. 형사판결에서 과거의 범죄는 누범가중이나 상습범가중의 사유가 됩니다. 형사재판의 실무에서 전과유무는 양형의 직결요소입니다. 과거에 실형 등의 전과가 있으면 판사에게 자비를 바라기 어렵습니다. 실은 판사가 이렇게 과거를 캐묻는 것은 재판매뉴얼이기도 합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판사가 엿장수처럼 마음대로 형량을 정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데, 한국 사법체계가 그렇게 허술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실을 고려하면 다음 대법원 판결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사면이 되거나 집행유예선고의 효력이 상실되었다고 하여 과거에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역사적 사실 자체가 조용필의 히트곡 ‘허공’처럼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이 ‘유죄판결 확정 후에 형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특별사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형 선고의 법률적 효과만 장래를 향하여 소멸될 뿐이고 확정된 유죄판결에서 이루어진 사실인정과 그에 따른 유죄 판단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위 유죄판결은 형 선고의 효력만 상실된 채로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대법원 2015. 5. 21. 선고 2011도1932 전원합의체판결)’라고 판시한 것은 과거지사는 법률적 효력이 상실되더라도 그 사실 자체는 존재한다는 전제입니다.
◯조금 적나라하게 비유를 하면 과거에 이혼을 한 사람이라면 그 이혼의 사실이 아무리 오래되었다고 하더라도 이혼의 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입니다. 국민체육진흥법상의 체육지도자의 자격도 같은 이치입니다. 국민체육진흥법 제11조의5 제3호는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사람’에 대하여 자격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 집행유예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는 역사적으로 부정되지 아니합니다. 그래서 이 사람이 특별사면을 받았다고 하여 그 사실 자체는 존재하므로, 당연히 체육지도자의 자격을 부정할 수 있으며 관할 행정청은 자격취소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당사자에게는 가혹한 측면이 있습니다. 죄를 지었다고 자격처분까지 취소하는 것은 밥줄을 끊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1두62287판결)은 ‘체육지도자가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 그 자격이 취소되도록 함으로써 체육지도자 자격제도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보호하고자 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따라서 체육지도자가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면, 그것이 체육지도자 결격사유로서 존속하고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그 자격을 취소하는 것이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라고 단호하게 자격취소가 정당하다고 판시를 하였습니다. 소박한 국민의 시각으로도 집행유예라는 죄를 지은 자가 남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매우 거북한 상황입니다.
<국민체육진흥법>
제11조의5(체육지도자의 결격사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체육지도자가 될 수 없다.
1. 피성년후견인
2.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
3.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사람
4.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금고 이상의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이 유예ㆍ면제된 날부터 20년이 지나지 아니하거나 벌금형이 확정된 날부터 10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
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에 따른 성폭력범죄
나.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
5. 선수를 대상으로 「형법」 제2편제25장 상해와 폭행의 죄를 저지른 체육지도자(제12조제1항에 따라 자격이 취소된 사람을 포함한다)로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이 유예ㆍ면제된 날부터 10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
6. 제12조제1항제1호부터 제4호까지에 따라 자격이 취소(이 조 제1호에 해당하여 자격이 취소된 경우는 제외한다)되거나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자격검정이 중지 또는 무효로 된 후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
<대법원 판례1>
위와 같은 규정의 내용, 체계와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면, 구 국민체육진흥법 제12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제11조의5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11조의5 각 호 중 어느 하나의 사유가 발생한 사실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체육지도자가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 행정청은 원칙적으로 체육지도자의 자격을 취소하여야 하고, 집행유예기간이 경과하는 등의 사유로 자격취소처분 이전에 결격사유가 해소되었다고 하여 이와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그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구 국민체육진흥법 제11조의5 제3호는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를 체육지도자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그 종기를 ‘집행유예기간 종료일’로 정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편, 구 국민체육진흥법 제12조 제1항 제4호는 이러한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자격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을 뿐, 행정청의 자격취소처분 당시까지 결격사유가 유지되고 있을 것을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위 제12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제11조의5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11조의5 각 호 중 어느 하나의 사유가 발생한 사실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를 행정청이 자격취소처분을 할 당시까지 결격사유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9. 5. 10. 선고 2018두58769 판결 등 참조).
2) 구 국민체육진흥법 제12조 제1항 제4호, 제11조의5 제3호는 체육지도자가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 그 자격이 취소되도록 함으로써 체육지도자 자격제도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보호하고자 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따라서 체육지도자가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면, 그것이 체육지도자 결격사유로서 존속하고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그 자격을 취소하는 것이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
3) 구 국민체육진흥법 제11조의5 제4호는 제12조 제1항에 따라 자격이 취소된 후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은 체육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체육지도자 자격이 취소된 경우 일정한 기간 자격의 재취득을 제한하고 있는데, 자격취소처분 이전에 체육지도자 결격사유가 해소되었다는 이유로 자격취소처분을 할 수 없다고 하면 자격 재취득의 제한도 받지 않게 되어 위 규정의 입법목적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나. 한편 사면법 제5조 제1항 제2호 단서, 제7조에 따라 형 선고의 효력을 상실하게 하는 특별사면을 받으면, 집행유예기간이 경과한 때에 형 선고의 효력을 잃는다고 규정한 형법 제65조와 마찬가지로, 형 선고의 법률적 효과는 소멸되나 형의 선고가 있었다는 기왕의 사실 자체의 모든 효과까지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도4869 판결,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도10269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사람이 그 형의 선고의 효력을 상실하게 하는 특별사면을 받았다면, 그 형 선고의 법률적 효과가 소멸되므로 더 이상 체육지도자 결격사유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구 국민체육진흥법 제12조 제1항 제4호의 ‘제11조의5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란 ‘제11조의5 각 호의 사유가 발생한 사실이 있는 경우’를 의미하므로, 체육지도자가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상 위 규정에서 정한 자격취소사유에 해당하고, 자격취소처분이 있기 전에 그 형의 선고의 효력을 상실하게 하는 특별사면을 받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1두62287판결)
<대법원 판례2>
유죄판결 확정 후에 형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특별사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형 선고의 법률적 효과만 장래를 향하여 소멸될 뿐이고 확정된 유죄판결에서 이루어진 사실인정과 그에 따른 유죄 판단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위 유죄판결은 형 선고의 효력만 상실된 채로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한편 형사소송법 제420조 각 호의 재심사유가 있는 피고인으로서는 재심을 통하여 특별사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 있는 불이익, 즉 유죄의 선고는 물론 형 선고가 있었다는 기왕의 경력 자체 등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420조가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유죄의 확정판결에 중대한 사실인정의 오류가 있는 경우 이를 바로잡아 무고하고 죄 없는 피고인의 인권침해를 구제하기 위한 것인데, 만일 특별사면으로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된 유죄판결이 재심청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특별사면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재심청구권을 박탈하여 명예를 회복하고 형사보상을 받을 기회 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서 재심제도의 취지에 반하게 된다. 따라서 특별사면으로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된 유죄의 확정판결도 형사소송법 제420조의 ‘유죄의 확정판결’에 해당하여 재심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유죄의 확정판결 후 형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특별사면이 있었다면 이미 재심청구의 대상이 존재하지 않아 그러한 판결을 대상으로 하는 재심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시한 대법원 1997. 7. 22. 선고 96도2153 판결과 대법원 2010. 2. 26.자 2010모24 결정 등은 이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한다.
(대법원 2015. 5. 21. 선고 2011도1932 전원합의체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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