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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디젤집시 최창기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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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유튜브 알고리즘이 사막에서 설산까지 캐나다와 미국을 오가는 초장거리 트럭커라는 부제가 달린 디젤집시의 대륙횡단기를 연관영상으로 올렸기에 이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트럭기사와 전혀 무관한 인생을 살고 있고, 더군다나 별반 관심이 없는 영역이기에, 왜 유튜브 알고리즘에 연관영상으로 떠있나 무척이나 이상했습니다.

 

한참이나 그 정답을 찾지 못하다가 마침내 구글에서 근로기준법 제59조가 규정한 화물운송업 근로자의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의 특례를 검색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구글이 유튜브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떠올랐습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구글과 연동되어 있기에, 이렇게도 연관연상이 뜨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도 아울러 확인했습니다. 아무튼 뭔가 흥미가 땡기기에, 꾹 눌러참고 문제의 주인공 디젤집시최창기의 사연을 봤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전역을 자신의 애마 돌쇠트럭을 몰고 누비는 그 무미건조하고 단순한 동작이 묘한 호기심을 환기했습니다.

 

유뷰브를 보면서, 언제나 그렇듯이, 이 생각 저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미국은 그나마 돈이 많은 나라이기에, 허허벌판에 건설된 도로의 유지·보수가 제대로 된다는 당연한 생각이 맨 처음에 떠올랐습니다. 국토가 큰 나라는 사회인프라의 유지·보수비가 엄청나게 듭니다. 국토만 크고 돈이 없는 나라라면 자국민이 많이 살지 않는 지역은 미국처럼 도로망을 정비하지 아니합니다. ·하수도는 물론, 전기 등 다른 사회인프라 구축은 엄두도 못 냅니다. 국토가 큰 나라라도 예외없이 좁은 지역에 절대다수의 인구가 몰려 사는 이유는 결국 사회인프라의 구축 및 유지비용을 위한 돈 때문입니다. 미국이니까 막대한 재정을 투자하여 대륙횡단도로를 건설하고 유지하는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VL8NncV5Yk

 

장기간 미국과 캐나다에 거주하고 거대한 북아메리카 대륙을 누비면서도, 부산사투리가 배어있고 밥과 라면을 고수하는 한국적취향의 중년아재 디젤집시가 이상하게 끌렸습니다. 인생의 신산을 겪은 경험을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트럭 운전석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그의 모습에서 헤밍웨의의 걸작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 산티아고 노인이 오버랩되었습니다. 산티아고 노인은 청새치를 잡기 위하여 배에서 고독한 시간을 보냅니다. 고난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 인생의 준엄함을 절로 느끼게 하는 산티아고 노인의 소설속의 모습을 트럭 운전석에 앉아있는 디젤집시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방송에서 디젤집시의 사연을 담담히 말하는 나레이터는 왕년의 인기가수 최백호였습니다. 그와는 몇 년 전까지, 제가 지금도 거주하는, 여의도 모 빌딩의 같은 층의 마주보는 위치의 사무실을 오랜 기간 사용했던 사이인지라 더욱 반가웠습니다. 그렇게나 자주 만났으면서도, 싱긋 웃는 것만으로 반가움을 표했던 유달리 말수가 적었던 경상도 싸나이최백호였습니다. 백발이 머리를 뒤덮어도 티셔츠에 청바지가 잘 어울렸던 사람이 최백호였습니다. 아마도 디젤집시가 부산사람이었기에, 최백호가 나레이션을 맡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담담한 목소리의 최백호는 담담한 인생을 사는 디젤집시에 딱 어울렸습니다.

 

단숨에 디젤집시의 유튜브를 내리 보다가 문득 구글에서 디젤집시를 검색했습니다. 나무위키에 적힌 그의 인생을 보다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는 이미 2020년에 고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뇌졸중의 충격에 이미 안면마비를 앓았던 그는 끝내 뇌졸중의 원인인 고혈압의 직접적 후과인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등진 것입니다. 같은 중년아재인 아재로 묘한 동질감을 느꼈던 저는 그저 황망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는 계속하여 그가 생전에 만든 유튜브를 검색해서 찾아봤습니다. 마음이 울컥하고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생전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왜 그리 눈물이 났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한참이나 멍해 있다가 디젤집시가 하늘에서 열심히 살라는 환청을 들었습니다. 이미 디젤집시의 유해는 먼지가 되었겠지만, 그의 명복을 다시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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