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돈이 없어서 자가용 차량을 구입하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단칸방에 사는 사람도 차는 있는 것이 너무나 흔합니다. 그래서인지 교통사고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교통사고를 당했을 경우에 상당수의 사람들은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한 교통경관이 과실비율 몇 대 몇을 정하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교통사고의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 중의 하나인데, 실무상 이 과실비율로 손해보험사의 보험금이 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송에 들어가면 판사가 이 과실비율을 정하는 것을 당연시 합니다.
○그런데 교통사고에 있어서 과실비율의 산정은 신만이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판사는 왜 그렇게 산정했는지 그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그렇게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변합니다. 판사가 슈퍼갑이기에 당사자는 이의를 제기하지 못합니다. 대법원은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는 상투적인 문구로 그 근거를 그냥 뭉갭니다. 여기에서 명확히 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과실비율은 판사가 ‘엿장수 마음대로’ 정하는 것입니다. 판사는 나름 합리적으로 산정하려고 하지만, 그것은 판사의 생각일 뿐입니다. 그러나 판사는 슈퍼갑입니다. 그냥 그대로 인정해야 합니다.
○그나마 판사가 ‘엿장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기왕증(旣往症)의 비율입니다. 기왕증은 글자 그대로 기왕에 존재하는 질병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기왕증이 등장하는 장면은 노동능력상실률이라는 대목에서만 등장합니다. 노동능력상실률이란 정상인의 신체상태에서 감축된 노동능력의 비율이라는 것을 말합니다. 교통사고나 산재사고 등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치료를 받다가 발생한 후유장해로 인하여 노동능력이 상실된 비율을 말합니다. 노동능력의 상실은 의학적인 판단입니다. 소송에서는 의사가 신체감정을 하여 그 비율을 판사에게 제출하며, 의학적 지식은 법원을 구속하지 않는다고 대법원은 일관되게 판시합니다만, 살무상 의학을 모르는 백면서생 판사는 그 감정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법원을 구속하지 않는다는 것은 감정결과 자체가 신빙성이 떨어지는 이례적인 경우입니다.
○노동능력상실율은 후유장해의 결과이므로 양자는 동전의 양면입니다. 후유장해의 평가기준은 정형화되어 있습니다. 실은 정형화하지 않으면 법원이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후유장해 평가기준은 크게 미국 정형외과 의사 맥브라이드가 개발한 맥브라이드 평가방법과 A.M.A.(미국의학협회)평가방법, 국가배상법상 평가방식으로 나누어집니다. 이 중에서 맥브라이드평가방법의 경우 인신손해의 평가방법, 즉 법원의 손해배상소송 및 손해보험사의 손해의 산정에서 사용되고 있고, A.M.A.평가방법은 주로 생명보험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국가배상법방식은 국가배상을 포함 이에 파생되어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국민연금법, 장애인복지법 등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산재보상의 재해보상 중 장해등급의 판정 등에서 부분적으로 A.M.A.방식이 활용됩니다. 현재 감정의사들이 의학적 신체장애기준을 평가할 때 주로 판단하는 기준은 국가배상법 시행령상의 기준과 맥브라이드 장해평가표입니다. 다만, 두 기준표 모두 사무노동자 내지 정신노동자의 경우는 실무상 직업항목을 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신체감정신청을 통한 감정의가 평가한 결과를 기초가 최종적으로 법원이 판단합니다.
○그런데 노동능력의 상실, 즉 후유장해는 전적으로 당해 사고에 기인한 것이 있을 수 있지만 해당 사고에 따른 피해자에게 질병, 부상 또는 신체장애에 의한 기왕증이 있었던 경우가 실무상 더 많습니다. 기왕증의 판단이란 노동능력상실율 중에서 기왕증이 차지하는 비율을 정하는 것이므로, 결국 노동능력상실 판단의 일부입니다. 따라서 의학적인 판단인 것입니다. 그러나 기왕증은 나이, 피해자의 행동, 건강상태 등에 따라 가변적입니다. 가령, 코로나19의 피해가 기저질환이 있는 노년층이나 고혈압, 당뇨 등의 환자에게 심각한 결과가 초래된 것입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치료기간의 장기화, 나아가 치료종결 후 후유장해 정도의 확대라는 결과 발생에 기여한 경우에는, 기왕증이 그 특정 상해를 포함한 상해 전체의 결과 발생에 대하여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정도에 따라 피해자의 전 손해 중 그에 상응한 배상액을 부담케 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타당하고, 법원이 기왕증의 상해 전체에 대한 기여도를 정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의학상으로 정확히 판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변론에 나타난 기왕증의 원인과 정도, 상해의 부위 및 정도, 기왕증과 전체 상해와의 상관관계, 치료경과, 피해자의 연령과 직업 및 건강상태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1517 판결, 2002. 11. 26. 선고 2002다52138 판결 등).’고 판시하였습니다. 당연한 결론입니다.
○결론적으로 기왕증이 있는 경우에 노동능력상실율은 다음과 같이 구할 수 있습니다. 당해 사고로 인한 노동능력상실률 = 전체노동능력상실율 * (1 - 기왕증의 비율). 그런데 다른 부위에도 장해상태, 즉 노동능력이 상실된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를 중복장해상태라 하는데, 당해 사고로 인한 노동능력상실률이 30%. 기왕증이 50%. 그리고 다른 부위의 장해가 20%라 한다면, 해당 사고로 발생한 중복장해로 인한 노동능력상실율은 다음과 같이 구합니다. 먼저 당해 사고로 인한 노동능력상실률은 0.3 * (1 - 0.5) = 0.15. 즉 15%의 노동능력상실율이 됩니다. 그런데 중복장해이므로, 0.2 + (1-0.2) * 0.15 = 0.22 즉 22%가 됩니다. 이를 복합장해 산정방식이라 부릅니다.
<민법> 제393조(손해배상의 범위) ①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 ②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 제763조(준용규정) 제393조, 제394조, 제396조, 제399조의 규정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준용한다. <대법원 판례> 교통사고 피해자의 기왕증이 그 사고와 경합하여 악화됨으로써 피해자에게 특정 상해의 발현 또는 치료기간의 장기화, 나아가 치료종결 후 후유장해 정도의 확대라는 결과 발생에 기여한 경우에는, 기왕증이 그 특정 상해를 포함한 상해 전체의 결과 발생에 대하여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정도에 따라 피해자의 전 손해 중 그에 상응한 배상액을 부담케 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타당하고, 법원이 기왕증의 상해 전체에 대한 기여도를 정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의학상으로 정확히 판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변론에 나타난 기왕증의 원인과 정도, 상해의 부위 및 정도, 기왕증과 전체 상해와의 상관관계, 치료경과, 피해자의 연령과 직업 및 건강상태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대법원 2004. 11. 26. 선고 2004다47734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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