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의료인이 ‘불법 리베이트 수수에 대한 처벌 조항’에 따른 의료법 위반죄와 형법상 배임수재죄에 대하여 상상적 경합범에 관한 형법 제40조가 적용되어 하나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 제8조 제4호에 정한 의료인 면허취소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의료법은 제8조 제4호에서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였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다고 정하고(의료인 결격사유), 제65조 제1항 제1호에서 의료인이 제8조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된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이 그 면허를 취소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의료인 면허취소사유).
의료인이 ‘불법 리베이트 수수에 대한 처벌 조항(의료법 제23조의5, 제88조 제2호)’에 따른 의료법 위반죄와 형법상 배임수재죄에 대하여 상상적 경합범에 관한 형법 제40조가 적용되어 하나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 제8조 제4호에 정한 의료인 면허취소사유에 해당한다.
【참조조문】
의료법 제8조 제4호, 제23조의5, 제65조 제1항 제1호, 제88조 제2호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보건복지부장관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1. 9. 선고 2019누53565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 개요와 쟁점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다음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의사로서 의료법인 (법인명 생략)이 운영하는 대구 동구 (주소 생략)에 있는 ‘(병원명 생략)’의 원장으로 재직하였다.
나. 원고는 2009. 10.경부터 2017. 3.경까지 의약품 회사들의 임직원으로부터 의약품 채택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품(이른바 ‘불법 리베이트’)으로 약 5억여 원을 받았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법원은 이러한 공소사실에 대하여 구 의료법(2016. 12. 20. 법률 제144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의2, 제23조의2 전문과 구 의료법(2019. 8. 27. 법률 제165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2호 전문, 제23조의3(이하 ‘불법 리베이트 수수에 대한 처벌 조항’이라 한다)에 정한 각 의료법 위반죄와 형법 제357조 제1항에 정한 각 배임수재죄를 인정하여(두 죄는 형법 제40조에 정한 상상적 경합 관계이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7. 12. 5. 선고 2017고합171 판결). 이 판결은 원고의 항소와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그대로 확정되었다(부산고등법원 2018. 5. 31. 선고 2018노27 판결, 대법원 2018. 9. 14. 자 2018도9931 결정, 이하 ‘관련 형사판결’이라 한다).
다. 피고는 관련 형사판결의 확정에 따라 원고가 의료법 제8조 제4호에 정한 의료인 결격사유인 ‘의료법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였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18. 11. 2. 원고에 대하여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의사면허 취소처분을 하였다.
라. 이 사건 쟁점은 불법 리베이트 수수와 관련하여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한 범죄(이하 ‘의료 관련 범죄’라 한다)와 이에 해당하지 않는 그 밖의 범죄(이하 ‘비의료범죄’라 한다)가 형법 제40조에 정한 상상적 경합 관계에 해당하여 하나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도 의료법 제8조 제4호에 정한 의료인 결격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2. 불법 리베이트 수수행위 관련 의료법 위반죄와 배임수재죄가 상상적 경합범으로 처벌되는 경우에도 의사면허 취소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의료법은 제8조 제4호에서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였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다고 정하고(의료인 결격사유), 제65조 제1항 제1호에서 의료인이 제8조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된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이 그 면허를 취소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의료인 면허취소사유).
이 사건과 같이 의료인이 ‘불법 리베이트 수수에 대한 처벌 조항’에 따른 의료법 위반죄와 형법상 배임수재죄에 대하여 상상적 경합범에 관한 형법 제40조가 적용되어 하나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 제8조 제4호에 정한 의료인 면허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피고는 의료인이 의료법 제8조 제4호에 정한 사유에 해당하면 반드시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해야 하고, 위 조항에 따른 사유로 면허가 취소된 경우에는 취소된 날부터 3년 이내에는 면허를 재교부하지 못한다(의료법 제65조 제2항 단서). 이와 같이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 제8조 제4호에 따라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경우 처분 상대방이 입는 불이익이 중대하므로, 그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5두48884 판결 등 참조). 다만 그 규정의 해석에서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두23337 판결 등 참조).
(2) 의료인이 의료 관련 범죄로 처벌받는 경우 해당 의료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손상되고 이는 곧바로 의료인 전체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켜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의료법 제8조 제4호와 제65조 제1항 제1호는 의료 관련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의료인 결격사유와 필요적 면허취소사유로 정함으로써,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의료 관련 범죄로 처벌받은 의료인에게 강한 제재를 하도록 한 것이다(헌법재판소 2020. 4. 23. 선고 2019헌바118, 171, 176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또한 의료법 제8조 제4호, 제65조 제1항 제1호는 ‘의료 관련 범죄 그 자체’의 경중이 아니라 ‘의료 관련 범죄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선고된 형’의 경중에 따라 의료인 결격과 면허취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였으므로, 위 의료법 조항의 적용 여부는 의료 관련 범죄에 대하여 선고된 형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3) 의료법은 의료 관련 범죄와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는 비의료범죄가 있는 경우 이를 분리하여 선고하도록 형법 제40조에 대한 예외규정을 따로 두지 않았으므로, 의료인에 대하여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는 의료 관련 범죄와 비의료범죄가 함께 기소되어 유죄판결이 선고되는 경우, 두 죄의 형을 분리하여 따로 선고할 수 없다(대법원 2004. 4. 9. 선고 2004도60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법원은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는 의료 관련 범죄와 비의료범죄에 대하여 형법 제40조에 따라 그중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법정형으로 처벌해야 한다.
형법 제40조의 상상적 경합은 한 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에 과형상 1죄로 처벌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 개의 행위란 법적 평가를 떠나 사회관념상 행위가 사물자연의 상태로서 1개로 평가되는 것을 뜻한다(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7도11687 판결 등 참조). 또한 상상적 경합범이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된다는 것은 가벼운 죄가 무거운 죄에 정한 형으로 처단된다는 것이지, 가벼운 죄는 그 처벌을 면하는 것이 아니다(대법원 1983. 4. 26. 선고 83도323 판결 참조). 상상적 경합범은 그중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의 범위에서 형이 가장 무거운 죄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형이 가벼운 죄의 불법과 책임 등의 양형조건까지 모두 고려하여 형량이 결정된다.
의료 관련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가 비의료범죄의 구성요건도 충족하는 경우, 그와 같은 행위는 의료 관련 범죄의 구성요건만을 충족하는 행위에 비하여 행위의 전체 불법과 책임이 더 무거울 것인데도, 비의료범죄와 상상적 경합범으로 처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할 수 없다면 의료 관련 범죄로만 기소되어 처벌된 경우와 비교하여 형평에도 반한다.
(4) 의약품 리베이트는 의료인이 정당한 가격·품질 경쟁이 아닌 경제적 이익 제공과 같은 비정상적인 방법을 통하여 독과점 이윤을 추구하려는 제약사로부터 그 의약품의 처방에 대한 대가로 받은 불법적·음성적 이익을 말한다. 의약품공급자로부터 의약품 채택·처방유도·거래유지 등 판매촉진 등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전 등 경제적 이익을 받았다면 이는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 따라서 의료법에 ‘불법 리베이트 수수에 대한 처벌 조항’이 도입되기 이전에도 이와 같은 행위를 형법상 배임수재죄로 처벌할 수 있었고, 이러한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에 따라 처벌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의료인 본인이 의료기관 개설자인 경우에는 배임수재죄를 적용할 수 없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불공정 거래행위는 추가요건인 ‘이익 제공 강요’까지 증명되어야 처벌이 가능했기 때문에 그 처벌에 한계가 있었다. 입법자는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하여 종전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수단으로서 2010. 5. 27. 법률 제10325호로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구 의료법 제88의2와 제23조의2를 신설하여 형법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경우에도 의료인의 의약품 리베이트 수수행위를 일반적으로 처벌하는 규정을 도입하였다(헌법재판소 2015. 2. 26. 선고 2013헌바374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5) 위와 같은 ‘불법 리베이트 수수에 대한 처벌 조항’이 도입된 경위와 함께 의료인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의료 관련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의 의료인 면허를 박탈하도록 한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설령 ‘불법 리베이트 수수에 대한 처벌 조항’에서 정한 법정형이 형법상 배임수재죄의 법정형보다 다소 가볍다고 하더라도, 각 죄의 구성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의료인이 불법 리베이트를 수수하였다.’는 사회관념상 1개의 행위에 대하여 하나의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된 경우에는 의료법 위반죄에 대하여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된 것이라고 보아 의료인 면허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은 의료인의 불법 리베이트 수수행위의 여러 양형조건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의료인 면허가 취소되는 것이 과도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벌금 이하의 형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원심은 관련 형사판결의 확정에 따라 원고가 의료법 제8조 제4호, 제65조 제1항 제1호에 정한 면허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은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이어서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의료법 제8조 제4호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원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