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세상에서 발생하는 일의 원인은 여러 가지에서 생깁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주요 원인과 부수 원인이 있기 마련입니다. 축구가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라는 사실의 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축구의 규칙이 단순하다는 점이 바로 그 주요 원인입니다. 규칙을 잘 모르면 스포츠 자체가 관심과 집중도가 떨어집니다. 잘 모르는 규칙을 일부러 찾아서 이해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축구는 단지 TV로 보기만 해도 규칙을 단박에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신통방통한 스포츠입니다. 손을 써서는 안 되고 오로지 손 이외의 신체를 써서 상대방의 골문에 공을 넣으면 득점으로 인정된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실은 그것이 축구의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단순한 축구에 무수히 많은 전술과 기술이 담겨 있다는 것이 축구가 지닌 묘한 마력의 출발점입니다. 축구가 지닌 그 무수한 전술과 기술의 출발점은 다름 아닌 ‘오프사이드’입니다.
오프사이드가 없으면 축구는 그냥 공놀이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농구에서 ‘골밑 슛’을 하듯이 축구를 하면 굳이 힘을 빼면서 미드필드 싸움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프사이드가 없으면 상대방 골문 앞에 득점력이 좋은 선수를 박아두고 롱킥으로 공을 전달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운동장을 뛰는 선수는 찾기 어렵고 골문앞에서만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 있는 광경이 연출됩니다. 그렇습니다. 축구의 모든 전술과 기술은 직·간접적으로 오프사이드와 관련이 있습니다. 공격자는 오프사이드를 피하려 하고 수비자는 반면에 이를 피하려 하는 수싸움이 바로 축구의 전술과 기술이 됩니다.
오프사이드를 활용한 오프사이드트랩은 상대방 측의 최종수비라인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반드시 최종수비진만이 행할 수 있는 전술은 아닙니다. ‘골기퍼를 포함한 상대 진영의 수비진이 2인 미만일 경우에, 상대 진영에서 공격에 관여하고 있는 자기 진영 선수에게 공을 패스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 오프사이드입니다. 오프사이드트랩을 쓰려면 수비진은 일자로 선을 그어서 일사불란하게 앞으로 뛰어나와 공격자를 ‘나 홀로 상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 상태가 된 이후에, 즉 공보다 공격자가 앞에 있는 상태에서 패스를 해야 성립합니다.
오프사이드의 개념 자체는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지만, 오프사이드를 활용한 전술, 그리고 이를 뚫는 전술은 진화를 거듭합니다. 과거에는 드리블로 돌파를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현대 축구는 거기에 더하여 최종수비라인과 공격자가 동일선상을 맞추다가 전진패스를 활용하여 돌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전술에 최적화된 선수가 바로 손흥민입니다. 전진패스를 통한 오프사이드트랩의 돌파는 좌우시각이 넓어야 가능하고, 거기에 더하여 축구센스가 뛰어나야 합니다. 또한 스피드가 빨라야 효과가 극대화되며, 궁극적으로는 슈팅이 강하고 정확해야 합니다. 손흥민이 이러한 요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선수입니다.
오프사이드를 말하다가 뜬금이 없이 손흥민을 언급하는 것이 국뽕이 아니냐 하는 비난이 있을 수 있지만, 오프사이드의 명쾌한 이해를 위해, 그리고 절절한 이해를 위해 하나의 예를 든 것에 불과합니다. 손흥민을 언급했으니 프리미어리그를 다시 언급합니다. 손흥민이 뛰는 프리미어리그라는 축구판은 직·간접적으로 수백조의 돈이 오가는 황금의 알을 낳는 공간입니다. 동시에 오프사이드를 최적화하는 공간입니다. 그 공간에서 손흥민이 무수히 골을 넣는 것은 단순히 공을 차서 골을 넣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단단하고도 효율적인 프리미어리그의 오프사이드트랩 시스템을 깼다는 결과라는 점입니다. 손흥민의 주된 득점루트를 관찰하다보면 저절로 오프사이드를 끊임이 없이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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