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빔밥을 먹을까, 아니면 볶음밥을 먹을까?
○예전에 국민드라마로 등극했던 ‘서울의 달’에서 윤미라 배우가 극중에서 했던 대사입니다.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인간은 죽을 때까지 경제적 선택이 강제된다는 서술을 바로 이 대사 하나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의식주라는 것은 생존을 위한 인간의 필수적 선택사항인데, 여기에서 선택이란 모두 돈이 드는 행위입니다. 인간의 생존 자체가 돈이 듭니다. 그 돈을 조달하는 것이 직업입니다. 직업 자체는 누구나 희망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선택은 다른 문제입니다.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쉬웠지만, 지금 누구나 선망하는 의사는 엄청난 노력과 재능이 필요합니다.
○직업의 자유란 해당 직업을 선택할 기회를 자유롭게 보장받는다는 것이지 누구나 원하는 직업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직업 자체의 제한이 신분에 따라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근로시간의 제한이 없었습니다. 하루종일 들판에서 일을 하라면 해야 했습니다. 근로시간의 제한은 근대 산업혁명의 융성기에 비로소 대두된 문제입니다. 장시간 노동, 심야 노동, 아동 노동 등 온갖 악행이 산업혁명기에 발생했습니다. 자본가의 욕심이 계약자유의 원칙이라는 이름으로 남용이 되었습니다. 근로시간은 직업의 내용이기에, 필연적으로 직업의 자유와 근로시간 결정의 자유는 밀접한 관련이 있고, 양자의 제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원하는 의사는 의료법상 의사자격이라는 법률상의 제한이 존재하고, 근로시간 결정의 자유는 근로기준법이 제한합니다.
○민법상 계약자유의 원칙이 노동법에 발현된 것이 근로기준법 제4조이며, 이것은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노사는 대등하여야 한다는 것은 이상론이며 현실에서는 우열관계라는 것은 이미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증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노동법은 근로조건을 제한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임금과 더불어 대표적인 근로조건인 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에 주40시간제로 정하여져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연장이 가능하며 그 상한은 12시간입니다(근로기준법 제83조 제1항). 그런데 근로시간의 연장은 할증수당이 붙기에 근로자도 원할 수 있음에도 왜 규제를 하는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조문에 불만이 있는 분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습니다(헌법재판소 2024. 2. 28. 선고 2019헌마500결정). 근로조건을 당사자가 자유롭게 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제4조) 왜 상한선을 두는가 불만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합헌이라는 답변을 하였습니다. 1). 주 52시간 상한제조항은 실근로시간을 단축시키고 휴일근로를 억제하여 근로자에게 휴식시간을 실질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입법목적에 적합한 수단이 되며, 2). 주 52시간 상한제조항은 법정근로시간 외 근로가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로 이원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막고, 연장근로의 틀 안에 법정근로시간 외 근로를 일원화하여 실근로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는 점에서 합헌이라는 결론입니다.
○법리적인 논거는 소박한 시민에게는 다가오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습니다. 노동법 발달의 역사는 근로시간의 축소로 이행하였습니다. 각국은 강제노동의 금지를 입법화하였고, 그 강제노동이란 연장근로의 제한이라는 실정법적 귀결입니다.
<근로기준법> 제4조(근로조건의 결정)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제53조(연장 근로의 제한) ①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 판례> ○ 주 52시간 상한제조항의 입법취지 - 우리나라의 장시간 노동 문제는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휴일근로시간이 1주간 연장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에 따라 1주 최대 68시간의 근로가 가능하도록 적용된 관행이 그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 이에 실근로시간을 단축시키고 휴일근로를 억제하여 근로자에게 휴식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2018. 3. 20. 법률 제15513호로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제2조 제1항 제7호에 ‘1주’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고 정의규정을 도입함으로써 1주 최대 근로시간이 휴일근로를 포함한 52시간이라는 것을 명시하였다. ○ 제한되는 기본권과 심사기준 - 주 52시간 상한제조항은 연장근로시간에 관한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계약내용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사용자와 근로자의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고, 사용자의 활동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직업의 자유를 제한한다. - 이 사건에서도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그러나 주 52시간 상한제는 헌법 제32조 제3항이 정하고 있는 근로조건 법정주의에 근거를 두고 있고, 사회적 연관관계에 놓여 있는 경제 활동을 규제하는 사항에 해당하므로, 그 위헌 여부를 심사할 때는 완화된 심사기준이 적용된다. 입법자로서는 경제영역에서의 국가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필요한 경제정책을 선택할 수 있고, 그러한 판단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한 입법자의 권한이 존중되어야 한다. ○ 계약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 침해 여부 - 주 52시간 상한제조항은 실근로시간을 단축시키고 휴일근로를 억제하여 근로자에게 휴식시간을 실질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입법목적에 적합한 수단이 된다. - 주 52시간 상한제조항은 법정근로시간 외 근로가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로 이원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막고, 연장근로의 틀 안에 법정근로시간 외 근로를 일원화하여 실근로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자 하였다. 입법자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일정 부분 장시간 노동을 선호하는 경향, 포괄임금제의 관행 및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협상력의 차이 등으로 인해 장시간 노동 문제가 구조화되었다고 보고,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합의로 주 52시간 상한을 초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데,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입법자는 주 52시간 상한제로 인해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의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 상한 제한에 대한 다양한 예외 규정 외에도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의 유예기간, 한시적인 상시 30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특례,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의 중복지급 금지 등을 마련했고, 정부도 각종 지원금 정책 등을 시행했다. 한편 입법자는 주 52시간 상한제로 인해 근로자에게도 임금 감소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근로자의 휴식을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정착시켜 장시간 노동이 이루어졌던 왜곡된 노동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이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주 52시간 상한제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반하지 않는다. - 사용자와 근로자가 주 52시간 상한제조항으로 인해 계약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에 제한을 받지만, 오랜 시간 누적된 장시간 노동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은 더 크고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완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주 52시간 상한제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 반하지 않는다. - 그러므로 주 52시간 상한제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계약의 자유 및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 2024. 2. 28. 선고 2019헌마500결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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