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널리 소개된 ‘의사에게 살해 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이라는 저서를 집필한 사람은 현직의사입니다. 그는 항암치료로만 무려 40년 넘게 임상의사로 일해 온 일본의 곤도 마코토라는 의사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병원에 자주 갈수록 불필요한 약이나 과도한 의료행위로 수명이 단축되기 쉽다.’고 일관되게 말하면서 병원의 과잉치료로서 항암치료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생존을 위한 인간의 본능적인 사투라는 시각과 항암치료전문병원의 돈벌이라는 상반된 시각이 항암치료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있으며, 그 논쟁은 아직도 진행형인 것이 사실입니다.
○항암치료를 말하기 전에 암이라는 무서운 병을 생각해 봅니다. 암은 소아부터 노인, 심지어는 반려동물에게까지 발병합니다. 그리고 생존을 장담할 수 없고, 막대한 치료비에 신음하게 됩니다. 부자나라 미국에서도 미국인의 의료파산은 아주 흔한 일입니다. 오죽하면 ‘식코’같은 영화까지 제작되었습니다. 암이 진짜 무서운 것은 발병원인입니다. 선천적인 영향일 수도 있고, 스트레스일 수도 있으며, 외부환경일 수도 있습니다. 그 어떤 것도 정확한 진단이 어렵고, 치료도 어려우며, 게다가 치료비도 초고가입니다.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고통이 말기암의 고통입니다.
○MRI가 건강재정낭비의 원흉인 양 지적하는 분들이 있지만, 항암치료비에 비하면 조족지혈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에 암이 산재처리가 된다면 암발병 근로자에게는 그야말로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암 자체는 전형적인 개인질환이라는 점입니다. 소아, 주부, 노인은 물론 반려동물에게까지 발병되는 암을 업무상 질병으로 보는 것은 논리의 비약 이전에 의학지식에 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암은 업무와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근무환경에서 발암물질이 배출되는 경우이고, 둘째는 업무상 스트레스가 발암으로 이어지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암 자체가 개인질환이라는 근원적인 의학적 지식의 영역이기에, 양자 모두업무상 질병의 일환이라는 것으로 판명이 되기까지는 엄청나게 어렵고 고통스러운 증명책임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전자는 발암물질의 배출경로와 재해근로자로의 이환이라는 증명책임에 있어서 엄청나게 머나먼 길을 가야만 하는 난점이 있고, 후자는 업무상 스트레스가 왜 발암으로 전이되었는가를 세세하게 증명하여야 하는 증명책임의 난점이 있습니다. 모두 드라마틱한 상황을 감내하여야 합니다. 이종란 노무사의 실화를 토대로 한 ‘또 하나의 약속’이라는 영화가 괜히 제작된 것이 아닙니다.
○일반인이 고도의 전문적인 의학지식으로 무장하여 암의 발병과정을 명확하게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재해근로자에게 증명책임을 완화합니다. 대법원(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두8009 판결)은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또한 인과관계의 입증 정도에 관하여도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증명책임을 완화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이 제시하는 ‘제반 사정’의 증명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별표 18] ‘유해인자의 유해성ㆍ위험성 분류기준’에 국가가 발암성물질을 지정하여 사업장에서 발암성물질이 배출되는 경우에는 업무상 질병으로 추정을 합니다.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된 상태에서 과도한 업무를 계속하느라 면역기능이 약화되어 발병한 암’에 대하여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였습니다. 그런데 개별 근로자가 현실에서 당해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을 정확하게 증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하여 산업안전공단은 개별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물질을 검사하고 감독을 하게 됩니다. 물론 암의 발병과 관련하여 근로복지공단이 위탁을 하는 경우도 있고, 고용노동부가 직권으로 감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암이란 참으로 무섭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①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ㆍ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중략 2. 업무상 질병 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인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 나.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라.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 <대법원 판례>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현재 제37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할 것이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또한 인과관계의 입증 정도에 관하여도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발암물질로 알려진 석면과 유리규산에 노출된 작업환경에서 8년 이상 근무하다가 폐암으로 사망한 경우, 망인의 사망원인인 폐암에 이르게 된 의학적 경로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망인은 암 발생과 관련이 있는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된 상태에서 과도한 업무를 계속하느라 면역기능이 약화되어 폐암이 발병하였거나 발생한 폐암이 조기에 발견되어 치료되지 못한 채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된 후에야 발견됨으로써 그 치료에 불구하고 사망에 이르렀다고 인정함이 상당하므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두8009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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