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사노무관리/근로시간관리

<백화점 명품 판매직원의 ‘꾸밈노동’과 근로시간>

728x90
반응형

알게 모르게 언론에서 꾸준히 등장하는 것이 명품에 대한 것입니다. 원가가 8만원이라는 디올에 대한 것, 꾸준히 가격을 인상한다는 것, 오픈런이 일어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는 것, 그리고 코로나19사태 이후에 보복소비 차원에서 매출이 급증하다가 최근 급락하고 있다는 것 등 언론에서 명품은 마르지 않는 화수분처럼 등장합니다. 언론이란 세인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반면에, 댓글창에는 명품을 비난하는 것들이 대종을 이룹니다. 비난이란 관심의 다른 말입니다. 진심으로 가혹한 비난은 무관심, 그리고 매출 자체의 부존재입니다.

 

명품은 대중에게 한편으로는 비난의 대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동경의 대상입니다. 명품을 소비하는 시민 중에서 명품 자체의 제조원가를 모르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알면서도 명품을 둘렀다는 그 뿌듯한 자부심이 소비로 이끄는 것입니다. 경제학에서 학술적 연구의 결과로 증명한 베블렌 효과의 대상이 바로 명품입니다. 좋든 싫든 관심을 받기에 꾸준히 수요가 생성됩니다. 그런데 명품은 판매에 있어서 인터넷쇼핑시대를 거스르는 것으로도 주목이 됩니다. 고가의 명품을 인터넷으로만 사는 것은 뭔가 2%가 부족합니다. 실물로 보고 또한 AS도 고려하여야 하기에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 구매합니다. 오픈런이라는 말이 생성된 것은 백화점이 그 배경입니다.

 

명품이 소비되는 공간인 백화점에서는 상당수가 백화점의 직원이 아닌 명품업체가 고용한 직원이 판매합니다. 명품을 소비하는 재력가인 소비자라면 명품에 정통한 직원으로부터 설명을 듣기를 원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이러한 배경하에 다음의 <기사>가 작성되었습니다. <기사> 중에서 명품 화장품 판매 노동자에게 풀 메이크업은 작업복 같은 것이다. 이들은 여기에 '꾸밈 노동'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라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풀 메이크업이란 결국 화장입니다. 화장은 대부분 출근 전에 합니다. 그런데 <기사>에서는 회사에 나와 직원용 제품을 사용해 화장해야 한다고 합니다. 백화점에 출근하여야만 화장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설사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화장시간 자체는 평균치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개별근로자의 천태만상인 화장시간 전부를 꾸밈노동으로 봐야하는지 아리송합니다.

 

고용노동부의 일관된 행정해석은 작업 전후의 준비·마무리와 관련하여 업무인계시간 및 작업준비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의 여부는 개별 사업장의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정하는 바에 따라야 할 것이나,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실제근로에 부속되는 시간과 근로형태가 사용자의 지휘·명령하에서 이루어지는지 여부에 따라 구체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것임(1996-08-01 근기 68207-1029)’이라고 하였습니다. 요약하면,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의 시간인 경우라야만 근로시간으로 보는 것입니다. 물론 <기사>의 내용대로 특정한 시간을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으로 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업무준비시간은 그 성격상 수면시간, 식사시간, 출근시간 등 비유형적이고 지나치게 포괄적입니다.

 

업무준비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보려면 사용자의 지휘·감독 외에 뭔가 유형화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기사>속의 명품화장품 판매원의 경우에는 집에서 하는 화장 외에 백화점에 출근해야만 화장이 가능한 이유, 그리고 그 구체적인 평균 화장시간 등의 특정 기준이 존재하면 이를 근로시간으로 유형화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3217312판결)이 대학의 시간강사의 강의준비행위를 유형화한 사례가 주목됩니다. 일반근로자와는 달리 대학강사는 강의와 그에 수반되는 업무, 그 밖에 임용계약 등에서 정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통상적으로 필요한 근로시간 수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대학강의는 고등지식이기에 당연히 수반되는 연구와 자료수집 등의 준비행위는 물론 출제 및 학점부여 등 부수적인 업무는 일반적으로 예상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학강사가 아닌 근로자 일반에 대하여 업무준비행위를 근로시간으로 보는 것은 비약입니다. 대법원의 법리를 명품화장품 판매원의 경우에도 동일한 법리를 전개하여야 할 것입니다.

<기사>
명품 화장품 판매 노동자에게 풀 메이크업은 작업복 같은 것이다. 이들은 여기에 '꾸밈 노동'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들은 '그루밍 가이드'라고 하는 회사의 정책에 맞춰 화장을 해야 한다. 이 가이드는 수시로 변한다. 시즌별로 신제품이 나오면 그걸 사용하고, 거기에 맞게 다른 화장으로 바꾸어야 하는 식이다.
그런데 고가의 화장품을 직원들에게 모두 나눠주는 것도 아니니, 회사에 나와 직원용 제품을 사용해 화장해야 한다. 예전에는 이렇게 매장이 문 열기 전에 일찍 출근해서 화장 등 준비하는 시간을 업무 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멋들어진 백화점 1층 매장에서 노조 조끼를 입는 등 투쟁으로 '꾸밈 노동' 역시 노동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화장품을 판매하는 곳이니 우리 제품을 사용해서 풀 메이크업을 하고, 그걸 고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이걸 핑계로 1030분에 매장 문을 여는데 9, 심하게는 830분까지 출근하도록 강요하기도 했어요. 그것도 무급으로요. 그래서 소송*을 하고, 단체협상에서 주장해서 지금은 930분에 출근하고 이 30분에 대해서는 급여를 지급 받고 있습니다.“
https://v.daum.net/v/20241017143001600


<대법원 판결>
대학의 시간강사는 학교가 개설한 교과목의 강의를 담당하면서 그에 수반되는 학사관리업무 등을 수행하고, 그와 같은 업무수행의 대가로 통상 시간당 일정액에 강의시간 수를 곱한 강사료를 보수로 지급받는다. 대학의 시간강사가 초단시간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강의시간 수가 아니라 강의와 그에 수반되는 업무, 그 밖에 임용계약 등에서 정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통상적으로 필요한 근로시간 수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학 강의의 특성상 강의 외 업무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강의시간의 정함이 곧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만약 시간강사가 대학에 근로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 전체 시간이 강의시간을 초과하는 것이 분명한데도 강의시간만을 기준으로 초단시간근로자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근로자에게 주휴와 연차휴가를 보장하되 근로시간이 매우 짧아 사업장에 대한 전속성이나 기여도가 낮고 임시적이고 일시적인 근로를 제공하는 일부 근로자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주휴와 연차휴가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취지가 몰각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3217312판결)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