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종목에 걸린 금메달은 모두 동일합니다. 그러나 올림픽종목의 인기는 동일하지 아니합니다.
너무 당연하기에 오히려 우스운 감마저 있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당연하면서도 우스운 말 속에서 올림픽종목별 금메달의 상이한 가치라는 실존적인 의미를 새롭게 생각할 계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비인기종목과 인기종목의 금메달의 현실적인 가치가 다르다는 의미에서 출발합니다.
레슬링과 축구는 각각 비인기종목과 인기종목을 상징합니다. 올림픽이라는 공간에서 레슬링과 축구를 통하여 비인기종목과 인기종목의 현실적인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레슬링선수와 코칭스태프, 그리고 협회관계자들은 예전의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행한 악행(!)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것은 ‘한때’이지만, 올림픽에서 레슬링이 재미가 없다는 죄목으로 퇴출된 적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레슬링선수들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반발하여 즉시 ‘없던 일’이 되었지만, 이들이 겪은 수모는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해방 이후 최초로 대한민국이 금메달을 얻은 종목이 바로 레슬링입니다. 그래서 레슬링관계자들의 아픔은 상당수 한국인들의 아픔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올림픽에서 축구의 퇴출은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습니다. 그 반대로 FIFA(국제축구협회)에서 정반대로 IOC에서 축구를 빼겠다고 겁박한 일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 사연은 바로 프로스포츠선수의 올림픽참가에서 시작합니다. 구체적으로 그 사연은 다시 고 사마란치 IOC위원장의 활동에서 시작합니다. 사마란치는 1980년 ‘세올 꼬리아’라는 그 유명한 바덴바덴 IOC총회에서 서울올림픽개최를 발표한 인물입니다. 그의 최대업적이 프로선수의 올림픽 참가와 올림픽에서의 상업주의 확대입니다.
사마란치는 올림픽은 인류최대의 제전이 올림픽이기에, 당대 최고 선수가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습니다. 동구권은 프로스포츠가 없기에, 이들은 사실상 무늬만 아마추어이고 실제로는 프로와 다름이 없다는 논리로 서구 자본주의국가들에게 자국 프로스포츠선수들의 올림픽참가를 독려했습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미국농구의 드림팀이 탄생한 배경에 바로 이 사마란치의 역할이 컸습니다. 아무튼 사마란치의 소신이 지속적으로 올림픽에서 확산되면서 프로스포츠선수들의 올림픽참가가 확대되었습니다. 그러나 축구만은 예외였습니다!
FIFA는 다른 올림픽종목협회들과 달라도 너무나 달랐습니다. 월드컵축구 하나만으로도 올림픽에 맞짱을 뜰 정도로 축구의 인기는 엄청났기에, IOC의 집요한 요구에 미지근하게 대응했습니다. 올림픽에 각국 프로축구선수가 일제히 참여하면 올림픽에서 또다른 월드컵이 개최되는 것과 대동소이합니다. 당연히 월드컵축구의 위상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IOC와 FIFA는 23세 이하의 선수만 출전시킨다는 타협안을 도출하였습니다. 비인기종목협회에는 온갖 갑질을 일삼던 IOC가 FIFA에는 꼬리를 내린 결과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올림픽에서 축구가 없다면 ‘올림픽장사’는 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림픽에서 축구경기의 티켓판매량, 그리고 스폰서, 중계 등을 생각하면 축구의 위력은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평창올림픽에서 온 국민의 관심을 받았던 컬링을 생각하면 그 이유를 비인기종목의 관점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평소에 컬링을 보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요! 금메달효자종목인 양궁의 전국체전 금메달리스트를 아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요! 레슬링으로 그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레슬링대회 금메달리스트를 아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요? 레슬링에서 점수를 어떻게 얻는가 아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요! 레슬링에서 폴승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아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요? 절대다수 국민들은 아예 모릅니다. 그러나 축구에서 골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모르는 국민들은 없습니다. 레슬링에서는 길거리응원이 없디만, 축구에서는 길거리응원이 존재합니다.
이상과 현실이 다르고, 존재와 당위가 다르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습니다. 모든 올림픽종목의 금메달은 동등한 가치를 지녀야 한다고 올림픽정신은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상과 당위의 영역입니다. 현실과 존재는 올림픽종목에는 비인기종목과 인기종목이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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