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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연예한담

<둘다섯의 이 노래: ‘긴 머리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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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마르크의 소설 사랑할 때와 죽을 때는 전장의 한복판의 긴박한 상황을 배경으로 전개된 맨 마지막 장면에서 죽는 순간에 절절한 사랑을 느낀다는 비극을 담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도 전장에서 진하게 피어나는 비극적인 사랑을 담았습니다. 위 두 작품이 시대와 인종을 초월하여 전 세계 독자의 공감을 받는 것은 사랑이라는 인간이 느끼는 감정이란 인간 본연의 순수한 모습이라는 증거입니다.

 

그러나 사랑 자체는 이성에 대한 좋은 감정이겠지만, 사랑에 따른 인간의 행동양상은 천차만별입니다. 사랑지상주의자로서 자명고를 찢는 낙랑공주도 있지만, 이문열의 들소에서 등장하는 초원의 꽃처럼 사랑하지만 현실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랑 따로, 결혼 따로라는 신념을 가진 캐릭터의 원형에 가깝고, 이수일의 순정을 쌩까는심순애와 유사합니다. 그런가 하면, 사랑의 마그마에 빠졌지만 고백을 하지 못하고 냉가슴만 앓는 벙어리 삼룡이같은 유형도 있습니다. 사랑이 어려운 이유는 이렇게 다양한 인간군상을 아우르는 인간의 심리와 행동방정식에 대한 보편적이고 통일적인 전개방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중가요는 시대의 보편적인 정서를 담기 마련입니다. 대중가요는 대중의 정서를 담아야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를 대표하는 긴 머리 소녀는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꽤나 오글거리는 사랑문법을 담았습니다. 그 사랑문법이란 고구마를 열 개쯤 먹은 듯한 혼자 삭이는 사랑입니다. ‘눈이 큰 아이’, ‘나는 못난이에서 구현된 사랑이 바르 그 유형입니다. 그 이후에 종이학에서 이런 유형의 전통을 이어갔습니다. 실은 이런 유형은 김소월의 진달래에서, 그리고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에서 이미 문학적 형상화를 했습니다. 답답한 주인공의 심리는 은연 중에 사랑은 고귀하고 함부로 발설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암시이기도 합니다.

빗소리 들리면 떠오르는 모습

달처럼 탐스런 하얀 얼굴

우연히 만났다 말 없이 가버린

긴 머리 소녀야

 

눈먼 아이처럼 귀 먼 아이처럼

조심 조심 징검다리 건너던

개울 건너 작은 집에 긴 머리 소녀야

눈 감고 두 손 모아 널 위해 기도하리라

 

https://www.youtube.com/watch?v=m_ZC-kmGMD8

 

 

빗소리 들리면 떠오르는 모습의 여성이라면 비가 올 때마다 연상이 되었다는 것이지만, 그 의미는 비가 오는 날에는 더욱 간절하게 떠오른다는 의미입니다. 사랑하는 여성이라면 갠 날이라도 떠오르는 것이 지극히 현실적입니다. 사랑의 감정이 흐리거나 비 오거나 하는 날씨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감정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꽤나 갈망했던 여성으로 풀이하는 것이 상식적입니다.

우연히 만났다 말 없이 가버린은 우연한 만남이 사랑으로 이어졌으나, 그 원인은 불명인 채, 현재는 이별의 상태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왜 말이 없이 떠났을까? 여기에서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사랑의 진도를 꽤나 이어갔으나 불화로 인하여 그냥 떠나갈 수도 있으나,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런 상상은 뭔가 어색합니다. 우연한 만남으로 인하여 사랑의 불꽃이, 정확히는 짝사랑의 불꽃이, 피어났지만, 상대는 그 사랑을 몰라주고 떠나갔다는 의미로 풀이하는 것이 맥락에 부합합니다. 실은 그런 사랑이 아니라면 애처로움을 나중에 느끼기 어렵습니다. 실은 그 시절의 사랑 유형의 전형이기도 합니다.

긴 머리 소녀가 불렸던 시절에도 요란한 사랑, 비극적인 사랑, 그리고 이기적인 사랑도 존재했습니다. 사랑도 인간군상에서 펼쳐지는 행동양식의 하나인데, 지금과 유별나게 다를 리가 만무합니다. 아득히 멀리 떨어진 서양, 게다가 고대의 사랑도 지금과 동일한 모습의 사랑이 펼쳐지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또 당연합니다. 다만, ‘긴 머리 소녀가 그리는 사랑은 그 시대가 요구하는 사랑의 이상형 내지 당위라는 막연한 추측만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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