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배운다는 의미는 필연적으로 그 외국어를 사용하는 외국 사회 전체를 이해하는 과정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그 사회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사회가 속한 언어만을 배우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외국어를 배우면서 역으로 그 사회를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고교 시절에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울 때 제일 인상적인 것이 독일의 학제였습니다. 독일에서는 한국과 달리 전체 초등학교 졸업생 중의 일부만 김나지움(Gymnasium)에 진학하고,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독일의 학제편성의 기저에는 취업우선이라는 명제가 자리잡고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당시에도 김나지움체제는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당시는 물론 지금도 유럽을 움직이는 선진국인 독일에서도 대졸자가 굳이 많지 않아도 잘살 수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다음 <기사1>은 중국의 대졸백수를, <기사2>는 미국의 유수대학인 하버드MBA 출신 백수를 각각 그리고 있습니다. 중국, 미국 모두 강한 나라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나라들도 취업난은 난제입니다. 청나라의 강희제보다 막강한 시진핑도, 달러패권으로 세계를 석권하는 트럼프, 바이든도 취업대란은 막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실은 당연히 한국에서도 통용되는 사실입니다. 대학이 너무 많고 대졸자가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근원적인 물음이 필요합니다.
○전국의 모든 대학 도서관에는 학생들이 책과 싸우면서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슬프게도 그들이 싸우는 대상은 대부분 영어 등 어학교재 아니면 공무원시험 등 수험서적입니다. 고교시절에 배웠던 ‘청산별곡’에 대한 심도있는 논문이 아닙니다. 예나 지금이나 대학은 취업의 징검다리였습니다. ‘진리의 상아탑’은 그냥 대외용 간판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실은 거액을 지출하고 대학에 진학했는데, 취업에 실패한다면 대학의 가치 자체가 쇠락할 것이 분명합니다.
○1970년대만 해도 은행창구에서 주산을 썼습니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는 계산기가 차츰 대세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은행창구가 존재하는 지점 자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 1970년대에는 상고 출신 ‘주산 도사’들은 은행, 증권, 그리고 보험회사로의 취업이 쉬웠습니다. 당연히 그 시절에는 주산학원, 부기학원, 속셈학원 등이 번성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타자학원, 차트글씨학원 등 요즘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학원들이 번성했습니다. 과거 대졸자들은 각종 차트에 새겨진 숫자를 위하여 주산과 씨름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엑셀과 파워포인트, 그리고 AI가 대체하였습니다. 일자리가 줄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의 진보란 역으로 일자리가 준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입도선매’, 즉 수확 전에 곡식을 매수한다는 의미로 대졸예정자들을 채용하는 것이 기업의 관행이었습니다. 아무 학과를 나와도 취업이 가능했습니다. 고도성장기였고, 기술의 미발전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졸자가 꿈에도 그리는 양질의 일자리 자체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시대입니다.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대통령탓을 할 수가 없습니다. 미국, 중국도 해결 못 하는 문제를 무슨 재주로 한국의 대통령이 해결합니까! 그래서인지 그 시절에 유행(?)했던 등록금투쟁도 이제는 사라져가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신입생을 구하기가 어려운 판에 등록금의 인상은 언감생심이기 때문입니다.
○인구소멸의 시대, 그리고 AI시대입니다. 이제 대학을 개혁해야 합니다. 과거처럼 백화점식 학과를 나열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지역사회에 연계하여 취업을 증진하여야 하고, 근로자들의 이론과 실무교육에 매진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합니다. 대학의 품격과 권위는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것에서 빛이 나는 것이 시대의 소명입니다. 호수 위의 백조는 품위를 뽐내고 있지만, 그 백조의 발은 정신이 없이 움직이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기사1>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20%를 넘어서면서 중국 지도부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며 대졸자 취업 지원에 안감힘을 쏟고 있다. 농촌진흥을 명목으로 대졸자들을 농촌으로 내려보내는 등 과거 마오쩌둥(毛澤東) 시대를 연상케하는 ‘농촌 하방(下放)운동’까지 전개하고 있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과거 문화대혁명(1966~1976년) 시기 도시에 사는 지식인과 청년들을 강제로 농촌에 보냈던 하방 운동과 유사한 형태의 청년 취업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마오쩌둥은 노동을 통해 학습하고 농촌에서 배우라는 취지로 각 지역 지식인과 학생들의 농촌행을 강제한 바 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81/0003364859?sid=104 <기사2> 미국 명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비즈니스 스쿨) 졸업 예정자들이 미국 업계 전반의 화이트칼라직 '채용 가뭄' 심화로 좀처럼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여름 졸업이 코앞인 상황에서 아직도 30% 이상 학생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고용 시장의 열기는 아직 뜨거운 것으로 고용지표에 나타났지만, 빅테크 기업과 월가의 금융사나 유력 컨설팅 업체 등에서 화이트칼라직에 대해 대량 해고를 단행하면서 취업 실패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77/0005267374?sid=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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