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큰 누님이 동물병원을 딱 10년 했습니다. 그래서 동물세계의 온갖 재미있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 큰 누님이 알려준 재미있는 사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있으니, 그것은 동물세계에서도 암컷의 미모가 출중하면 다른 암컷을 제압하고 수컷을 사로잡는 권력을 지닌다는 것입니다. 벌의 세계에서만 여왕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확인한 셈입니다.
실은 암컷의 미모권력의 절정은 여왕벌이 아닙니다. 바로 사람입니다. 블링블링한 미녀가 멋진 미쟝센을 구비한 배경으로 등장하는 영화의 장면은 그 자체가 시각예술의 극대화이자 미모권력의 정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세련된 복장과 진한 화장으로 강렬한 인상을 구비한 여성은 그 자체가 미모권력을 의미합니다. 그 어떤 남성에게도 굴하지 않는 당당함은 미모에서 나오는 자신감에서 비롯됩니다. 농반진반으로 하는 ‘미녀는 고시 3관왕과 동급’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닙니다.
남녀불문 잘 차린 미남미녀는 주위의 시선을 끌기 마련입니다만, 우월한 미녀는 차원이 다릅니다. 지나가다가 연예인처럼 멋진 여성을 보면 남녀노소 다시 한 번 쳐다보는 사소한 본능이 바로 미모에 대한 사람의 본능적인 동경을 말해줍니다. 거기에서 미모권력이 출발합니다. 요즘은 뜸하지만 몇 년 전 네이버밴드를 통하여 수십 년 만에 만난 여동창들을 대하는 남동창들을 보면 미모권력이란 늙어가면서도 빛을 잃지 않는다는 이치를 확인하였습니다. 미모의 여동창들은 늙었어도 인기가 뜨겁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을 지니기 마련이고, 순풍이 있으면 역풍이 있기 마련입니다. 미녀는 언제나 장점만을 지닌 것이 아닙니다. 인생사에서 파생하는 온갖 고달픈 신산이 따라옵니다. 그리고 스스로 자초하는 것도 있습니다. 미녀에게는 언제나 환심을 사려는 남자들이 어려서부터 꼬입니다. 미녀를 차지하려면 뜨거운 경쟁을 각오해야 합니다. 대가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미녀를 차지하지 못한 낙오자는 ‘신포도의 고사’처럼 미녀를 저주하고 헐뜯기도 합니다. 같은 여성들도 미녀를 시기하고 질투합니다. 영원한 여신 모니카 벨루치가 열연한 ‘말레나’를 보면 월등한 미녀를 질투하고 시기하는 여성들의 사악한 본능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나름 공평한 면이 있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의 대중가요는 질적으로 성장을 합니다. 편곡과 작곡은 물론이고 의상과 율동, 무대조명 등 사소한 것에서부터 그 이전과는 별개의 세계인 양 폭풍성장을 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대중가요에 담긴 가사의 변화입니다. 그 이전에는 오글거리고 낯 뜨거운 사랑타령일색이었던 것에 반하여, 진솔한 인생의 이야기를 돌직구처럼 표현합니다. 가령, 015B의 ‘수필과 자동차’에서는 감성어린 소녀에서 속물근성이 느물거리는 숙녀의 이질적인 변신을 솔직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또한 김부용의 ‘풍요속의 빈곤’도 미녀애인의 애환(?)을 잘 그리고 있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항상 네 주위엔 수많은 남자들의 행렬너의 환심사려 아낌없는 배려넌 행복하겠지 그런 너였기에물론 난 눈에 찰리 없지그저 멀리서만 너의 모습을 바라볼 뿐이지
노래속의 화자가 주목하는 애인은 미녀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남자들이 환심을 사려고 노력을 하기에, 노래속의 화자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바라보기만 한다는 독백으로 이 노래는 시작합니다. 7080시대 이전의 과거 대중가요 속에서는 이러한 돌직구 표현이 전혀 없었습니다. 오글거리는 사랑타령이 무한대로 반복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솔직하게 표현을 하는 것이 대단한 발전입니다. 인간의 솔직한 감정이 대중예술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가사의 자유로운 표현이 대중예술의 자유로움의 출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풍요속의 빈곤’은 가사의 혁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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