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 어느 국가에서도 어용학자는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법률기술자도 존재했습니다. 독일의 군국주의가 극성을 부릴 시절에 어용학자와 법률기술자들은 군국주의를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기발한 생각을 이론화하였습니다. 이름하여 ‘특별권력관계론’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공무원, 군인, 경찰, 죄수 등의 관계를 대등한 당자의 법률관계가 아닌 권력관계, 즉 지배와 복종이 존재하는 공간이라고 포장을 했습니다. 군국주의, 나아가 제국주의를 합리화하는 법률이론이었습니다.
○법률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것이 엉터리인지 알 수 있습니다. 군인도 추위를 타고 공무원도 배고픔을 느끼는 것처럼, 모든 인간은 동등하기 때문입니다. 동등한 인간은 기본적으로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단지 공무원이나 군인 등의 지위에 속했다는 이유로 일방적인 희생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공무원 등의 지위는 현대 민주국가에서도 특수성이 존재합니다. 근로자인가 여부도 다투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체로서 다 같은 인간인데 공무원 등의 지위를 특별하게 취급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우리의 법제에서도 공무원의 법률관계는 기본적으로 공무원법령에 따르지만, 공무원법령에 규정이 없는 것은 당연히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의 규정에 따릅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서도 비공무원, 즉 민간기업의 근로자도 공무원에 준하는 공공적 성격이 있는 경우에는 공무원과 동등한 취급을 합니다. 김영란법 제2조 제2호는 ‘"공직자등"이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공직자 또는 공적 업무 종사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하면서 각급 학교의 장과 임직원 및 언론기업의 대표자와 임직원을 모두 뭉뚱그려서 제재의 대상으로 규정합니다. 실은 이렇게 규정하는 것이 소박한 국민의 눈높이에도 부합합니다. 소박한 시민의 눈으로 보더라도 공립학교 교사와 사립학교 교사는 법적 지위와 무관하게 동일합니다. 같은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면 같은 법률적 취급을 하는 것이 정당합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대법원은 공무원 등의 해임 등 인사처분과 민간기업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해고 등 인사처분에 대한 다툼을 판단하는 법리를 원칙적으로 동일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맹위를 떨쳤던 ‘특별권력관계론’을 정면에서 부정하는 것입니다. 김영란법이 제정된 근본적인 이유는 형법상의 뇌물 개념의 한계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뇌물은 직무에 대한 부당한 대가관계를 전제로 합니다. 그래서 현실에서 뇌물과 선물의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뇌물사건에 대한 재판을 오래 했던 김영란 전 대법관이 이 점을 주목하여 김영란법을 제안한 것입니다.
○그러나 공무원이라고 하여 민간인보다 과도하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습니다. 공무원 이전에 시민의 일원이기에, 명절 등을 맞아 선물을 주고받는 모든 경우를 처벌하는 것은 형벌의 과잉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김영란법은 ‘통상적인 범위 내의 선물’은 벌하지 아니합니다. 다음 대법원의 사안(대법원 2023. 3. 30. 선고 2022두59783판결)은 주베트남 대한민국 대사였던 원고의 사연입니다. 주베트남 대한민국 대사였던 원고가 ① 베트남 현지기업과 국내 기업인 ○○그룹의 전・현직임원들의 만남을 주선하면서 베트남 현지기업으로부터 총합계 1,590미화달러 상당의 호텔 숙박을 제공받고, ② 베트남 현지기업으로부터 국내선항공권(총 1,071달러 상당)과 도자기(총 550달러 상당)를 받고 다음 날 이를 반환하였는데 위와 같이 선물을 받은 내역을 구 공직자윤리법 제15조 제1항에 따라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백수에게는 선물이라는 것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대사라는 지위 때문에 항공권과 도자기 등의 선물이 건네진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 점을 주목하여 ‘통상적인 범위 내’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구 공직자윤리법상 신고의 대상으로 보았습니다. 참고로 구 공직자윤리법 제15조 제1항은 공무원이 그 직무와 관련하여 외국인 및 외국단체로부터 대통령령으로 정한 가액 이상의 선물을 받으면 지체없이 이를 소속 기관․단체의 장에게 신고하고 인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선물의 신고의무는 반환한 경우에도 존재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기업의 근로자는 기본적으로 김영란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김영란법의 취지는 대기업에도 이어졌습니다. 대다수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실근로의무를 규정하여 직무와 무관하게 협력업체나 고객 등으로부터 통상적인 범위를 넘는 선물 등을 받는 경우에는 해고 등 불이익을 부여하는 것이 일상화되었습니다. 세칭 갑의 지위에 있는 사람은 그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말아야 합니다. 김영란법의 취지가 민간기업의 인사처분에도 미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징벌)(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②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 또는 산전(산전)ㆍ산후(산후)의 여성이 이 법에 따라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 다만, 사용자가 제84조에 따라 일시보상을 하였을 경우 또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공공기관"이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관ㆍ단체를 말한다. 가.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감사원, 국가인권위원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중앙행정기관(대통령 소속 기관과 국무총리 소속 기관을 포함한다)과 그 소속 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나. 「공직자윤리법」 제3조의2에 따른 공직유관단체 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기관 라. 「초ㆍ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및 그 밖의 다른 법령에 따라 설치된 각급 학교 및 「사립학교법」에 따른 학교법인 마.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2호에 따른 언론사 2. "공직자등"이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공직자 또는 공적 업무 종사자를 말한다. 가. 「국가공무원법」 또는 「지방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과 그 밖에 다른 법률에 따라 그 자격ㆍ임용ㆍ교육훈련ㆍ복무ㆍ보수ㆍ신분보장 등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인정된 사람 나. 제1호나목 및 다목에 따른 공직유관단체 및 기관의 장과 그 임직원 다. 제1호라목에 따른 각급 학교의 장과 교직원 및 학교법인의 임직원 라. 제1호마목에 따른 언론사의 대표자와 그 임직원 제8조(금품등의 수수 금지)① 공직자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ㆍ후원ㆍ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 ② 공직자등은 직무와 관련하여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제1항에서 정한 금액 이하의 금품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 ③ 제10조의 외부강의등에 관한 사례금 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금품등의 경우에는 제1항 또는 제2항에서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등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1. 공공기관이 소속 공직자등이나 파견 공직자등에게 지급하거나 상급 공직자등이 위로ㆍ격려ㆍ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등에게 제공하는 금품등 2.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ㆍ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ㆍ경조사비ㆍ선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등. 다만, 선물 중 「농수산물 품질관리법」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농수산물 및 같은 항 제13호에 따른 농수산가공품(농수산물을 원료 또는 재료의 50퍼센트를 넘게 사용하여 가공한 제품만 해당한다)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설날ㆍ추석을 포함한 기간에 한정하여 그 가액 범위를 두배로 한다. 3. 사적 거래(증여는 제외한다)로 인한 채무의 이행 등 정당한 권원(권원)에 의하여 제공되는 금품등 4. 공직자등의 친족(「민법」 제777조에 따른 친족을 말한다)이 제공하는 금품등 5. 공직자등과 관련된 직원상조회ㆍ동호인회ㆍ동창회ㆍ향우회ㆍ친목회ㆍ종교단체ㆍ사회단체 등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금품등 및 그 소속 구성원 등 공직자등과 특별히 장기적ㆍ지속적인 친분관계를 맺고 있는 자가 질병ㆍ재난 등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공직자등에게 제공하는 금품등 6. 공직자등의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 숙박, 음식물 등의 금품등 7.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포하기 위한 기념품 또는 홍보용품 등이나 경연ㆍ추첨을 통하여 받는 보상 또는 상품 등 8. 그 밖에 다른 법령ㆍ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등 ④ 공직자등의 배우자는 공직자등의 직무와 관련하여 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라 공직자등이 받는 것이 금지되는 금품등(이하 "수수 금지 금품등"이라 한다)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제공받기로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 ⑤ 누구든지 공직자등에게 또는 그 공직자등의 배우자에게 수수 금지 금품등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약속 또는 의사표시를 해서는 아니 된다. <대법원 판례> 1. 구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6호는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제공하는 숙박을 수수가 금지되는 금품등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다. 여기에서 ‘통상적인 범위’라고 함은 사회통념상 일상적인 예를 갖추는 데 필요한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공직자등에게 제공된 숙박이 통상적인 범위 내에 있는지 여부는, 숙박이 제공된 공식적인 행사의 목적과 규모, 숙박이 제공된 경위, 동일 또는 유사한 행사에서 어떠한 수준의 숙박이 제공되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2. 구 공직자윤리법 제15조 제1항은 공무원이 그 직무와 관련하여 외국인 및 외국단체로부터 대통령령으로 정한 가액 이상의 선물을 받으면 지체없이 이를 소속 기관․단체의 장에게 신고하고 인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28조 제2항은 신고의무가 있는 선물의 가액을 선물 수령 당시 증정한 외국인이 속한 국가의 시가로 미국화폐 100달러 이상이거나 국내 시가로 10만 원 이상인 선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공직자윤리법 시행규칙 제14조 별지 제16호에 따르면, 위 신고는 선물의 수령일, 장소, 수령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한 서면의 형태로 이루어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위와 같은 관계규정의 내용을 종합하여 볼 때, 공무원이 외국인이나 외국단체로부터 일정한 가액 이상의 선물을 받았다면, 그 선물을 반환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신고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 이와 달리 선물의 반환에 따라 신고의무가 면제 또는 소멸된다고 해석할 법령상 근거가 없다. (대법원 2023. 3. 30. 선고 2022두59783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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