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느 고위공직자 자녀의 징계와 학교생활기록부(일명 ‘생기부’) 기재사항에 대하여 뜨거운 논쟁이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일부에서 진영논리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었지만, 진학과 관련한 문제는 진영논리로 격하될 사안은 아닙니다. 진학 문제는 단순하게 진영과 무관한 자녀와 학부모의 인생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어느 사립 고교생의 징계와 생기부 기재사항의 확인의 소에 대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3. 2. 23. 산고 2022다207547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교육과 진학의 문제는 국민 모두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검토해 봅니다.
○사안은 사립고 학생 갑(원고)이 코로나19 감염병과 관련하여 정학 2일의 징계를 당한 후 학교법인을 상대로 위 징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가 학교를 졸업한 경우 과거 법률관계인 징계에 대한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입니다. 여기에서 쟁점은 과거의 법률관계의 확인의 소가 인정되는가 여부입니다. 그 이전에 확인의 소의 특유한 소송요건인 확인의 이익을 선결적으로 음미해 봐야 합니다.
○‘이익이 없으면 소송이 없다.’는 소의 이익은 확인의 소 때문에 생겼습니다. 확인할 법률관계는 부지기수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전국의 모든 부부가 부부관계임을 확인하려 소송을 한다면 재판권이라는 공권력을 낭비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남소를 막을 법률적 장치가 소의 이익입니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확인의 소는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허용되는 것’이라는 대원칙을 확인의 소의 이익이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그러나 법률이란 원칙과 예외의 기술입니다. 그 예외가 존재합니다. 대법원은 그 예외에 대하여 ‘과거의 법률관계라 할지라도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그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 적절한 수단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일관되게 판시하였습니다.
○원고의 생기부 기재는 진학의 수단이지만, 징계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가 학교생활 중의 일종의 전과와 유사합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다음과 같은 논리로 대법원은 과거의 법률관계의 확인의 소임에도 소의 이익을 긍정하였습니다. 물론 대법관 전부 자녀를 양육했던 부모의 마음이 담긴 판결이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➂중략 상급학교 내지 공무원에 지원·응시하는 자는 학교생활기록 관련 서류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그로 인해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사항이 대상자의 교육을 받을 권리, 공무담임권, 직업의 선택 등 여러 방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임’이라는 논거가 가장 주효하게 작용하였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➀ 초 ․ 중등교육법령상 징계 내역이 기재된 학교생활부 내역은 준영구적으로 보존됨
➁ 교육부훈령인「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에 따라 학교생활부 기재사항을 정정할 수 없음이 원칙이나, 예외적으로 재학 당시 또는 졸업한 이후라도 객관적인 증빙자료가 있는 경우 학교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 정정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음
➂ 초 ․ 중등교육법이 위와 같이 학교생활기록부의 작성 ․ 관리 ․ 보전 ․ 정정 등의 방식 내지 절차에 대하여 엄격하게 규율하고 있는 이유는, 초 ․ 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국가공무원법 및 공무원임용시험령 등에 따라 상급학교 내지 공무원에 지원·응시하는 자는 학교생활기록 관련 서류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그로 인해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사항이 대상자의 교육을 받을 권리, 공무담임권, 직업의 선택 등 여러 방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임
➃ 개인정보 보호법 제4조 제4호에 의하면 정보주체인 당해 학생으로서는 개인정보인 학교생활기록부에 대하여 정정 등을 구할 권리가 인정되고, 그 절차는 위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에서 정한 바에 따르게 됨
➄ 결국, 원고로서는 피고가 작성 및 관리하는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위 징계 내역이 잘못된 경우 그 정정을 요구할 수 있고, 위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에서 정한 절차를 거쳐 학교생활기록부를 정정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증빙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으므로, 징계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는 징계 내역이 기재된 학교생활기록부 정정요구에 필요한 객관적 증빙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무효확인 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 ․ 적절한 수단에 해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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