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2·12군사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신군부가 시작한 1980년대는 ‘격동의 시대’라 부르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격동의 사건이 연속이었습니다. 그런데 격동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욱일승천의 기세로 G2의 자리를 굳건히 하는가 싶다가 절정의 거품경제로 일본경제가 나락으로 향하던 바로 그 시기가 1980년대입니다. 상승시기의 일본은, 수출의 기세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당시 나카소네 수상이 시장에서 시민들을 향해 미제 물품을 사라면서 캠페인을 벌이기까지 했습니다. 반대로 미국에서는 일본산 자동차가 전 미국을 질주하던 시대였습니다. 미국을 상징하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일본인에게 팔렸던 뉴스가 미국인의 자존심을 뭉갰던 시대였습니다.
○미국은 일본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하버드 경영대학원(MBA)에서는 일본의 종신고용제를 연구과제로 삼아서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했습니다. 일본의 경쟁력이 종신고용제에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대리-과장-부장-전무-사장으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일본식 직장 내 계급제도 효율성을 높이는 시스템으로 분석하기도 하였습니다. 실은 한국도 고도성장기에 일본식 종신고용제와 직제를 도입하였습니다. 미국의 일부 기업들에서도 이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대다수 기업들은 일본의 종신고용제가 아닌 ‘선택과 집중’, 그리고 ‘외주화’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나이키의 나라, 그리고 애플의 나라에서 ‘나이키 공장’, 그리고 ‘아이폰 공장’은 끝내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역사는 미국의 승리를 기록했습니다.
○종신고용제는 호봉제와 맞물려 비효율을 낳았습니다. 기업이 관료조직이나 군대조직처럼 운영이 되면서 의사소통이 먹통이 되는 경우가 잦았고, 품질의 상징인 일본제품이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습니다. 일본기업은 이제는 오히려 미국기업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라마틱한 반전입니다. 어느새 일본기업 중에서 외주화를 시도하는 사례가 증가하더니 이제 일본에서도 비정규직이 사회문제화가 되었습니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IMF에 의하여 강제적으로 구축된 외주화가 효율성의 이름으로 대세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비정규직이 드라마나 만화의 주인공인 사례가 등장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정규직이 당연히 주인공인 시대였습니다.
○‘연기도사’ 김혜수가 비정규직(극중 ‘미스 김’)으로 존재감을 과시한 ‘직장의 신’은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습니다. 정규직을 패러디한 ‘장규직’이라는 극중 주인공(오지호 분)을 거꾸로 리드하는 세태풍자물 ‘직장의 신’은 본래 일본에서 인기를 누린 파견의 품격(ハケンの品格)이 원작물로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정규직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능력의 비정규직을 드러내면서 노골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풍자한 작품으로, 배우들의 진지한 연기가 인상적이기도 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한국 드라마에서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정규직만이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분해서 스토리를 이어갔습니다. 비록 코믹한 장면으로 비정규직의 아픔과 고통이 희석되었지만, 정주리(정유미 분)로 대표되는 비정규직의 애환이 상세히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규직으로 갑질의 대명사인 장규직의 어머니도 비정규직 출신이라는 설정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근원적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j_XJO4SdDQ
2007년작 일본 닛폰 테레비 드라마 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주연에 김혜수, 오지호. 김혜수가 극중에서 원작의 '오오마에 하루코' 에 해당하는 '미스 김' 역을 맡았다. -중략- 한국에서는 생소한 개념인 파견사원을 비정규직으로 로컬라이징해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풍자하고 있다. 제작진 인터뷰에 따르면 러브라인보다는 에피소드 중심이었던 원작과 달리 어느 정도 멜로노선을 삽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방영 첫화부터 오지호가 맡은 '장규직' 과 김혜수가 연기하는 '미스 김' 사이에 플래그가 나왔다. <나무위키의 ‘직장의 신’ 중에서> |
○K-드라마의 클리셰이자 고질병인 멜로라인도 당연히(!) 등장합니다. 미스 김과 오지호는 마치 신분상의 차이가 존재하는 연인처럼 스토리가 전개되는데, 상사와 부하, 그리고 업무지시와 이행이라는 인사관리의 문제가 교차됩니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두부 자르듯이 냉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기에, 인사관리와 사내연애는 뒤죽박죽이 됩니다. 실은 그것이 현실에서의 사내연애의 속성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드라마의 흥미유발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내연애는 우연의 요소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인사관리가 우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효율성을 대전제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근원적인 갈등이라는 소전제, 그리고 사내연애라는 결론이 어우러진 ‘직장의 신’은 재미 속에서 냉정한 기업의 현실을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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