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브렉시트와 외국인력, 그리고 한국의 외국인력>

칼레파 타 칼라(Kalepa Ta Kala).

 

○이것은 ‘좋은 일은 실현되기 어렵다.’는 의미를 그리스 격언이자 이문열의 소설 제목이기도 합니다. 보수정치가 신조인 이문열은 소설에서 그리스의 직접민주정의 취약점인 중우정치의 폐해를 지적하는 의미로 소설을 집필했고, 일부 보수정치인들도 그렇게 인용하기도 하지만, 대중선동의 폐해는 히틀러의 집권기 괴벨스의 언론조작을 필두로, 관제언론의 시대였던 박정희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땡전뉴스’로 악명이 높은 전두환 군사정부는 물론 보수정부 하에서의 보수신문의 여론조작에 가까운 여론호도를 보면 직접민주정만이 중우정치의 온상은 아니라는 확증이 가능합니다. 오히려 독재정부나 보수정부의 여론조작이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영국의 브렉시트는 첨단과학이 발달한 21세기에 고대 그리스 수준의 중우정치로 탄생한 비극입니다. 영국의 보수정치인들을 중심으로, EU회원국들 중에서 못사는 나라들인 동유럽, 남유럽 출신들이 영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면서 영국인들의 저급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선동’으로, 즉 중우정치로 브렉시트는 출발했습니다. ‘대영제국’의 영광은 충분한 일자리에서 시작된다는 그럴듯한 논리로 영국인들을 선동했습니다. 당초 브렉시트는 영국인들에게는 외국인들의, 정확히는 가난한 EU회원국들 국민의, 영국 내 3D업종의 일자리의 잠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칼레파 타 칼라’는 세상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브렉시트가 되면 저급일자리는 영국인들이 차지할 것이며, 고용의 확대로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확대될 것이라는 달콤한 유혹이 깨지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보수정치인들이 그렇게나 주창했던 영국 내 3D업종의 일자리는 동유럽 등의 ‘EU회원국들 출신’에서 ‘비 EU회원국들 출신’, 즉 아프리카나 중동 출신들로 메꿔졌기 때문입니다. 당초 영국인들이 취업을 기피했던 3D업종의 일자리는 브렉시트를 한다고 하여 영국인들이 새삼스럽게 취업전선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제학 박사 출신의 박종훈 기자가 이를 확인사살하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nUxXY8YDA&t=323s

 

 

○한국이라고 상황이 다른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19시기에 배달근로자들이 늘었지만, 건설이나 선박, 제조 등에서 고된 육체노동을 하려는 취업지원자들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됩니다. 청년실업이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지만, 대다수 청년들은 3D업종은 고사하고 중소기업도 ‘좋소기업’이라 비하하면서 취업을 기피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외국인고용허가제의 현실을 보면,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외국인고용허가제의 근거 법률인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 및 그 시행령은 외국인근로자의 개념 자체를 아예 ‘3D업종에 취업하는 근로자’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내국인 우선채용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실은 외국인고용법이 제정된 근본적인 이유가 3D업종에 취업하려는 내국인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고용허가제를 철폐하더라도 임금이 폭등하지 않는 이상, 청년들의 3D업종의 취업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영국에는 '브레그렛(Bregret)'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입니다. 브렉시트(Brexit)와 리그렛(Regret)의 합성어로 브렉시트를 후회한다는 의미입니다. 어차피 브렉시트를 하더라도 영국 내 3D업종은 영국인들이 취업할 여지가 적었습니다. 차라리 EU에 남았더라면 그나마 영어가 통하는 EU회원국들 출신 외국인근로자가 취업했을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학교’ 또는 ‘의회정치의 본고장’이라 자부하던 영국이 고대 그리스의 격언인 ‘칼레파 타 칼라’를 21세기에 강제로 되새길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입니다. 차분하고 냉정한 검토를 생략한 여론몰이로 영국은 피눈물을 흘립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외국인근로자의 정의) 이 법에서 “외국인근로자”란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으로서 국내에 소재하고 있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있거나 제공하려는 사람을 말한다. 다만, 「출입국관리법」 제18조제1항에 따라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받은 외국인 중 취업분야 또는 체류기간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은 제외한다. 제8조(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 ① 제6조제1항에 따라 내국인 구인 신청을 한 사용자는 같은 조 제2항에 따른 직업소개를 받고도 인력을 채용하지 못한 경우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직업안정기관의 장에게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를 신청하여야 한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