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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과 단체협약

<어느 연세대생의 민주노총 연세대분회장의 고소 : ‘업무방해죄의 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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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연세대는 학생시위의 메카였습니다. 온갖 시위에 최루탄냄새가 가실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연세대 앞 상인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거센 항의시위를 했습니다. 세상에는 장군과 멍군이 있는 법입니다. 상인들의 항의를 받자 학생들이 멍군을 날렸습니다. 학생들로부터 자식뻘 되는 학생들 호주머니로부터 번 돈으로 당신들이 집 사고 빌딩 살 때는 말이 없다가 장사가 조금 안 된다고 불평을 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거센 반발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상인들이 부랴부랴 신촌축제라는 것을 열어서 학생들을 달랬습니다.

 

이렇게 연세대는 명문 사립대라는 타이틀과 학생시위의 메카라는 타이틀을 가진 채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 이후 연세대에는 민주노총 등 각종 단체가 집회의 현장으로 활용을 했습니다. 그러나 대학생 취업난이 현실화되고 학생시위가 시들해지자, 총학생회 등에서 민주노총 등 각종 단체의 집회에 대하여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실제로도 노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싸늘해지면서 1980년대를 주도하던 노학연대라는 시대적 트렌드가 사라졌습니다. 급기야 다음과 같이 연세대생이 자기 학교의 노조를 고소하는 일(노동조합이 업무방해죄를 구성할 수는 없기에 정확하게는 노동조합 지부장을 고소)이 발생하였습니다.

 

비록 헌법재판소에서 합헌판결(헌법재판소 1998. 7. 16. 선고 97헌바23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위헌시비가 있었던 것 자체는 사실이며 나아가 다음 <기사2>의 내용처럼, 업무방해죄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입법례를 봐도 일본과 한국에서만 업무방해죄가 존재하는 것도 중대한 문제입니다. 아무튼 기존의 대법원 판례이론에 따라 위 연세대생의 고소대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지 검토해 봅니다.

 

대법원이 초등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하여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것이 업무, 직업 기타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 또는 사업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3. 6. 14. 선고 20133829 판결)’라고 판시한 것을 토대로 검토해 봅니다. 업무방해죄는 1). 권리가 아닌 업무가, 2). 허위사실의 유포, 위계, 위력이라는 행위로 인하여 위험이 발생하여야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그런데 연세대생이 고소내용대로 수업권을 침해받았다면 그것은 업무가 아닌 권리의 침해일지언정 업무가 아니므로 일단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권리의 침해가 발생하는데, 그것을 전부 업무방해죄로 구성한다면 채무불이행한 상당수의 채무자가 범죄자가 될 수 있습니다(돈이 없으면서도 곧 갚겠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채무자 등).

 

그 이전에 노동조합의 집회에서 발생하는 구호나 노래 등의 소음이 위력에 해당하는지도 의문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482 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하는데, 노동조합의 구호, 선창, 노래 제창 등의 행위를 하면서 발생하는 소음은 헌법상 단체행동권의 행사와 표현의 자유라는 외형을 구비합니다. 따라서 그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권리남용이 될 수는 있지만, 그 권리남용이 막바로 업무방해죄의 위력이라 보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핵심적 원리인 표현의 자유와 사회국가원리의 초석인 노동3권의 보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보자면, 노동조합의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거나 노래를 부르면 범죄가 된다는 기이한 결론이 될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의 시위현장 등 서양각국에서도 구호나 노래제창 등은 사회적으로도 용인되는 행위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양비론을 무척이나 싫어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연세대생이 노조를 고소하는 지경에 이른 것은 우리 사회에서 확대되는 노조포비아라는 정서와 무관하지 아니합니다.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타인의 배려에는 인색한 노동운동도 이제는 고쳐야 할 것이 아닌가 합니다.

<기사1>
학내에서 열리는 집회가 강의를 듣는데 방해된다며 대학생이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형사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집회 주최 측과 대학 본부 등 과의 집단적 갈등은 있었지만, 개별 학생이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드문 일이다. 집회·시위를 대하는 학생 사회 인식 변화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학교 노동자가 진행하는 집회 소음으로 수업권이 침해됐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최근 접수했다. 고소인은 연세대 재학생 이모(23)씨로 집회 노동자들이 소속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분회를 상대로 업무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https://news.v.daum.net/v/20220518184453682
 
<기사2>
우리 형법의 업무방해죄는 일본 형법을 모법으로 삼고 있다. 이 죄는 1800년대 노동운동을 탄압하려고 고안된 프랑스 형법을 일본의 옛 형법이 이어받았고, 일본이 처벌 영역을 노동운동 바깥으로 확대한 개정안을 우리 형법이 다시 이어받아 제정된 것이다. 실제 일본 형법 제233·234조 내용이 우리 업무방해죄와 거의 같다. 연원은, 농상공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임금 인상 등의 요구 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사용자의 업무를 위계·위력으로 방해할 때 처벌하려고 만든 규정이다. 일본이 형법을 개정할 때 농상공업업무로 바꾸면서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현재 업무방해죄는 우리와 일본 두 나라에만 있다.
형법 제314(업무방해)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업무방해죄는 위계에 의한 것과 위력에 의한 것으로 나뉜다. 위계란 행위자가 행위 목적을 달성하려고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유·무형의 모든 세력이다. 폭행·협박, 사회적 지위에 의한 압박도 전부 포함된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24070.html
 
<형법>
314(업무방해) 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대법원 판례>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라 함은 직업 기타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 또는 사업을 말하는 것인데, 초등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하여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것은 헌법 제31조가 정하고 있는 무상으로 초등교육을 받을 권리 및 초·중등교육법 제12, 13조가 정하고 있는 국가의 의무교육 실시의무와 부모들의 취학의무 등에 기하여 학생들 본인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거나 국가 내지 부모들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에 불과할 뿐 그것이 직업 기타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 또는 사업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13. 6. 14. 선고 2013382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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