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가위바위보라도 지는 것을 싫어합니다. 승부욕도 욕심이라는 본능의 영역에 존재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승부가 직업인 프로스포츠 선수라면 그 본능이 생활의 일부가 된 사람일 것입니다. 1982년에 만난 삼미슈퍼스타즈는 지고 또 지는 프로야구팀이었습니다. 내기바둑이나 내기장기도 지고나면 분이 쌓이는데, 생업의 영역에서 매일 진다면 그들의 쓰라림은 이루 헤아릴 수도 없을 것입니다.
삼미슈퍼스타즈는 거창하게 지역연고가 이북5도, 강원도, 경기도, 그리고 인천을 아우르는 광활한 지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연고가 넓어도 연고지를 기반으로 한 선수가 없다면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삼미슈퍼스타즈는 프로야구 출범시즌인 1982년에는 유명 야구선수나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무명용사들의 팀이었습니다. 무명용사라 하여 승부욕이 없을 리가 없지만, 그들은 언제나 지고 또 졌습니다.
저는 당시에 대전(후일 서울로 이전)을 연고로 한 OB베어스의 팬이었습니다. 비록 약체인 삼미슈퍼스타즈이지만, 이들을 상대로 김우열이 통쾌한 홈런을 치면 신이 났습니다. 박철순의 강속구는 삼미슈퍼스타즈 선수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KBO의 역대급기록인 한시즌 전경기 패전을 당한 것이 삼미슈퍼스타즈였고, 그 상대가 바로 OB베어스였습니다. 그러나 삼미슈퍼스타즈가 계속하여 패하자 어느덧 삼미슈퍼스타즈를 동경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다가 삼미슈퍼스타즈에게 가혹하게 이기는 OB베어스가 미워졌습니다. 원년 챔피언 OB베어스가 있기까지 삼미슈퍼스타즈의 공(?)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상하게도 삼미슈퍼스타즈 선수들이 안쓰러웠습니다.
경이적인 4할 타율의 백인천은 삼미슈퍼스타즈 투수들을 공략하여 무려 6할 7푼이라는 만화 속의 주인공 같은 기록을 쌓았습니다. 야구란 개인기록의 스포츠이기에, 최약팀인 삼미슈퍼스타즈를 상대로 기록을 쌓아야 하는 상대선수들의 심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막연히 삼미슈퍼스타즈가 가련하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삼미슈퍼스타즈를 상대로 연승을 올리면서 기쁨을 표시하는 OB베어스 선수들이 밉기 시작했습니다.
영화로도 등장한 감사용은 당시에도 특이한 이름 때문에 눈길이 갔던 선수였지만, 언론에서 거의 주목을 하지 않은 ‘김구길’이라는 선수가 있었습니다. 구질구질을 연상케하는 ‘김구길’이라는 이름 때문인지는 몰라도 김구길의 신체조건이나 성적을 유심히 찾아보곤 했습니다. 당시 제 기억으로는 186센티라는 큰 키에도 불구하고(원년 강타자 계열인 김우열, 김봉연, 윤동균, 김성한, 이만수 등은 모두 180센티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190센티에 육박하는 장신 선수가 즐비한 시대가 아닙니다. 그리고 투수 중에서 시속 140킬로를 넘는 선수가 그리 많지 않은 시대였습니다) 그 흔한 홈런 하나 치지 못하는 그냥 그런 선수였습니다. 그 외에도 타격 폼이 엉성하지만 안타는 제법 쳤던 조흥운, 그리고 어깨가 좋았던 양승관, 정말로 못생겼던 김무관, 그리고 제법 덩지가 컸던 금광옥이 기억납니다만, 나름 삼미슈퍼스타즈에서 에이스라 불렸던 인호봉이 기억납니다.
그리고 성적에 묻혀서 외면을 받기는 했지만, 삼미슈퍼스타즈의 유니폼 디자인은 꽤 세련되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급을 하지 않지만,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스코트인 슈퍼맨과 원더우먼은 창작물로서 저작권의 대상이 됨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그냥 로고로 쓰였습니다. 지금이라면 수십억원을 물어줘야 할 상황입니다. 슈퍼맨로고와 원더우먼로고는 차량과 유니폼 외에 광범위하게 쓰였기에, 그 액수가 엄청난 것입니다. 당시 한국은 지적재산권의 개념이 희박한 국가였지만, 미국에서는 ‘듣보잡’ 국가였기에 막대한 저작권소송에 휘말리지 않았습니다.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디자인저작권을 이유로 천문학적 금액의 소송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아무튼 삼미슈퍼스타즈는 여러 모로 추억에 젖게 하는 ‘도깨비 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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