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고려대를 나와도 기자를 할 수 있느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했던 말은 고려대 출신 기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말입니다. 물론 그 이전에 ‘서울대 패권주의’ 내지 ‘서울대 지상주의’라는 것을 전제로 한 발언이기에,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발언입니다. 그러나 이 말의 진의는, 기자는 두루 학식이 출중해서 최적의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제로 한 발언이기에, 기자의 자질, 나아가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라고 해석을 하여야 합니다. 결국 이 말은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기에, 아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언론이 소중하기에 기자는 유능한 사람이 해야 한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서울대 출신만이 최고라는 생각이 틀린 것은 맞지만, 기자가 유능하고 지식이 충만해야 한다는 점 자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회창 전 총재가 대학생이던 1950년대에는 당대의 엘리트가 기자를 지원했습니다. 서울대 문리대, 법대 출신 엘리트들에게 기자는 일종의 필수코스로 여겨지기까지 했습니다. 기자가 되려고 피와 땀을 흘렸습니다. 기자의 자질이 뛰어났기에 기자의 프라이드는 과연 대단했습니다. ‘동아일보’ 기자들 중에서 서울대 출신이 아닌 기자가 드물었다는 당시의 사실을 부인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21세기 현재, 기자들의 자질논란은 끊임이 없습니다. 정치성향은 그렇다치더라도 기본 중의 기본을 구비하지 못한 기자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다음 <기사>를 기자의 법률지식의 부족을 넘어 언론의 자질을 의심할 만합니다. 기자는 기본적으로 ‘보험료’와 ‘보험금’, 나아가 ‘보험급여’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 자체가 없는 사람입니다. ‘방송인 박수홍(52)이 본인이 가입하지 않은 사망보험에 7000만원에 이르는 보험금을 납부하게 됐다.’라는 기사에서 기자는 보험료와 보험금을 헷갈리고 있습니다. 법전을 찾아보거나 주위에 널린 보험설계사에게 문의를 해도 이런 기초적인 무식함은 극복할 수 있습니다. 굳이 변호사를 찾지 않고 인터넷 검색을 해도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상법 ‘보험’편을 강학상 ‘보험법’이라 부릅니다. 이 보험법의 지식은 사회보험, 즉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건강보험, 나아가 국민연금을 구성하는 근간이 됩니다. 상법 제638조는 ‘보험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약정한 보험료를 지급하고 재산 또는 생명이나 신체에 불확정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상대방이 일정한 보험금이나 그 밖의 급여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긴다.’라고 규정합니다. 당사자 일방, 즉 보험계약자가 내는 돈을 보험료라 하고, 그 대가로 보험회사가 보장하는 내용을 ‘보험금 기타 급여(이를 ‘보험급여’라고 상법전은 규정하고, 사회보험법, 가령 산재보험법도 ‘산재보험급여’라고 법전에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사> 속의 ‘보험금’이란 실은 ‘보험료’라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욱 엄청난 오류는 그 다음에 있습니다. 박수홍의 친형이 대표로 있는 ‘메디아붐’으로 박수홍의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하였기에, 즉 보험계약자가 ‘메디아붐’이기에 보험계약을 해지하지 못했기에, ‘친형의 동의 없이 보험을 해지하는 방법은 피보험자 지위 부존재 확인에 대한 소를 제기해 승소하는 것뿐이다.’라는 황당한 거짓말을 뻔뻔하게 기사로 쓰고 있습니다. 이 기사 전후의 문맥은 물론 그간 박수홍과 그 친형의 갈등을 다룬 기사를 종합해보면, 박수홍의 친형은 박수홍의 동의도 없이 피보험자를 박수홍으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대목이 중요합니다.
○박수홍의 친형이 박수홍을 피보험자로 하고, 박수홍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생명보험은 상법 제731조가 규정하는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이기에 당연히 박수홍의 서면동의가 필수적이며, 이를 구비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보험계약 자체가 무효입니다(상법 제731조,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시에 그 타인의 서면(「전자서명법」 제2조제2호에 따른 전자서명이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본인 확인 및 위조ㆍ변조 방지에 대한 신뢰성을 갖춘 전자문서를 포함한다)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 동의는 반드시 사전동의만이 유효합니다. 박수홍은 자신의 사망이 보험사고가 된 생명보험의 가입 자체를 몰랐다고 반복하였습니다. 따라서 박수홍의 친형이 설립한 법인의 보험계약 자체가 무효입니다.
○상법 제731조를 규정한 이유는 보험을 빙자한 자해공갈단이 횡행할 수 있으며, 길거리의 노숙자 등 가족과의 소통이 끊긴 무연고자 등을 대상으로 무단 보험계약의 체결 후에 살해 등의 보험사고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강학상 ‘도박보험의 방지’ 또는 ‘사행성 조장의 방지’라고 부릅니다. 보험계약 자체가 도박의 성격이 강한 사행계약이지만, 특히 타인의 사망이 보험사고인 경우에는 극한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여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강제보험이자 사회보험인 산재보험의 보험사고도 이러한 유형의 보험사고로 인한 경우에는 산재보험급여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사>의 내용과는 달리 기자로서는 박수홍의 친형이 만든 법인이 박수홍의 생명보험가입의 동의를 얻었는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박수홍이 동의한 적이 없다면 보험계약 자체가 무효이기에 보험료를 납부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보험계약이 처음부터 무효였다면 부당이득의 법리를 통하여 보험료의 청산이 필수적입니다. 기자들은 <기사>를 작성할 경우에 최소한 기본적인 지식이라도 검토한 후에 비로소 <기사>를 작성하는 것을 권고드립니다. 언론은 본인들만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공기이기 때문입니다.
<기사> 방송인 박수홍(52)이 본인이 가입하지 않은 사망보험에 7000만원에 이르는 보험금을 납부하게 됐다. 일부 보험을 친형이 지분 100%를 보유한 법인으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친형이 보험을 해지하지 않을 경우 박수홍이 전부 납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18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연예기자 출신 유튜버 이진호는 17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친형이 박수홍의 생명 보험을 해지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수홍의 친형은 앞서 동생 명의로 생명 보험 8개에 가입했다. 이 가운데 한 보험의 수혜자는 친형이 100% 지분을 가진 회사였다. 특히 이 회사에는 친형의 자식이 임원으로 등재돼 있어 보험금을 함께 배당받을 수 있다. 박수홍은 뒤늦게 부당하게 가입된 보험 4개를 해지했다. 다만 2018년 5월 친형이 대표로 있는 법인 '메디아붐'으로 계약한 보험은 아직 해지하지 못했다. 친형의 동의 없이 보험을 해지하는 방법은 피보험자 지위 부존재 확인에 대한 소를 제기해 승소하는 것뿐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17/0000852741?sid=102 <상법> 제638조(보험계약의 의의) 보험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약정한 보험료를 지급하고 재산 또는 생명이나 신체에 불확정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상대방이 일정한 보험금이나 그 밖의 급여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긴다. 제731조(타인의 생명의 보험) ①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시에 그 타인의 서면(「전자서명법」 제2조제2호에 따른 전자서명이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본인 확인 및 위조ㆍ변조 방지에 대한 신뢰성을 갖춘 전자문서를 포함한다)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 ② 보험계약으로 인하여 생긴 권리를 피보험자가 아닌 자에게 양도하는 경우에도 제1항과 같다. <대법원 판례>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 피보험자인 타인의 동의는 각 보험계약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서면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하고 포괄적인 동의 또는 묵시적이거나 추정적 동의만으로는 부족하나, 피보험자인 타인의 서면동의가 그 타인이 보험청약서에 자필 서명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으므로 피보험자인 타인이 참석한 자리에서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계약자나 보험모집인이 타인에게 보험계약의 내용을 설명한 후 타인으로부터 명시적으로 권한을 수여받아 보험청약서에 타인의 서명을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타인으로부터 특정한 보험계약에 관하여 서면동의를 할 권한을 구체적·개별적으로 수여받았음이 분명한 사람이 권한 범위 내에서 타인을 대리 또는 대행하여 서면동의를 한 경우에도 그 타인의 서면동의는 적법한 대리인에 의하여 유효하게 이루어진 것이다. (대법원 2006. 12. 21. 선고 2006다69141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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