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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돈, 그리고 사회보장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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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다음으로 동양권에서 유명한 정치사상가는 단연 맹자입니다. 공자는 추상적인 표현도 쓰긴 했지만, 맹자는 상대적으로 돌직구 표현을 썼습니다. 그 유명한 폭군방벌론이나 역성혁명론은 기존의 체제를 전제로 도덕정치만을 강조한 공자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맹자의 주장 중에서 아직까지 정치인들이 인용하는 유명한 말은 단연 항산(恒産)이라야 항심(恒心)’이라는 말입니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는 표현인데, 춥고 배고픈 백성을 먹어야 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라는 취지로 인용이 됩니다.

 

굳이 맹자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정치의 기본이 백성을 먹여살리는 것이 요체라는 것은 함포고복(含哺鼓腹)이라는 한자성어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자와 맹자의 사후 무려 2,50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도 정치의 요체가 백성을 먹여살리는 점이라는 점은 의문이 없습니다. 공산주의가 맹위를 떨쳤던 것은 모든백성을 먹여살린다는 취지에서 출발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백성을 먹여살리는 것은 결국 돈 문제입니다.

 

대한민국헌법 자체도 국가가 백성을 먹여살릴 헌법적 책무가 있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34조 제1항은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권을 보장합니다. 인간답게 사는 것의 기본 중의 기본이 먹고사는 문제임은 다분히 상식적인 문제입니다. 그렇습니다. 헌법의 해석론으로는 국가의 헌법적 책무가 맞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 문제는 돈의 문제, 그리고 세금의 문제로 귀결이 됩니다. 현대국가는 천문학적인 돈을 쓰도록 기능이 변하고 있습니다. 법률용어로 이를 급부국가또는 사회국가라 합니다. 국가가 국민을 먹여살린다고 한다면, 구체적으로 매달 돈을 줘야 하는가, 집도 줘야 하는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국가가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권을 구체적으로 보장하는 법적 장치를 사회보장제도라 합니다. 사회보장기본법은 사회보장은 모든 국민이 다양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행복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자립을 지원하며, 사회참여자아실현에 필요한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여 사회통합과 행복한 복지사회를 실현하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한다.’라고 법률적 정의를 내립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합니다. 사회구성원이 살아가는데 돈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사회보장제도는 글자 그대로 사회를 구성하는 국민의 생활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에 당연히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갑니다. 사회보장제도에 대하여 현란한 수식어로 설명하는 이가 많습니다. 결국은 돈 먹는 하마인 사회보장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는가의 문제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인간다운 생활권에 대한 판례(헌법 제34조 제1항이 보장하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는 사회권적 기본권의 일종으로서 인간의 존엄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물질적인 생활의 유지에 필요한 급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데, 이러한 권리는 국가가 재정형편 등 여러 가지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법률을 통하여 구체화할 때에 비로소 인정되는 법률적 권리라고 할 것이다(헌재 1995. 7. 21. 93헌가14 ).)를 현실에 맞게 해석할 시간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이 논리는 국회에서 구체적인 법률이 없으면(더 정확하게는 예산의 확보를 전제로 한 법률) 인간다운 생활권은 공허한 권리라는 의미입니다. 사회보장제도를 규율하는 법률은 예산의 확보가 전제되어야 의미를 지닙니다.

 

사회보장법률은 그 성격상 구체적인 지원방법은 대통령령 등에 위임하여 예산의 확보를 전제로 구체화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구체화되어 있지 않은 이상 소송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를 관철하는 소송제도를 의무이행소송이라 하는데, 현행 행정소송법에는 이러한 소송의 유형을 규정하고 있지 아니합니다. 판사가 자기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얼마를 주라고 판결하는 것도 불합리하고 이상합니다. 의무이행소송은 수십 년간 행정법학 교수들이 시행하자고 육자배기처럼 노래를 불렀어도 이렇게 사회보장제도의 의무이행판결의 우려 때문에, 즉 돈 때문에 시행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를 허용하면 해줘하는 소송홍수사태가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헌법>
34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중략


<사회보장기본법>
2(기본 이념) 사회보장은 모든 국민이 다양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행복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자립을 지원하며, 사회참여자아실현에 필요한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여 사회통합과 행복한 복지사회를 실현하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한다.


<헌법재판소 판례>
헌법 제34조 제1항이 보장하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는 사회권적 기본권의 일종으로서 인간의 존엄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물질적인 생활의 유지에 필요한 급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데, 이러한 권리는 국가가 재정형편 등 여러 가지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법률을 통하여 구체화할 때에 비로소 인정되는 법률적 권리라고 할 것이다(헌재 1995. 7. 21. 93헌가14 ).
나아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생활능력 없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헌법의 규정은 모든 국가기관을 기속하지만 그 기속의 의미는 동일하지 아니한데, 입법부나 행정부에 대하여는 국민소득, 국가의 재정능력과 정책 등을 고려하여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으로 모든 국민이 물질적인 최저생활을 넘어서 인간의 존엄성에 맞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행위의 지침, 즉 행위규범으로서 작용하지만, 헌법재판에 있어서는 다른 국가기관, 즉 입법부나 행정부가 국민으로 하여금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도록 하기 위하여 객관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할 의무를 다하였는지를 기준으로 국가기관의 행위의 합헌성을 심사하여야 한다는 통제규범으로 작용하는 것이다(헌재 1997. 5. 29. 94헌마33 ).
또한, 국가가 행하는 생계보호가 헌법이 요구하는 객관적인 최소한도의 내용을 실현하고 있는지 여부는 결국 국가가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함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조치를 취하였는가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할 것인데 생계보호의 구체적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입법부 또는 입법에 의하여 다시 위임을 받은 행정부 등 해당기관의 광범위한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국가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적 의무를 다하였는지의 여부가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된 경우에는, 국가가 생계보호에 관한 입법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다든가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여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재량의 범위를 명백히 일탈한 경우에 한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있다(헌재 1997. 5. 29. 94헌마33).
(헌법재판소 2004. 10. 28. 2002헌마328)

헌법재판소는 국가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적 의무를 다하였는지의 여부가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된 경우에는, 국가가 생계보호에 관한 입법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다든가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여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재량의 범위를 명백히 일탈한 경우에 한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있다(헌재 1997. 5. 29. 94헌마33).’라고 판시하였는데, 아직까지 헌법재판소가 명백히 헌법질서를 일탈하여 위헌이라고 판시한 법률은 없습니다. 그리고 의무이행소송처럼 헌법재판관이 얼마를 주라고 판결하는 것도 불합리합니다. 사회보장제도는 결국은 돈의 문제로 환원이 될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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