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잘못 알려진 법률상식 중의 하나가 근로자가 사직서의 제출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근로자는 사직할 권리만 있을 뿐 의무는 없습니다. 아무리 잘못을 했어도 해고를 당할지언정 사직서의 제출의무는 현행법에는 없습니다.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라는 속담처럼 자의로 그만둘 수는 있지만, 그만둘 의무는 없습니다.
○근로자의 사직은 시민법적 관계로 보아 노동법령에는 없고, 민법전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민법 제660조에 ‘고용의 해지통고’라 규정되어 있는데, 해지의 통고가 사직이므로 사직에 대한 규정으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이 법조문을 보면, 근로자가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면 사용자의 수리행위 등 별다른 행위가 없이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문의 규정방식은 사용자의 수리행위가 없이도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이 원칙적 형태임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근로자의 사직을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사용자의 수리행위의 여부에 따라 수리행위(승낙)가 불요한 1). 임의사직(임의해지)와 그것이 필요한 2). 합의해지가 그것입니다. 대법원 판결문의 맥락을 보면, 민법전의 규정과 달리 수리행위가 필요한 합의해지가 원칙적 형태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대법원의 판단이 보다 현실에 부응합니다. 가령, 중한 비위사실을 범한 근로자가 있을 때, 사직서를 내고 모든 책임을 회피하면서 사직을 한다면 사용자로서는 대단히 불합리할 것입니다. 공무원의 경우에도 사직원을 제출한다고 막바로 사직의 효과가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사용자는 경우에 따라 징계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에게 합의해지방식의 사직이 유리한 결정적인 이유는 인수인계의 문제입니다. 근로자는 사직을 한 상황에서 사용자에게 굳이 미련을 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하던 일도 그냥 두고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직근로자가 수행하던 업무는 당해 근로자만이 아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후임자가 단독으로 인수인계를 하기가 버겁습니다.
○민법 제660조 제2항은 1개월의 인수인계기간을 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월급쟁이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그 기간은 같은 조 제3항의 ‘해지통고를 받은 당기 후의 1기’가 보통일 것입니다. 이 의미는 해지의 의사표시를 받고 난 후 1월급기를 지난 경우를 의미합니다. 가령, 2020. 4. 15.에 해지의 의사표시를 받았다면, 1월급기인 2020. 5.를 경과한 2020. 6. 1.에 사직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의미입니다. 실무상 사직과 인수인계는 대단히 중요하게 쓰입니다.
<민법> 제660조(기간의 약정이 없는 고용의 해지통고) ①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 ② 전항의 경우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③ 기간으로 보수를 정한 때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당기후의 일기를 경과함으로써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제111조(의사표시의 효력발생시기) ① 상대방이 있는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에 그 효력이 생긴다. ② 의사표시자가 그 통지를 발송한 후 사망하거나 제한능력자가 되어도 의사표시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근로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해약의 고지방법에 의하여 임의사직하는 경우가 아니라, 근로자가 사직원의 제출방법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의 합의해지를 청약하고 이에 대하여 사용자가 승낙함으로써 당해근로관계를 종료시키게 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근로자는 위 사직원의 제출에 따른 사용자의 승낙의사가 형성되어 확정적으로 근로계약 종료의 효과가 발생하기 전에는 그 사직의 의사표시를 자유로이 철회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다만 근로계약 종료의 효과발생 전이라고 하더라도 근로자가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하는 것이 사용자에게 불측의 손해를 주는 등 신의칙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철회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대법원 1992. 4. 10. 선고 91다43138 판결)
[1] 근로자가 사직원을 제출하여 근로계약관계의 해지를 청약하는 경우 그에 대한 사용자의 승낙의사가 형성되어 그 승낙의 의사표시가 근로자에게 도달하기 이전에는 그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고, 다만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 철회가 사용자에게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주는 등 신의칙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철회가 허용되지 않는다. [2] 사직의 의사표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취지의 해약고지로 볼 것이고, 근로계약의 해지를 통고하는 사직의 의사표시가 사용자에게 도달한 이상 근로자로서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는 비록 민법 제660조 제3항 소정의 기간이 경과하기 이전이라 하여도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 ( 대법원 2000. 9. 5. 선고 판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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