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참으로 많은 것을 삼켰습니다. 졸업 및 입학선물로 과거 1970~80년대 대세였던 손목시계를 대거 퇴출시켰습니다. 실은 시계산업 자체가 지금은 일부 명품시계업체를 제외하고 사양산업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두꺼운 사전을 대체한 전자사전, 삐삐, 사진기, 네비게이션, 디지털카메라은 물론 종이신문 자체를 삼켰습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조선일보 1면에 무슨 기사가 실렸는지 잘 모릅니다. 그리고 1990년대까지 지하철에서 열심히 보던 스포츠신문의 추억은 이제는 먼 과거처럼 느껴집니다.
그 중에서 특히 아쉬운 것은 지하철에서 스포츠신문을 보는 즐거움입니다. 과거에는 ‘지하철 신문 예절’이라는 공익광고까지 있을 정도로 지하철에서 신문, 특히 스포츠신문을 보는 것은 일상적인 풍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다수 시민들은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 일상입니다. 최근에 세월이 급격하게 변했다는 것을 확연히 체감합니다. 스포츠신문은 그나마 스마트폰으로 보기는 합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공익광고의 단골손님이었던 공중전화는 이제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아무튼 과거 스포츠신문에서 인기 있었던 코너라면 유명 만화가의 연재만화와 유명 연예인의 고백록의 연재물이었습니다. 물론 연예인의 고백록은 해당 연예인 본인이 쓰는 것이 아니라 기자나 대필작가가 대필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고백록 내지 회고록은 대필답지 않게 연예인의 고생담이나 역경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렵게 살던 시절의 에피소드를 보다 보면 울컥하는 심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 고백록 중에서 특히 기억이 나는 것이 고 이주일의 고생담과 김정수의 자살기도 에피소드를 담은 것이었습니다. 고 이주일의 고생담은 생생하게 그려질 정도로 진솔함이 뚝뚝 묻어났고, 김정수의 경우에는 자살까지의 사실감 넘치는 과정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김정수와 급행열차’라는 이름으로 일반 시민들에게도 나름 익숙한 노래를 부른 가수가 왜 자살까지 기도할까 궁금증이 생겨서 일부러 해당 스포츠신문의 김정수의 고백록을 찾아서 보기까지 했습니다. 읽다가 괜히 가슴이 울컥해지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자살이란 생을 포기하는 것인데, 그 지경에 이르기까지 어마어마한 눈물을 쏟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자살이란 인생의 신산을 겪고 눈물을 한 바가지 흘리고 비로소 결행하는 쓰라린 순간입니다. 김정수라는 사람에 대하여 급호감이 생겼고, 무작정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지금까지 ‘김정수와 급행열차’의 ‘내 마음 당신 곁으로’가 애창곡으로 되었습니다.
그런데 ‘내 마음 당신 곁으로’를 부르다 보면 저절로 김정수가 떠오르게 되는데, 얄궂은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내 마음 당신 곁으로’의 다음 가사에 있습니다.
바람 불어와 내 몸이 날려도 내 마음 당신 곁으로
김정수는 몸이 날릴 정도로 마른 체형이 아닌데, 진짜 바람이 불면 김정수가 날릴까 하는 얄궂은 생각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왜 김정수는 중절모를 꼭 쓰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본인은 대머리가 아님에도 포인트를 주려고 중절모를 쓴다고 하는데, 진짜 김정수의 머리숱은 많은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항상 들었습니다. 그래도 김정수가 중절모패션을 고수하는 것은 신의 한수라고 생각은 합니다. ‘정수’라는 너무나 흔한 이름에 더하여 얼굴도 너무나 평범하기 때문에 중절모를 쓰면서 나름 가수의 생명인 개성을 살리기 때문입니다. 그나저나 코로나19로 노래방에 가본지가 오래되었는데, 가서 ‘내 마음 당신 곁으로’를 거하게 불러봐야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mnSqhzJ7YI
'7080연예한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극소년 흰 독수리’의 감상기> (0) | 2022.06.01 |
---|---|
<남상규의 이 노래 : ‘고향의 강’> (0) | 2022.06.01 |
<윤시내의 이 노래 : ‘공부합시다’> (0) | 2022.05.28 |
<‘사랑과 야망’, 그리고 남성훈> (0) | 2022.05.22 |
<추억의 외화 ‘맥가이버’> (0) | 2022.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