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당연하여 도리어 우스운 감이 있습니다만, 대중가요는 시대상을 반영합니다. 김상진의 ‘고향이 좋아’를 발표할 즈음에는 고향이 대중가요의 하나의 주여 테마였습니다. 그것은 1970년 당시가 ‘이촌향도’라는 신조어를 만든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농촌이 부흥한다던 ‘새마을 운동’이 번성하던 시기였지만, 실은 지속적으로 농촌의 인구가 도시로 향하던 시기였습니다.
최근 공업화, 도시화의 바람이 부는 중국도 마찬가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만, 그 이전인 산업혁명 이후 세계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했던 도시화와 공업화의 어두운 그림자가 바로 ‘이촌향도’ 현상입니다. 수구초심이라는 한자성어가 있을 정도로 사람은 고향에 대한 본능적인 그리움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고향의 향수를 자극하는 대중가요가 1970년대에 맹위를 떨쳤습니다. 그 유명한 나훈아의 ‘고향역’도 바로 이 시기의 작품입니다.
김상진은 ‘고향이 좋아’ 말고도 1970년대 중반까지 국내 정상급 가수였습니다. 당연히 ‘10대 가수’로도 등극을 했고, 인기도 나훈아나 남진과 겨룰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가수에게 후속곡은 벗어날 수 없는 굴레입니다. 김상진은 ‘고향이 좋아’ 이후에 소소한 히트곡은 있었지만, 빅 히트곡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후속 히트곡이 없는 다른 인기 가수와 마찬가지로 잊혀져갔습니다. 물론 재기를 위한 몸부림은 있었지만, 인기가 떨어진 연예인이 인기를 되찾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다가 1970년대를 넘기고 1980년을 전후하여 조용필이라는 막강한 브랜드에 치여서 이제 김상진은 당시를 기준으로도 ‘아재세대’로 완전히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가요무대’를 두드리는 가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고향’이라는 것은 대중가요의 소재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대가수 김상진도 세월의 흐름과 트랜드의 변화에는 속수무책인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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