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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연예한담

<김국환의 ‘은하철도 999’ vs. 사사키 이사오의 ‘은하철도 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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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는 한국의 일본베끼기가 절정의 시대였습니다. 학문, 신문체제, 대중예술, 법률, 그리고 판결문까지 일본베끼기가 만연했습니다. 심지어는 영화 제목까지 일본이 번역한 것을 그대로 쓰는 비굴의 시대였습니다. 요즘 일본의 혐한은 과거 일본베끼기가 만연한 한국이 일본을 능가하는 분야가 속출하자 질투와 회한, 분노 등의 만감이 뒤섞인 결과로 봅니다.

 

일본베끼기의 시대였기에, 당연히(!) 만화영화 주제가도 그대로 베꼈습니다. ‘마징가 제트’, ‘독수리 5형제’, ‘들장미 소녀 캔디등은 가사부터 곡까지 전부 베낀 만화영화 주제가였습니다. 엄청난 도둑질을 했으면서도 공식적으로는 도둑질에 대하여 단 한명도 사과를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더욱 구슬픕니다. 그런 와중에 은하철도 999’는 그나마 곡과 가사는 한국산(!)이었습니다. 정말로 눈물이 나는 감격의 순간입니다.

 

은하철도999(銀河鐵道999)’1980년대를 전후하여 일본만화계를 풍미했던 일본만화계의 거장 마츠모토 레이지(松本零士)의 작품입니다. ‘천년여왕’, ‘캡틴 하록’, ‘우주전함 야마토(한국명 우주전함 V)’ 등 한국인도 열광했던 만화를 그린 바로 그 사람입니다. 물론 일본에서도 추앙받는 대단한 인물입니다. 마츠모토 레이지는 그리는 만화마다 히트를 하는 괴력을 지닌 만화가였는데, 한국의 조용필처럼 앨범에 실린 곡이 전부 히트를 했던 1980년대를 연상하면 됩니다. 한국의 올드보이들은 마츠모토 레이지는 몰라도 엄마를 찾는 철이와 약간 야한 모습의 메텔, 그리고 괴상하게 생긴 차장과 우주를 향해 힘차게 연기를 뿜어내는 은하철도를 아직도 기억할 것입니다.

 

은하철도999’의 인기는 엄청 나서 통상 시청률이 극히 부진한 일요일 오전이 방영시간임에도 시청률이 엄청났습니다. 물론 당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일부 어른들도 바로 이 은하철도999’에 열광을 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만화영화가 히트를 하면 주제가도 히트를 하기 마련입니다. 은하철도999’를 부른 문제의 가수가 김국환입니다. 김국환이 이름을 알린 노래는 노래 속 주인공의 이름이 엄청나게 촌스러운 꽃순이를 아시나요였습니다.

 

당시에는 이렇게 촌스러운 이름도 그리 문제를 삼지 않았습니다. 당시 마징가 제트의 주인공의 한국식 이름이 무려 쇠돌이였고, 번역한 만화영화의 제목 중에서 요술천사 꽃분이라는 것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아무튼 당시 김국환의 꽃순이를 아시나요는 가요순위 프로그램에서 항상 10위 내외를 오르내릴 정도로 나름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다가 잊고 있던 김국환이 뜬금이 없이 부른 것이 바로 이 은하철도999’의 주제가였습니다. 가수는 그냥 가수가 아닌지라 은하철도999’는 어딘가 구슬프면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부르는 열망이 김국환의 은하철도999’를 통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은하철도999’가 끝나면 골목 곳곳에서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999’가 여기저기서 울려퍼졌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kb6Sl3fV2E

 

 

 

마츠모토 레이지의 명성에 걸맞게 일본의 은하철도999’는 당대 최고 만화영화 가수인 사사키 이사오(ささきいさお)가 불렀습니다. 보통 일본인은 한자로 이름을 쓰고 히라카나로 이름을 병기하는 것이 보통인데, 자기 이름을 히라카나로 표기한 특이한 인물이 사사키 이사오입니다. ‘우주전함 야마토’, ‘독수리 5형제(일본명 과학닌자대 갓챠맨’)’ 등 유명 만화영화의 주제가를 엄청나게 많이 부른 가수가 바로 이 사사키 이사오입니다. 사사키 이사오는 중후하면서도 마력이 넘치는 목소리가 일품인 사람인데, 그가 부른 원곡도 은하세계의 환상적인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유려한 목소리가 두드러집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dPaH7sVut0

 

 

 

 

김국환 버전의 은하철도999’가 구슬프면서도 간절함이 묻어난다면, 사사키 이사오 버전은 은하계의 환상과 낭만이 떠올려집니다. 누가 더 낫다고 하기는 어렵고, 각자의 맛이 독특하다는 평가는 가능합니다. 실은 노래의 우월이라는 개념도 이상합니다. 개인의 취향차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일본어를 배울 때 쉽게 배운다고 사사키 이사오 버전의 은하철도999’를 무수히 반복하여 듣고 또 따라불렀습니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닌데, 노래를 따라부르는 학습방법은 쉽고 간단한 방법이기는 합니다.

 

일본어 학습하니까 생각이 나는 것이 있습니다. 일본어로 은하철도999’의 표기는 깅가테츠도 쓰리 나인(銀河鉄道999, ぎんがてつどう three nine)’입니다. 9를 뜻하는 쿠(く)나 (きゅう)로 안 부르고 영어로 부르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근데 일본어로 부르면 뭔가 촌스럽고 발음이 어색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우리도 일본식으로 은하철도 쓰리 나인으로 따라부르면 더 어색합니다. 일본어를 배우면 배울수록 한국어가 표현이나 발음 등에서 있어서 우수한 언어라고 자부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한국의 정자체 한자가 아닌 약어체 한자를 쓰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같은 은하철도의 한자어 표기방법도 다릅니다.

 

아무튼 은하철도999’는 여러 가지 사연이 제게는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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