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에는 전성기였다가 지금은 쇠퇴한 것 둘을 꼽으라면 아마도 프로레슬링과 코미디는 빼기 어려울 것입니다. 저 역시 이 둘에 대한 애정이 어마어마했습니다. 특히 주말에 하는 ‘웃으면 복이 와요’를 보지 않으면 그 허전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뭔가를 간절하게 기다렸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라는 말을 절절히 떠올릴 것입니다. 정말로 ‘웃으면 복이 와요’를 기다리는 시간이 그랬습니다.
‘웃으면 복이 와요’는 당대를 풍미했던 ‘땅딸이’ 이기동. '비실이‘ 배삼룡, 그리고 ‘살살이’ 서영춘 등이 줄줄이 나와서 각자 자신의 독립코너를 진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막둥이’ 구봉서는 히트를 했던 자신의 독립코너는 없었습니다. 주로 조연격으로 각 독립코너에서 출연한 것이 더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의외로 자신의 별명인 ‘막둥이’로서가 아니라 ‘형님’으로 등장했습니다. 당시를 기준으로도 맏형격의 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영혼의 콤비’였던 ‘후라이 보이’ 곽규석과의 콤비를 했을 때는 곽규석은 언제나 구봉서를 ‘형님’으로 불렀습니다. 그래서 둘이 공전의 히트를 쳤던 ‘농심라면 CF’에서도 ‘형님’과 ‘아우’로 출연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tBMtbWnQTY
1970년대에 구봉서는 MBC에서, 그리고 곽규석은 TBC에서 각각 출연을 했지만, 1960년대에 둘은 각종 쇼무대에서 투맨쇼로 맹활약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남녀청춘이 맞선을 보는 프로그램이었던 MBC에서 ‘청춘만세’에서 재회를 했습니다. 방송임에도 거기에서 자연스럽게 ‘형님’과 ‘아우’로 불렀습니다. 한마디로 황금콤비였습니다. 실은 1960년대를 넘어 1970년대까지는 콤비가 대유행인 시절이었습니다. ‘양훈 양석천’, ‘배삼룡 이기동’, ‘남철 남성남’, ‘배일집 배연정’, ‘남보원 백남봉’, 그리고 만담의 ‘장소팔 고춘자’도 콤비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HjEN80QGbE
구봉서에 대하여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구봉서가 정극배우출신이었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주연배우로 활약을 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유달리 코미디를 ‘저질’이라고 비하하는 말에 비통해했습니다. 남을 웃기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비정상적인 동작이나 대화가 등장해야 합니다. 웃긴다는 것은 비정상적인 것, 그리고 부자연스러운 것이 등장해야 합니다. 그러나 막상 그렇게 만드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역설적으로 부자연스러운 발상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코미디언의 아이디어라는 것은 결국 일상적인 것을 탈피하려는 사고입니다.
요즘 코미디가 죽은 이유는 바로 이 아이디어를 둘러싼 선후배 간의 똥군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싸늘한 반응도 한몫했습니다. 남을 억지로 웃기려고 개고생을 하는 것 자체가 안쓰러운데다가, 그렇게 하려고 후배들을 때려잡는 현실에 대한 시청자들의 냉철한 인식이 코미디 전체에 대한 싸늘한 냉소로 이어진 것입니다. 코미디는 웃음을 줘야 하는데, 저런 코미디를 만드려고 얼마나 후배들에게 똥군기를 잡았을까, 하는 생각에 웃음기를 가시게 한 것입니다.
코미디 자체의 몰락이 현실이 된 시점이기에, 더욱 그 옛날 과장된 동작과 어리숙한 말이 오가면서 국민을 웃겼던 코미디언들이 그리워집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언제나 ‘형님’으로 중심을 잡아줬던 구봉서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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