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언론 보도 중에서 ‘책임자 아무개에 대하여 정부는 지휘책임을 물어 직위해제를 했다.’는 내용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실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유수언론은 어휘부터 방향까지 대부분 유사한 패턴으로, 그리고 유사한 결론을 유도하여 보도한다는 점이 거의 국화빵 수준입니다. 그런데 추적보도나 탐사보도가 보편적인 외국 언론과 달리, 한국 언론의 경우에는 직위해제 이후에 대하여는 거의 보도를 하지 않습니다. 진보와 보수 언론 모두 동일합니다. 그런데 소박한 시민의 호기심으로도 직위해제 그 이후가 궁금합니다. 그 직위해제 이후의 스토리는 대부분 법원 판결문에 상세히 기재되어 있습니다. 송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상당수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그 유명한 어느 교육부 공무원의 ‘국민은 개·돼지’ 발언 이후의 스토리는 판결문에 상세합니다.
○대법원(대법원 1996. 10. 29. 선고 95누15926 판결)은 ‘직위해제는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 또는 근무태도 등이 불량한 경우, 근로자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중인 경우, 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등에 있어서 당해 근로자가 장래에 있어서 계속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의 장애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로서의 보직의 해제를 의미하므로 과거의 근로자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징벌적 제재로서의 징계와는 그 성질이 다르다.’라고 판시합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어서 국가공무원법상의 직위해제(제73조의3)를 보니까 거의 일치합니다.
○대법원 판례에서의 직위해제는 대부분 대기발령과 연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민간기업의 근로자나 공무원이나 매 한가지입니다.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 제3항은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나쁜 자’, 즉 징계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 3개월의 범위 내에서의 대기발령을 규정합니다. 결국 직위해제, 대기발령, 그리고 징계는 마치 영혼의 파트너처럼 작동을 합니다. 개념상 별개라지만, 징계라는 동일한 목적을 위하여 발동이 되는 일련의 절차라는 점에서 이들은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하여 합니다. 다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4. 9. 13. 선고 2024두40493 판결)은 ‘대기발령에 따른 효과로 승진․승급에 제한을 가하는 등의 법률상 불이익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한정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대기발령이 징계절차의 일부로 실시된다는 점과 연관지어 이해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대기발령 자체는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로서 징계목적 외에 다른 목적으로도 활용을 합니다.
○위 대법원 판결의 쟁점은 ①인사발령과 ②대기발령 두 가지이나, 전자는 원심과 대법원 모두 인사권자, 즉 사용자의 손을 들어줬기에, 후자, 즉 대기발령이 원심과 대법원의 결론이 달라진 것을 주목하여야 합니다. 사안 속의 대기발령은 육아휴직기간이 개시된 시점(2021. 4. 15.) 이전에 발한 대기발령(2021. 4. 1.)인지라 원심은 대기발령자라도 육아휴직 자체는 가능한 점을 주목하여 대기발령이 장래를 향하여 그 효력이 상실되는 점을 강조하면서 원고, 즉 사용자의 손을 들었으나, 대법원은 ‘이 사건 대기발령의 경우, 원고의 취업규칙 등이 대기발령 기간을 승진소요기간에 산입하지 않고 대기발령자에게는 제수당을 제외한 기본급만 지급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참가인(주 : 근로자)이 구제신청을 하기 전에 육아휴직 기간 개시로 이 사건 대기발령이 실효되었다고 가정하더라도 구제신청 당시 참가인이 위와 같은 불이익에서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면 참가인으로서는 원심의 판단과 달리 이 사건 대기발령에 대한 구제신청을 할 이익이 있었다.’고 판시하여 결론을 뒤집었습니다.
○여기에서 직위해제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대기발령이 징계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현실과 연계하여야 합니다. 육아휴직 기간개시, 그리고 대기발령의 실효여부와 관계없이 대기발령 그 자체가 징계사유로 발동되거나 징계인 경우도 존재하므로, 대법원의 결론이 타당합니다. 또한 징계시효 등의 이유로 징계사유는 불가하더라도 대기발령이라는 기왕의 사실 자체는 과거의 비위사실로 보아 징계양정사유로 작동한다는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에 비추어도 타당합니다. 과거의 전과사실은 비록 누범 등의 형의 가중요소는 아니라도 형의 양정사유로 고려하는 법원의 실무관행도 참고할 사안입니다.
<대법원 판례> 대기발령은 근로자가 현재의 직위 또는 직무를 장래에 계속 담당하게 되면 업무상 장애 등이 예상되는 경우에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해당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를 의미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다86246 판결 등 참조). 대기발령이 장래를 향하여 실효되더라도 대기발령에 기하여 발생한 효과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급하여 소멸하지 않으므로, 취업규칙 등에서 대기발령에 따른 효과로 승진․승급에 제한을 가하는 등의 법률상 불이익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 대기발령을 받은 근로자는 이러한 법률상 불이익을 제거하기 위하여 그 실효된 대기발령에 대한 구제를 신청할 이익이 있다(대법원 2010. 7. 29. 선고 2007두18406 판결 참조). (대법원 2024. 9. 13. 선고 2024두40493 판결)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직위해제) ① 임용권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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