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의 요양급여비용의 청구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평가>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습니다. 그런데 개인이 그 진료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것은 부담이 큽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합니다. 다만, 국가의 비용정도는 각국의 실정에 따라 상이합니다. 한국은 건강보험의 강제지정제를 채택하여 원칙적으로 국가가 부담합니다. 강제지정제란 글자 그대로 병원이나 약국 등 진료를 행하는 사업체를 ‘요양기관’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가 강제로 지정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그 법률구조는 이렇게 됩니다. 건강보험가입자와 그 피부양자가 ‘질병, 부상, 출산 등’ 병원과 약국을 찾게 되면 병원과 약국 등은 법률이 정한 치료를 받게 되는데, ‘질병, 부상, 출산 등’을 행하는 것을 요양급여라 하며 그 행위의 주체를 요양기관이라 합니다(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 제1항).
○요양기관은 그 요양급여의 비용을 누군가에게는 받아야 합니다. 요양급여의 비용의 전액 또는 일부를 국가가 부담하는 제도를 공영제라 하고,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제도를 민영제라 합니다. 한국은 공영제를 채택하여 원칙적으로 국가가 부담하되, 급여항목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전액을, 비급여의 항목은 환자, 즉 개인이 부담합니다. 일단 요양급여를 행한 이후에 그 비용은 건강보험관리공단(공단)에 청구하는 것을 상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양기관은 무늬만 비영리이지 실제로는 ‘의료장사’를 하는 사업가입니다. 당연히 부당청구가 있을 수 있으며, 현실에서도 ‘사무장병원’ 등 부조리한 사례가 엄존합니다.
○그래서 요양급여비용의 적정성을 확인하는 주체를 건보법은 예정하였으며, 이를 건보법 제62조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라 규정합니다. 대법원 판례는 ‘심사평가원’이라 약칭하지만, 의료업계에서는 단지 ‘심평원’이라 부르는 것이 보통입니다. 건보법 제62조는 요양급여비용을 심사하고 요양급여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것이 심평원의 설립목적이라 합니다. 현시에서는 부당요양급여비청구를 하는 의료기관을 색출하는 작업을 합니다. 심평원을 의사들 사이에서는 ‘저승사자’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평원의 기능은 돈을 달라는 의료기관의 요구를 거부하거나 깍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다툼의 발생은 필연적입니다.
○그런데 심평원의 판단기준이 주먹구구일 리는 만무합니다. 조 단위의 요양급여비용을 평가하는데, 자의적인 경우란 상상조차 어렵습니다. 다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08두21669 판결)은 바로 이 판단기준에 대한 것입니다. 그 판단기준이란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한 고시로서, ‘요양급여비용 심사·지급업무 처리기준’입니다. 형식상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였기에, 강학상 법규명령이라 불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 법규명령에 대하여 ‘요양급여비용의 심사기준 또는 심사지침은 심사평가원이 법령에서 정한 요양급여의 인정 기준을 구체적 진료행위에 적용하기 위하여 마련한 내부적 업무처리 기준으로서 행정규칙에 불과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했으면, 현실에서는 심평원이 기계적으로 따르기 마련입니다. 왜 이렇게 판시했나, 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하는 암묵적 논거는 ‘구체적 타당성’입니다. 천태만상인 경우에 기계적으로 고시를 적용하면 비현실적인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에, 이에 따른 대처를 위하여 대법원은 법규명령의 행정규칙에 대하여는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기 위한 판단을 용인합니다. 그리하여 ‘그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반드시 법령상 인정되는 적정한 요양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여 원고 측, 즉 요양기관의 주장을 수용합니다. 그러나 법규명령이 ‘풍선껌’일 수는 없기에 단서를 둡니다. ‘다만 그 기준이 국민건강보험법령의 목적이나 취지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없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를 재판절차에서 요양급여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세부기준으로 참작한다고 하여 하등 문제 될 것은 없다.’라고 판시하여 구체적 타당성과 법적 안정성의 조화를 모색합니다.
<대법원 판례> [1]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는 적정한 요양급여는 법령에서 규정한 인정 기준에 맞는 경우에 한정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사평가원’)이 요양기관의 청구비용 중 법령상 기준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고 하여 일부에 대해서만 적정한 요양급여비용으로 인정하는 처분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요양기관이 이미 가지고 있는 급여비용청구권을 제한하거나 삭감하는 처분이 아니라 적정한 요양급여비용의 범위를 확인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요양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보험자)에 대하여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기 위하여 심사평가원에 심사청구를 하는 경우 그 요양급여가 법령과 고시 등 법규에서 규정한 요양급여의 기준에 합치한다는 점은 이를 청구하는 요양기관이 증명할 책임을 진다. [2]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사평가원’)의 원장이 보건복지부장관의 고시(‘요양급여비용 심사·지급업무 처리기준’)에 따라 진료심사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한 요양급여비용의 심사기준 또는 심사지침은 심사평가원이 법령에서 정한 요양급여의 인정 기준을 구체적 진료행위에 적용하기 위하여 마련한 내부적 업무처리 기준으로서 행정규칙에 불과하므로, 그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반드시 법령상 인정되는 적정한 요양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기준이 국민건강보험법령의 목적이나 취지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없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를 재판절차에서 요양급여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세부기준으로 참작한다고 하여 하등 문제 될 것은 없다.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08두21669 판결)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요양급여) ① 가입자와 피부양자의 질병, 부상, 출산 등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요양급여를 실시한다. 1. 진찰ㆍ검사 2. 약제(藥劑)ㆍ치료재료의 지급 3. 처치ㆍ수술 및 그 밖의 치료 4. 예방ㆍ재활 5. 입원 6. 간호 7. 이송(移送) ② 제1항에 따른 요양급여(이하 “요양급여”라 한다)의 범위(이하 “요양급여대상”이라 한다)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제1항 각 호의 요양급여(제1항제2호의 약제는 제외한다): 제4항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비급여대상으로 정한 것을 제외한 일체의 것 2. 제1항제2호의 약제: 제41조의3에 따라 요양급여대상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이 결정하여 고시한 것 ③ 요양급여의 방법ㆍ절차ㆍ범위ㆍ상한 등의 기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④ 보건복지부장관은 제3항에 따라 요양급여의 기준을 정할 때 업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에 대한 치료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은 요양급여대상에서 제외되는 사항(이하 “비급여대상”이라 한다)으로 정할 수 있다. 제47조(요양급여비용의 청구와 지급 등) ① 요양기관은 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제2항에 따른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심사청구는 공단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의 청구로 본다. ② 제1항에 따라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려는 요양기관은 심사평가원에 요양급여비용의 심사청구를 하여야 하며, 심사청구를 받은 심사평가원은 이를 심사한 후 지체 없이 그 내용을 공단과 요양기관에 알려야 한다. 제62조(설립) 요양급여비용을 심사하고 요양급여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하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설립한다. 제63조(업무 등) ① 심사평가원은 다음 각 호의 업무를 관장한다. 1. 요양급여비용의 심사 2. 요양급여의 적정성 평가 3. 심사기준 및 평가기준의 개발 4.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따른 업무와 관련된 조사연구 및 국제협력 5. 다른 법률에 따라 지급되는 급여비용의 심사 또는 의료의 적정성 평가에 관하여 위탁받은 업무 6. 그 밖에 이 법 또는 다른 법령에 따라 위탁받은 업무 7. 건강보험과 관련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업무 8. 그 밖에 보험급여 비용의 심사와 보험급여의 적정성 평가와 관련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 ② 제1항제8호에 따른 보험급여의 적정성 평가의 기준ㆍ절차ㆍ방법 등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다 |
○이를 요양기관의 시각에서 결론을 내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고시에서 정하는 대로 청구를 하라. 아주 이례적인 상황이 아닌 이상, 요양기관은 그 고시대로 요양급여비용만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그 이례적인 상황은 요양기관이 증명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요양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보험자)에 대하여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기 위하여 심사평가원에 심사청구를 하는 경우 그 요양급여가 법령과 고시 등 법규에서 규정한 요양급여의 기준에 합치한다는 점은 이를 청구하는 요양기관이 증명할 책임을 진다.’라는 문언으로 이를 확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