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이전에 상식차원에서라도 남의 빚을 갚으라고 하면 순순히 응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내 빚도 갚기 싫은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남의 빚을 갚으라는 것은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칙에도 반합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에는 남의 빚을 갚으라는 강제조항이 있습니다. 무면허건설사에게 하도급을 한 경우에는 형사책임까지 질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44조는 ‘도급사업에 대한 임금지급’이라는 제목으로 직상수급인의 귀책사유, 즉 도급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에는 하수급인이 고용한 근로자의 임금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지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같은 제44조의2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7호의 건설사업자, 즉 면허건설사업자가 아닌 사업자에게 하수급을 한 경우에는 그 자체로 연대책임의 부과의무가 있으며, 형사책임의 규정까지 있습니다.
○위헌성이 의심되는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하는 연대책임의 규정을 둔 것에 대하여 그 이유가 의문시 됩니다. 그것은 근로자의 보호를 위함입니다. 도급 또는 하도급이 행해지는 경우에는 속칭 ‘핑퐁게임’이 벌어집니다.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수급인은 도급인에게 책임을 미루면서 근로자에게 대한 임금은 하염없이 늘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책임소재 자체가 아리송한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특히 건설업은 법령에 법정한 규격이 있음에도 구비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건설업을 영위하는 폐단을 간접적이나마 규제하여 면허구비를 촉구하는 의미도 담겨있습니다. 실무상 무면허건설업체의 원성을 많이 듣는 조문이 바로 제44조의2입니다.
<근로기준법> 제44조(도급 사업에 대한 임금 지급) ① 사업이 한 차례 이상의 도급에 따라 행하여지는 경우에 하수급인(下受給人)(도급이 한 차례에 걸쳐 행하여진 경우에는 수급인을 말한다)이 직상(直上) 수급인(도급이 한 차례에 걸쳐 행하여진 경우에는 도급인을 말한다)의 귀책사유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은 그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 다만,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가 그 상위 수급인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발생한 경우에는 그 상위 수급인도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 ② 제1항의 귀책사유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44조의2(건설업에서의 임금 지급 연대책임) ① 건설업에서 사업이 2차례 이상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제11호에 따른 도급(이하 "공사도급"이라 한다)이 이루어진 경우에 같은 법 제2조제7호에 따른 건설사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해당 건설공사에서 발생한 임금으로 한정한다)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 ② 제1항의 직상 수급인이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제7호에 따른 건설사업자가 아닌 때에는 그 상위 수급인 중에서 최하위의 같은 호에 따른 건설사업자를 직상 수급인으로 본다.
제109조(벌칙) ① 제36조, 제43조, 제44조, 제44조의2, 제46조, 제56조, 제65조, 제72조 또는 제76조의3제6항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36조, 제43조, 제44조, 제44조의2, 제46조 또는 제56조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
○실무상 위 조문을 적용하는 경우에 있어서 다툼이 많은 것은 하수급업체와 하도급업체 사이의 모든 채권이 아니라 ‘해당 건설공사에서 발생한 임금채권’에 한하여 연대책임이 있다는 점입니다. 임금채권을 보호하려는 취지를 벗어나 하도급-하수급업체 간의 모든 채권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주장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