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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시간과 휴게시간, 그리고 근로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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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모든 면에서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기사를 작성하는 경우에 자신의 기사내용은 확실하게 하는 것이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합니다. 다음 기사를 보면, 버스기사의 대기시간이 근로시간이 아니기에 대법원이 항소심을 파기했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그러나 기사의 중간에 소개되어 있는 대법원 판결을 보면 대기시간 중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시간, 즉 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에서 정한 근로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만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정리하자면, 버스기사의 대기시간은 크게 1). 운행 중 정차시간인 대기시간, 2). 한 노선의 운행이 종료하고 다음 운행시간 전의 대기시간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전자는 의문의 여지가 없이 근로시간이며, 후자는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인지 여부에 따라 근로시간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으로 요약이 됩니다. 그런데 대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린 이유는 사용자의 지휘감독이 있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없기에, 즉 형사소송법 제325조 소정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라는 것이지 대기시간이 근로시간이 아니기에 무죄라는 취지가 아닙니다.

 

바로 이점이 중요합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의 초과는 범죄가 됩니다. 그러나 근로시간의 초과는 본래 민법상 고용계약에서 정할 민사법의 영역입니다. 민사법의 영역에서 규율할 근로시간을 범죄로 규율한 것은 형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 원칙이 적용됩니다. 그리고 형사소송법상의 증거재판주의 원칙도 적용됩니다. 버스기사에 대한 위 대법원 판례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의 해석에 대한 문제인 동시에 후자인 증거재판주의 원칙의 문제입니다.

 

다음 운행을 위하여 대기하는 시간 중에서 버스기사가 자유롭게 쓴 부분도 있고, 운행을 위하여 준비한 시간도 있는 상황에서 노사가 정한 근로시간에 대한 약정만으로 그 약정근로시간 전부가 실근로시간이라는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그 약정시간 전부를 근로시간으로 보지 말라는 것이 대법원의 취지입니다. 말하자면, 근로시간으로 약정을 했더라도 실제는 근로를 하지 않았다면, 근로시간은 실근로시간이라는 대법원의 확립된 해석원칙에 반한다는 것입니다.

 

심야근무자의 심야근로시간, 당직자의 당직시간 등 실무상 대기시간인가, 아니면 휴게시간인가 확실하지 않은 경계선상의 영역에 있는 시간이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시간은 버스기사의 다음 운행을 위한 대기시간처럼 명확하지 않기에 법률적인 다툼이 생길 수 있는데, 대법원은 증거재판주의의 원칙, 즉 대기시간이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어서 근로시간으로 볼 증거가 있어야 비로소 유죄판결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버스기사들이 운행을 마치고 다음 운행을 위해 대기하는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셔틀버스 운전사에게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게 한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기소된 회사 대표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이 회사 버스기사였던 B씨는 20171~3KTX 광명역과 서울 사당역 사이를 왕복하는 셔틀버스 운행을 담당했다. B씨는 회사측과 격일로 하루 19시간을 근무하되, 이 중 2시간은 휴게시간으로 정하고 나머지 17시간은 대기시간을 포함해 모두 근무시간으로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B씨는 "이 계약에 따르면 하루 17시간씩 주당 3.5일을 일했으므로 일주일에 59.5(17 X 3.5)시간을 일한 것"이라며 회사 대표 A씨를 고소했다. 검찰도 A씨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기소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5&aid=0002929227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 부칙 제3조 제1항은 1일 또는 1주일을 단위로 하여 과중한 근무시간을 제한하고자 하는 규정이므로 위 법조문의 근로시간은 실근로시간을 의미한다.

(대법원 1992. 11. 24. 선고 929766 판결)

 

<근로기준법>

50(근로시간)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1항 및 제2항에 따른 근로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

 

<형사소송법>

307(증거재판주의)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

 

325(무죄의 판결)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고용노동청 및 검찰의 실무는 근로계약서 등의 서류증거를 기초로 근로시간을 확정한 후에 사용자의 유죄유무를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처럼 손 안대고 코푸는 수사편의주의에 제동을 걸고 형사소송법의 증거재판주의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한 훌륭한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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