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와 우리사주, 그리고 신주인수권부사채>
○한국어와 영어와 같은 서양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기 엄마를 부를 때입니다. 한국어는 ‘우리 엄마’라고 하는 것에 반하여, 서양어는 ‘나의 엄마(가령, my mom)’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공동체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하는 분도 있고, 그냥 언어습관이라 부르는 분도 있습니다. 아무튼 ‘우리’라는 표현은 현실에서 보다 정감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반면, 정서적인 느낌이 강하기에 법전용어로는 부족합니다. 법전용어는 객관적, 추상적 언어가 적절하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예외는 존재합니다. ‘우리사주’가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라는 한글과 ‘사주’라는 한자가 결합된 합성어인 우리사주는 근로복지기본법이 규정한 대표적인 근로자복지제도입니다. 근로복지기본법 제2조 제5호는 ‘“우리사주”란 주식회사의 소속 근로자 등이 그 주식회사에 설립된 우리사주조합을 통하여 취득하는 그 주식회사의 주식을 말한다.’라고 그 개념의 정의합니다. 여기에서 주목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사주조합을 통하여 취득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사주를 각 근로자에게 분배하면, 효율적이고 통일적인 관리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주식의 궁극적인 소유자는 당연히 우리사주조합이 아닌 각 근로자입니다.
○망해가는 주식회사의 우리사주는 그냥 휴지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장된 우리사주는 ‘대박’이 됩니다.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지만, 상장회사의 우리사주를 보유한 근로자의 대박스토리는 포털에서 검색해도 금방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송사는 언제나 그렇듯이 ‘돈이 되는’ 사안에만 집중이 됩니다. 그 첫째는 퇴직자도 우리사주를 받을 수 있는가, 입니다. 특히 우리사주 발행일이 정년퇴직을 앞둔 근로자에게 시급한 쟁점입니다. 그 둘째는 신주인수권부사채와 같은 주식형 사채에도 우리사주의 효력이 미치는가, 입니다. 상세히 알아봅니다.
○퇴직예정자이지만 대박을 가슴에 안고서 우리사주를 청약했는데, 막상 우리사주의 자격기준을 신주발행일 기준 ‘재직자’로 주식회사의 정관이나 우리사주조합규약에 정한 경우가 있습니다. 근로복지기본법상 우리사주를 부여받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입니다. 현실적으로 제공하는 사람이기에 퇴직자는 제외된다고 보는 것이 문리해석에 충실합니다. 고용노동부도 행정해석을 통하여 ‘퇴직일이 '16.12.31.이라면 퇴직일에는 조합원의 자격이 유지된다고 볼 수 없으며, 퇴직일이라 함은 근로자의 노무 제공과 사업주의 노무 수령이 ʻ실제로' 중단된 날을 의미함(퇴직연금복지과-1935, 2017. 4. 25.)’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것은 강행규정은 아니며, 우리사주조합규약이나 정관 또는 이사회규칙 등으로 ‘신주발행 전 일정기간 재직자’라는 등의 요건을 규정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런데 우리사주가 돈이 되는 경우는 상장되는 경우입니다. 비상장회사는 주식의 유통성이 떨어지기에 상대적으로 대박을 칠 가능성이 떨어집니다. 다음 대법원 판례에서도 상장회사의 신주인수권부사채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글자 그대로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화체된 사채입니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사채’라는 것의 실체입니다. 흔히들 ‘사채’하면 대부업체나 고금리대부업자 등이 연상됩니다. 부정적인 뉘앙스를 지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 언론에서는 ‘회사채’라고 표기를 합니다. 그러나 상법상 법전상의 명칭은 어디까지나 ‘사채’입니다. 회사가 돈이 궁해서 발행하는 채권입니다.
○대법원은(대법원 2014. 8. 28. 선고 2013다18684 판결) 우리사주를 보유한 근로자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까지 취득할 권리를 부정했습니다. 그 이유로 ‘우리사주조합원에게 부여된 주식우선배정권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법률상 제한하는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우리사주조합원에게 주식 외에 신주인수권부사채까지 우선적으로 배정받을 권리가 있다고 유추해석하기도 어렵다.’라는 대목입니다. 주주의 고유한 권리는 신주인수권과 각종 배당권, 그리고 각종 의결권입니다. 우리사주를 무한정 인정하면 주식회사제도의 핵심 중의 핵심인 주주의 권리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바로 이점을 주목한 것입니다. 요즘 말로 선을 쎄게 넘은 우리사주 보유 근로자의 주장이 아닌가 합니다.
<근로복지기본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중략 4. “우리사주조합”이란 주식회사의 소속 근로자가 그 주식회사의 주식을 취득ㆍ관리하기 위하여 이 법에서 정하는 요건을 갖추어 설립한 단체를 말한다. 5. “우리사주”란 주식회사의 소속 근로자 등이 그 주식회사에 설립된 우리사주조합을 통하여 취득하는 그 주식회사의 주식을 말한다. <대법원 판례> 구 근로자복지기본법(2010. 6. 8. 법률 제1036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32조 제1항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5항 제3호에 따른 주권상장법인(코스닥시장에 주권이 상장된 법인을 제외한다) 또는 주권을 같은 법 제9조 제13항 제1호에 따른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고자 하는 법인이 같은 법에 따라 주권을 모집 또는 매출하는 경우에 우리사주조합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5조의7 제1항에 따라 당해 주식을 우선적으로 배정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규정한다. 여기에서 우리사주조합원이 우선적으로 배정받을 권리가 있는 ‘당해 주식’에 사채의 일종인 신주인수권부사채가 포함되지 아니함은 문언의 해석상 분명하다. 나아가 신주인수권부사채는 미리 확정된 가액으로 일정한 수의 신주 인수를 청구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이 부여된 점을 제외하면 보통사채와 법률적 성격에서 차이가 없고,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부여된 신주인수권은 장래 신주의 발행을 청구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로서 주식의 양도차익에 따라 신주인수권 행사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므로 우리사주조합원의 주식우선배정권과는 법률적 성격이나 경제적 기능에서 차이가 있는 점, 우리사주제도는 근로자로 하여금 우리사주조합을 통하여 소속 회사의 주식을 취득·보유하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과 함께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과 노사협력 증진을 통하여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사회정책적 효과를 도모하기 위하여 채택된 제도이고, 이러한 제도의 취지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원에게 부여된 주식우선배정권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법률상 제한하는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우리사주조합원에게 주식 외에 신주인수권부사채까지 우선적으로 배정받을 권리가 있다고 유추해석하기도 어렵다. (대법원 2014. 8. 28. 선고 2013다18684 판결) <행정해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