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추억의 명승부, 백인철 vs. 황준석>

방랑시인 2025. 5. 17. 00:11
728x90
반응형

스트레이트 vs.

 

복싱에 있어서 영원한 화두는 단연 스트레이트와 훅입니다. 복싱은 신장과 리치, 그리고 스피드와 맷집 등 다양한 변수의 조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성격이 있는데, 그 외형적 결과로 표출할 수 있는 것은 단연 스트레이트와 훅입니다. 스트레이트에 능한 복서는 기본적으로 장신에 리치가 긴 복서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상대를 원거리에서 제압할 강력한 무기를 지닌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리한 입지는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스피드와 펀치력을 겸비한 완성된 훅을 지닌 복서라면 스트레이트를 돌파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1980년대 ‘4대 천왕(The Four Kings)’이라 불린 듀란과 헌스, 즉 훅과 스트레이트의 대결을 보면, 훅과 스트레이트의 상관관계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4대 천왕의 나머지 둘은 레너드와 해글러입니다. 듀란은 강력한 펀치력이 동반된 전형적인 훅 선수입니다. 그에 반하여 헌즈는 스피드를 동반한 강력한 스트레이트 선수입니다. 이 경기에서 스피드에 능하지 못한 듀란은 원거리에서 폭죽처럼 발사되는 헌즈의 스트레이트에 속수무책으로 당합니다. 펀치력이 아무리 강해도 스피드가 없는 훅은 스피드에 동반한 강력한 스트레이트의 밥이라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이에 반하여 스피드가 떨어지는 해글러의 스트레이트와 훅은 헌즈보다는 듀란에 치명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전자에게 KO패를 당한 듀란이 후자에게는 판정패로 선방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qMtLA1omaU

 

 

전성기의 타이슨은 훅 머신이었습니다. 단신에 짧은 리치는 그에게 스트레이트라는 무기를 앗아갔습니다. 그래서 그는 맷집을 동반한 핵펀치 훅으로 승부를 걸어야만 했습니다. 다행히도 그는 스피드를 동반했기에, 장신의 거구 복서들을 차례로 제압했습니다. 그러나 타이슨도 긴 리치에 스피드를 동반한 루이스나 홀리필드에는 취약했습니다. 복싱 자체가 리치 핸디캡 게임, 즉 긴 리치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리치 때문에 스트레이트라는 무기가 복싱에서 도입된 것입니다. 호랑이의 양 훅처럼, 자연상태의 인간에게는 훅이 원초적 무기입니다.

 

다음 백인철과 황준석도 전형적인 스트레이트와 훅의 대결입니다. 둘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강타자로서 스피드 자체는 뛰어나지 않지만, 상대적이나마 백인철이 한 수 위입니다. 리치는 백인철이 더 깁니다. 그래서 중량급 복서이지만, 스트레이트를 무기로 삼고 강자로 군림했고 단시간이지만 세계챔피언도 지냈습니다. 황준석은 웰터급의 절대 강자 황충재라는 거목을 처참하게 무너뜨리고 세계타이틀 도전자까지 등극했습니다. 그러나 스피드를 동반한 스트레이트 선수 커리에게 무너졌습니다. 멧돼지처럼 돌진하는 돌주먹 황준석이지만, 스피드를 동반한 스트레이트에는 취약함을 번번히 드러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qcgTJoRvr4&t=1485s

 

 

스트레이트 복서 백인철은 그러나 훅 복서 잭슨에게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기본적으로 백인철은 박종팔과 마찬가지로 안면가드가 취약한 복서입니다. 그리고 세계 정상급 선수의 스피드에는 취약합니다. 동양인치고는 맷집이 꽤나 강력한 선수임에도 미들급에서는 역대급 하드펀처인 잭슨에게는 허무하게 무너졌습니다. 백인철이 잭슨을 무너뜨리려면 빠른 헌즈가 느린 듀란을 제압했던 것처럼 원거리 타격을 감행했어야 했습니다. 잭슨은 스피드가 뛰어난 강력한 훅 머신이었기에 백인철을 제압했습니다. 복싱은 역시 상대적 게임입니다.

 

느린 해글러의 훅이 빠른 헌즈의 스트레이트를 접근전과 난타전으로 제압했듯이 복싱에서 정답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전술한 상대적 게임입니다. 그러나 스트레이트와 훅이라는 기본 무기를 스피드, 리치, 맷집 등을 조합하면 어느 정도 전략게임처럼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이채로운 게임입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