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입차주와 산재보상, 그리고 업무상 배임죄>
○세상은 나름 공평합니다.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는 법입니다. 코로나19사태로 외부활동이 어려워지자 상당수 자영업자는 폭탄을 맞았지만 배달업은 초호황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지입차주(위수탁차주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령상에는 규정되어 있지만 언어용례를 고려하여 ‘지입차주’로 표기합니다)는 대거 줄고, 배달라이더들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지입차주들에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생소하고 긴 이름으로 산재보험의 의무가입제도를 도입하면서 지입차주들은 환영하지만, 화물운송사업주(차량등록사업주)들은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 제125조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일명 ‘특고’)’라는 제목으로 지입차주의 산재보험 의무가입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지입차주가 산재보험의 가입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령으로 정한 자만이 그 대상이 됩니다. 그 구체적인 대상인 산재법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데, ‘수출입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사람’, ‘특수자동차’, ‘안전운송원가가 적용되는 철강재를 운송하는 사람’, ‘위험물질을 운송하는 사람’에 한정합니다. 특정 지입차주만 해당이 되기에 정치권에서는 그 대상의 확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런데 구조적으로 지입차주는 특수한 법률관계를 안고 살아야 하는 숙명이 있습니다. 그것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화물차량등록제 때문입니다. 화물차량을 등록하려면 일정한 시설 등의 조건이 있습니다. 지입차주는 이러한 등록요건을 구비하지 못한 개인사업주이기에, 대외적으로는 차량등록사업주가 소유자가 됩니다. 마치 주식의 명의신탁이나 부동산의 명의신탁처럼 외부와 내부에서 소유권이 다른 경우입니다.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겉 다르고, 속 다른 인생을 살지 말라는 인생교훈을 듣고 살지만, 현실의 법률관계는 인생교훈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각종 법률관계가 꼬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1. 6. 24. 선고 2018도14365 판결)에 등장하는 기구한 사연도 그렇습니다. 분명 자신의 차량이지만, 대외적으로는 화물등록사업주의 소유이기에 지입차주가 지입차량을 매각하면 형법상의 업무상 배임죄가 된다는 내용입니다. 지입차주로서는 ‘내가 무슨 신판 홍길동이냐, 내 차를 내 차라 말을 못하고 팔아먹은 것이 죄가 되느냐?’라고 항변을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지만, 대법원은 차량등록사업주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유죄판결을 내렸습니다(사안의 경우에는 매매가 아닌 저당권의 설정이지만, 이해의 편의를 위하여 매매로 설명하였습니다. 법률적 처분행위라는 점에서 저당권설정과 매매행위는 동일합니다. 다만, 매매를 하는 경우에는 소유권을 침해하기에 배임죄의 특별법의 성격인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대법원은 화물차량사업주, 즉 차량등록사업주가 제세공과금은 물론 대외적으로 법률적인 책임을 지는 관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주목하였습니다. 그래서 ‘지입차주가 자신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거나 처분권한을 가지는 자동차에 관하여 지입회사와 지입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지입회사에 그 자동차의 소유권등록 명의를 신탁하고 운송사업용 자동차로서 등록 및 그 유지 관련 사무의 대행을 위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입회사 측이 지입차주의 실질적 재산인 지입차량에 관한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것’이라고 보아 업무상 배임죄를 인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죄명은 ‘업무상 배임죄’로 규정되어 있는 점을 주목하여야 합니다. 그것은 지입차주가 지입차량을 법률상 완전히 보관하는 것이 형법상 보호하는 업무라는 의미입니다. 업무상 배임죄는 배임죄에 대하여 특별법적인 성격이 있으며, 형량이 가중됩니다. 아무튼 지입차주는 이렇게 법률관계도 복잡하고 꼬이는 인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지입차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빛의 속도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25조(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 ① 계약의 형식과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사람으로서 다음 각 호의 모두에 해당하는 사람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하 이 조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 한다)의 노무(勞務)를 제공받는 사업은 제6조에도 불구하고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으로 본다. 1.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 2. 노무를 제공할 때 타인을 사용하지 아니할 것 ②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제5조제2호에도 불구하고 이 법을 적용할 때에는 그 사업의 근로자로 본다. 다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제4항에 따라 이 법의 적용 제외를 신청한 경우에는 근로자로 보지 아니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125조(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범위 등) 법 제125조제1항 각 호 외의 부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중략 13.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조제11호에 따른 화물차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가. 「자동차관리법」 제3조에 따른 특수자동차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5조의4제2항에 따른 안전운임이 적용되는 수출입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사람 나. 「자동차관리법」 제3조에 따른 특수자동차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5조의4제2항에 따른 안전운임이 적용되는 시멘트를 운송하는 사람 다. 「자동차관리법」 제2조제1호 본문에 따른 피견인자동차 또는 「자동차관리법」 제3조에 따른 일반형 화물자동차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제4조의7제1항에 따른 안전운송원가가 적용되는 철강재를 운송하는 사람 라. 「자동차관리법」 제3조에 따른 일반형 화물자동차 또는 특수용도형 화물자동차로 「물류정책기본법」 제29조제1항에 따른 위험물질을 운송하는 사람 <형법> 제355조(횡령, 배임)①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법원 판례> 이른바 지입제는 자동차운송사업면허 등을 가진 운송사업자와 실질적으로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차주 간의 계약으로 외부적으로는 자동차를 운송사업자 명의로 등록하여 운송사업자에게 귀속시키고 내부적으로는 각 차주들이 독립된 관리 및 계산으로 영업을 하며 운송사업자에 대하여는 지입료를 지불하는 운송사업형태를 말한다. 따라서 지입차주가 자신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거나 처분권한을 가지는 자동차에 관하여 지입회사와 지입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지입회사에 그 자동차의 소유권등록 명의를 신탁하고 운송사업용 자동차로서 등록 및 그 유지 관련 사무의 대행을 위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입회사 측이 지입차주의 실질적 재산인 지입차량에 관한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ㆍ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으므로, 지입회사 운영자는 지입차주와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 (대법원 2021. 6. 24. 선고 2018도14365 판결) |